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하려면 구체적 육아 현실 살펴야

육아 경력 인정, 다자녀 우대 정책 도입 필요

장윤영 시민기자와 딸들
장윤영 시민기자와 딸들

육아 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저는 다섯 아이를 키운 엄마입니다. 정부는 매년 저출산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수십 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출산지원금, 바우처라고 불리는 각종 제도를 하나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 받는 건 막내 둘에 대한 아동수당 1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부모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돈 몇 푼이 아닙니다. 바로 육아의 구체적 현실을 해결해 주는 정책입니다.

영유아는 '진짜 교통약자'입니다

몇 년 전 겪은 일입니다. 막내가 한 살, 넷째가 네 살이던 시절, 오거리의 한 은행에 들렀다가 아이들 옷을 사려고 시내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만차라 어쩔 수 없이 4층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 주차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또 한 손으로는 다른 아이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질 뻔했습니다. 짐까지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는 하려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은 1층에 당연히 있고, 비어 있었고, 법으로 보호받습니다. 그러나 영유아 전용 주차장은 단 한 칸도 없습니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밀고, 끌고 다녀야 하는 부모들의 현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어린 아이와 부모야말로 진짜 교통약자입니다. 장애인 주차장에 영유아 주차도 할 수있게 하거나 따로 할당을 해주어야 마땅합니다.

 

장애인 주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애인 주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아 경력은 단절이 아니라 국가 자산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세월은 10년, 20년 이상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를 '경력 단절'로 기록합니다. 부모가 흘린 땀과 눈물, 아이를 길러낸 경험은 아무런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육아 경력 인정 제도를 도입해, 아이를 키운 경험을 사회적 경력으로 공식화해야 합니다. 재취업 기회를 열어주어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뒤처질까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입니다.

공공기관의 다자녀 우대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공공기관의 우대 정책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에 집중돼 있습니다. 물론 이 정책들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다자녀 가정은 그 어디에서도 우대를 받지 못합니다.

다자녀 가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닙니다. 국가의 존속과 미래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직접 기여하는 길입니다. 진정한 애국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부터 다자녀 가정을 우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더 나아가 큰 재정 투입 없이 가능한 대안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자녀 가정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은 정부 예산의 많은 추가 지출 없이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일 서울광장에서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일터가 변해야 출생률도 변한다! 출산·육아 갑질 이제 그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2일 서울광장에서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일터가 변해야 출생률도 변한다! 출산·육아 갑질 이제 그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말이 아닌 제도를 보여주십시오

정부는 해마다 '저출산 극복'을 외치지만,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부모들은 아이 낳기를 주저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질적 도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다섯 아이를 키워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부모가 될 청년 세대는 같은 고통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로 부모들의 삶을 존중해야 합니다.

- 영유아 전용 주차장 의무화
- 육아 경력 인정 제도 마련
- 공공기관 다자녀 우대 정책
- 세제 혜택을 통한 실질적 부담 완화

이 네 가지는 거창한 비용이 아니라, 의지와 제도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자녀 부모가 곧 애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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