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2750년 한국인구가 0 된다는데…

정부 해법이라는 게 고작 출산장려금

"10년 간 100조 투입했는데" 발상 자체가 허울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누가 안 낳으리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정말 큰일이야, 이러다가 나중엔 대한민국 멸망한대!” “맞아, 이러다가 우리나라 없어지는 게 아닌지 몰라! 진짜 문제야!”

무슨 소리들인가? 한 나라가 멸망하는 원인은 다양할 텐데, 왜 갑자기 대한민국이 망하게 생겼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까? 일부 세력들이 국가를 경영한답시고 공공의 돈인 혈세를 차곡차곡 빼먹는 일을 지적하는 말일까?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긴장감을 표현하는 말일까? 아니다. 이른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걱정하는 말이다.

‘인구소멸국가 제1호’라는 무시무시한 예측

몇 가지 수치를 보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미래인구예측 연구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한국이 ‘인구소멸국가 제1호’가 될 것이라 했다. 2015년 출산율 1.24명을 기준으로 할 때 2750년이 되면 대한민국 인구=0가 된다는 얘기! 한편, 지구가 망하면 우주로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세계 최고 부자들의 ‘구명보트’를 실험 중인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도 한국이 3세대 안에 인구가 붕괴돼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그런 예측들의 근거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저출산 기록이다.

합계출산율이란 개념이 있다. 가임 여성(15~49살)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출생아 수의 평균치다. 이 합계출산율이 한국에선 1965년 6명, 1970년 4.07명, 1983년 2.08명, 2003년 1.19명, 2018년 0.98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이었으니, 2024년 합계출산율도 당연히 0.6명대로 예상된다. 시간이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젠데, 그 추락에 가속도가 붙어 더 빨리 줄어든다. 대체로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는데, 이런 상황에선 인구 유지는커녕 ‘소멸’이 두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더 도드라진다.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이스라엘 3.0명, 프랑스 1.83명, 미국 1.6명, 영국 1.56명, 독일 1.53명, 일본 1.3명이었는데, 한국은 0.81명이었다. 1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세계 최저를 기록하는 홍콩, 마카오와 비슷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1.68명)치에도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초(超)저출산 기준인 1.3명에도 미치지 못 한지 20년 이상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증정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증정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2020년 시작된 인구 데드크로스 ‘출생자<사망자’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은 전쟁이나 기아 같은 재난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단순한 ‘인구절벽’을 넘어 가히 ‘인구재앙’이 닥친 셈이다. 2023년에 태어난 아기들은 23만 명이었는데, 사망자는 35만이었으니, 단순 인구수로만 보면 12만 명이 ‘적자’ 수준이다. 갈수록 적자가 늘 전망이다. 이렇게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2020년부터 시작됐다. 살림이 늘기는커녕 갈수록 쪼그라들면 파산은 시간문제다. 억지로 파산의 시각을 겨우겨우 늦출 순 있겠지만 그 얼마나 버티겠는가?

자, 정리해 보자.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으니 갈수록 ‘인구 적자’가 오는데, 합계출산율을 보면 0.6명대를 기록한다. 한 여성이 평생 1명도 못 낳는 상황이다. OECD의 다른 나라들도 출산율이 그리 높은 건 아니나 한국이 가장 심한 편이다. 명백히 전쟁도, 기아도 없는데, 현실은 전쟁이나 아사 상황과 유사한 징후를 보인다. “이러다 대한민국 망하게 생겼다”라는 호들갑이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란 말이다.

사실,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자본에게 더 큰 문제는 출산율이다. 앞서 말한 합계출산율의 세계 평균(세계은행 통계)은 1968년 5명이었는데 56년째 내리막길이다. 그것이 1969년에 4명대로 진입했고 1977년(3.8명) 3명대, 1994년(2.9명) 2명대로 추락했다. 2021년엔 2.3명인데 1960년대에 견주면 반타작이다.

자본주의 자체에 사활적 문제로 닥친 전 세계 저출산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부분 선진국은 한 세대 인구가 다음 세대로 온전히 교체되는 출산율인 2.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했고 “개발도상국마저 하향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OECD 회원국의 2021년 합계출산율 평균은 1.58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0.81이었다. 이것이 2023년엔 0.72로 떨어졌고 2024년엔 0.6대가 될 전망인 것이다.

여기서 잠시, 우리는 인구 증감이나 (약 180년 전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말한 바)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고유한 인구법칙”으로서의 ‘과잉노동인구’ 등을 논할 때, 단지 여성의 합계출산율을 고려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여성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가진 인격체란 점을 간과하기 쉽다. 사실, <자본I>에서 마르크스 역시 인구증가를 자연법칙처럼 간주했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인구증가를 자연의 법칙으로 보는 건 당연했다. 오죽하면 캠브리지대 출신의 엘리트, 토마스 맬서스조차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문제라고 했을까? 여기서 맬서스의 인구법칙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굳이 다루지 않겠지만, 인구증가 자체는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부정할 순 없었다. 특히, 영국 런던은 자본주의 산업화의 중심지였으니까.

