증오, 폭력 옹호하던 극우 선동가의 비극적 최후
총기 소유 수호자의 총격 사망이란 역설적 결과
국제적 극우 네트워크의 한국판 '마가 운동' 선동
선택적 추모와 위선, 그리고 예고된 보복과 폭력
더 위험해지는 마가 운동과 국제적 대응 필요성
2025년 9월 10일, 미국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미국 극우 보수 진영의 젊은 아이콘, 31세의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 적개심과 증오가 넘치는 미국 사회의 단면과 정치적 폭력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순간이 되었다.
커크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가장 열렬하고 영향력 있는 선동가 중 한 명이었는데, 그의 죽음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며, 더 큰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위험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커크를 추모하는 목소리와 집회까지 등장하고 있다.
찰리 커크는 2012년, 18세의 나이에 보수주의 청년 단체 '터닝 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를 설립하며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그의 목표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대학가에 보수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젊은 세대를 '마가 운동'의 전사로 키워내는 것이었다. 그는 대중 선동 능력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터닝 포인트 USA'를 거대 조직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사상의 핵심에는 극단적인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공공연하게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하며 "미국은 꽉 찼다"라고 주장했고,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라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수백만 명을 추방해야 한다'라고 선동했다. 또한 흑인 커뮤니티의 범죄율을 과장하며 경찰의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의 발언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다문화주의를 혐오"하며, 미국을 "단일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극우적 입장은 친이스라엘, 반팔레스타인 정책 지지로도 이어졌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적극 옹호하며 "팔레스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확고한 반여성주의적 남성우월주의자였고 강간 피해자조차 출산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신 중단을 "홀로코스트보다 나쁘다"라고 비유했다. 이러한 반동적 입장은 LGBTQ의 권리에 대한 부정과도 연결됐다. 그는 수많은 쟁점에서 극우적 입장을 대표했다. 찰리 커크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 '킹메이커'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재선과 권력 장악에서 커크의 역할은 중요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와 캠퍼스 활동을 통해 청년(남성) 보수층을 결집시켰으며, 트럼프 주니어와 협력해 트럼프 캠페인을 지원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메시지를 전파하며 투표율을 높였다. 트럼프 집권 이후에는 그의 정책을 가장 앞장서 옹호하는 충실한 '스피커' 역할을 수행했다.
트럼프 역시 커크를 "청년 보수의 대표"라 칭하며 각별한 신뢰를 보냈고, 이번에 그의 죽음에는 전국적인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더구나 커크의 영향력은 미국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대표적 극우 인사 스티브 배넌 등과 함께 '국제 극우 네트워크' 구축에 힘썼다. 극우 인종주의와 반동적 민족주의, 혐오와 폭력의 이데올로기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9월 5일 한국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였다. 그는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서 "미국과 대한민국의 거룩한 관계"와 "공산주의와의 싸움"을 강조하며 한국의 기독교 우파 청년들을 상대로 '한국판 마가 운동'의 건설을 촉구했다. “젊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이 여러 대륙에서 동시에 보수주의로 기울고 있다”라고 기뻐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우리가 건설한 것이 한국에 오는 것을 보니 기쁘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CCP)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행동을 자세히 지켜보고 있고, 한국 정부가 이 길을 계속 간다면, 미국은 옳은 일 위해 나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찰리 커크의 삶에서 가장 큰 모순은 바로 '총기 소유와 정치 폭력'에 대한 그의 입장이었다. 그는 미국의 수정헌법 2조와 연결해서 '총기 소유의 권리'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며 총기 규제 강화를 결사 반대해왔다. 특히 2023년에는 "총기 사망이라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신이 주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진보진영과 인사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처단해야 한다'라고 명단을 만들거나 정치 폭력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총기 사건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면서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는 사망 직전, 청중으로부터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고 농담으로 답변하는 순간에 총격을 받았다.
커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와 공화당, 그리고 보수 우파 인사들은 일제히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했다. 트럼프는 커크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며 범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급진 좌파의 테러"라며 정치 공세를 시작했다. 이러한 반응은 그동안 정치 폭력으로 희생된 민주당이나 진보 인사들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슬픔과 분노를 선택적으로 표출하는 명백한 이중잣대다. 예컨대, 미네소타주의 민주당 의원 멜리사 호트만이 극우 기독교 광신도에 의해 암살됐을 때, 공화당 정치인은 이를 "자초한 일"이라고 했고,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으로 사망했을 때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히려 희생자를 비난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침공을 환영하고 폭격으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학살당할 때는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그것을 돕던 자들이 커크의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은 그들이 '소중한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와 마가 세력이 커크의 죽음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사회적 증오를 극단적으로 부추기고 진보진영과 민주주의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화당 정치인과 극우 인사들은 "보복하겠다"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전쟁"을 협박하고 있기에, 그의 죽음은 더 큰 정치 폭력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시작을 예고한다.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은 극우를 더 과감하게 만들고 트럼프에게 저항을 억누를 구실을 제공하며, 정치적 폭력의 고조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트럼프에 맞서는 진보진영과 좌파 운동에 특별한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지난 대선 선거 운동 당시에 트럼프 암살 시도가 오히려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것을 기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 '범인은 무슬림이거나 이민자일 것'이라는 마가 세력의 섣부른 추측은 헛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엊그제 체포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은 친공화당 성향의 가정에서 자란 22세의 백인 청년 남성으로 밝혀졌다. 이는 극우 세력이 만들어낸 '외부의 적'이라는 프레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와 증오와 폭력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찰리 커크의 죽음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트럼프와 미국 극우 세력이 미국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고 있는지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들은 커크를 '순교자'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할 것이며, 이는 더 큰 폭력과 억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마가 세력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에 맞서며 연대와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극우 포퓰리즘이 파고들지 못하도록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트럼프와 찰리 커크가 국제적 극우 네트워크를 추구했기에, 이것은 국제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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