그러나 내가 여기서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해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뉴스이자 국가 정책의 중요 요소로서도 ‘약방의 감초’ 격인 저출산 이슈를 보는 ‘눈’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대학이나 국가건 무관하게, 우리가 출산율 문제를 다룰 때는 한결같이 여성을 ‘출산기계’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점, 바로 이것이야말로 인구 문제를 다룰 때 가장 큰 맹점이란 얘기를 하고 싶다.

다시 말해 온 세상이, 아니, 자본주의 사회 일반은, 여성을 당연히 “출산하는 존재”라며 이미 당연하게 주어진 상수로 전제한 채, 약간의 장려금(인센티브)만 제공하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출산을 많이 할 것으로 착각하는데, 바로 이것이 가장 곤란한 점이자 함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사회 일반에서, 여성의 출산(여성을 출산기계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한 인구 문제에 그토록 매달릴까?

‘여성’에서 비롯된 ‘사람’이 자본을 먹여 살린다고 보는 새로운 ‘눈’

첫째, 근대 국가의 3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이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다. 사실, 원칙적으로 보면, 민중은 국가 없이도 존재는 가능하지만 국가는 민중 없이 존재 자체가 안 된다. 따라서 국가 경영자 입장에서는 국민이 왕성하게 재생산되는 것이 필수다.

둘째, 국가 경영을 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가? 여러 재원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은 세금이다. 그 세금의 핵심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이 이윤을 벌고, 또 노동이 임금을 버는 데서 나온다. 노동자의 임금은 근로소득세의 원천이요, 자본가의 이윤은 법인세의 원천이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상품이나 거래에는 부가세 같은 게 붙는다. 또 개인이건 기업이건 재산세를 낸다. 세대교체가 될 때는 상속세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세금을 구성하고 국가 전체를 먹여 살린다. 특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부터 동사무소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무원들을 먹여 살린다. 결국, 국민이 많아져야 노동력이 많아질 것이고 노동이나 자본에서 나오는 세금이 확충된다.

셋째, 일단 자본주의 사회는 겉으로 보면 자본이 노동력을 고용하니까 자본이 노동을 먹여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총체적으로 보면, 또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자가 대를 이어 노동을 하지 않으면, 또 대를 이어 상품을 사주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버티지 못한다.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사실, 지금도 상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걸 사줄 구매력이 없어서 ‘돈맥경화’ 현상까지 나온 게 아닌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5만원 생활지원금’ 아이디어에 수많은 이들이 동조하는 것 역시 이런 돈맥경화를 서둘러 해소하자는 얘기 아니겠는가? 여기서도 알다시피, 자본이 노동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노동이 자본을 먹여 살린다고 보는 게 사태의 진실에 접근하는 길이다. 노동자는 곧 소비자이니, 결국 사람이 자본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성을 당연히 ‘출산기계’처럼 생각하고, 아이를 당연히 낳아야 한다면서도 정작 여성과 남성, 아이들과 어른들, 즉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아이들과 어른들, 즉 사람이 행복해야 문제가 풀린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직원이 작업 중 감전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와 공사의 사과와 엄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4.6.17.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직원이 작업 중 감전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와 공사의 사과와 엄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4.6.17. 연합뉴스

사람이 행복한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걱정 않는다

만일 발상을 전환해 이런 사태의 진실을 진지하게 수용하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나올 것이다. 즉, 한 아이가 태어나 (스트레스 아닌 해피니스의 느낌으로) 행복하게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혈기 왕성할 때 사회경제 활동을 보람 있게 하다가, 언젠가 인생을 마무리할 무렵, ‘그동안 참 행복하게 살았노라, 그래서 정말 고마웠노라’ 하면서 나비처럼 훌훌 날아갈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든다면 굳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저절로 잘 알아서 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시각을 갖지 않고 여성을 ‘출산기계’로 전제한 위에서 속물처럼 “지난 10년 간 100조 원이나 투입했는데 무용지물” 식의 발상은 그야말로 그 자체가 헛수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분명해졌다. 인구 문제, 특히 저출산 문제를 단지 노동력 부족이나 세수 부족 차원에서 볼 게 아니라 임신, 출산, 경제활동을 둘러싼 사회정치적인 문제, 특히 출산과 양육이 정말 인간적으로 가능한 사회적 여건을 충분히 구축했는지 하는 차원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온갖 권력 쟁투나 이권 관계 차원을 넘어, 진심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면 모두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는 얘기다. 이런 시각을 고치지 않는 한,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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