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매출 261만 원, 영업이익은 –2202만 원
'미디어아라리' 대표 김태민 씨 2개 매체 운영
'국악신문사' 1월 기사 8건…천공 인터뷰 포함
'대한자치저널'도 김 씨가 쓴 천공 머릿기사로
통일TV 퇴출에 "정치적 음모" "언론 장악" 비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본명 이병철)의 IPTV 진출이 무산되고, KT가 난데없이 통일TV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정치적 음모’ ‘언론장악 음모’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IPTV에 진출하려면 채널 1개가 빠져야 다른 채널 1개가 진입할 수 있다. 통일TV 퇴출을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천공의 방송 진출을 막후에서 작업한 회사로 알려진 미디어아라리라는 회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아라리는 2011년 6월 23일 설립된 회사로, 업종은 ‘신문, 잡지 및 정기간행물 출판업’이다.
취업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정보 가운데 가장 최근치인 2018년 기준 매출액은 261만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은 –2202만 원이다.
미디어아라리의 대표는 김태민 씨다. JBS TV의 대표로서 이번 ‘천공의 방송 진출’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개국을 앞두고 천공스승을 일종의 주력상품으로 준비했다”며 “(천공의 방송을) 색안경 끼지 말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지만 천공의 방송 데뷔는 결국 실패했다.
김태민 씨는 국악신문사(비슷한 이름의 ‘국악신문’과는 다른 매체)와 대한자치저널이라는 인터넷 신문사를 경영하고 있다. 국악신문사 홈페이지에는 김 씨가 대표이자 발행인겸 편집인으로 소개돼있다. 대한자치저널은 김태민 씨가 발행인, 정모 씨가 대표로 돼있다.
국악신문사가 금년 1월 한달동안 출고한 기사는 31일 현재 통틀어 8건에 불과하다. 일주일에 2번 꼴로 새로운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그마저 국악 관련 기사는 1건에 불과하다. 뜬금없는 찜질방 소개 기사가 보일 정도다.
최신 기사 6번째는 지난 20일 게재된 <왜 ‘천공스승’이라 부르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다. 김태민 대표가 직접 천공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다.
왜 ‘천공스승’으로 불리는지 질문하니 천공은 이렇게 답하고 있다. “세상을 둘러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다 보니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스승이다. 바르게 활동을 하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스승이라고 하니까 스승이 되었다.” 천공은 “지금은 지식 사회이기 때문에 바르게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도 한다. ‘지식 사회’와 ‘바른 삶’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천공은 ‘한국인이 세계에서 불평불만이 많다’는 주장도 한다. “내가 잘못 살아서 어려운데 전부 남 탓으로 돌려 불평불만을 한다. 내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돌아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을 하니까 어려워진다. 불평불만 하면서 살면 누구든지 방법이 없다. 국민들이 총체적으로 불평불만 하는 병이 걸렸다. 세계에서 이만큼 불평불만을 많이 하는 민족이 없다.”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내가 잘못 살아서 어렵다’는 말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잘못 살았기 때문’이란 뜻 아닌가.
김태민 대표는 지난해 7월 28일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천공스승 그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는 이 기사에서 천공을 ‘지혜자’로 칭송하며 “(천공의) 정법강좌를 통하여 교육받는 사람들도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고 한다”고 썼다.
또다른 매체인 대한자치저널도 매한가지다. 지난 2021년 10월 26일 첫 기사를 내보낸 뒤로 31일 현재 전체 누적 기사는 410 건에 불과하다. 정치-사회면 기사는 올해 들어 1건도 없다. 경제면을 보면 지난해 11월 15일의 <하이트진로, 제 11회 ‘아름다운 하루’ 나눔 바자회 성료>가 마지막 기사다.
이 매체도 역시 천공 기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에 게재된 <세계종합무도협회, 총재 취임식 및 무도 대회 선포식>이라는 기사다. 내용을 보니 ‘마스터 천공 대회컵 세계종합무도대회 선포식’ 관련 기사다. 두 달 전 기사인데 다른 5건의 기사와 함께 여전히 머릿기사로 실려 있다. 역시 ‘김태민 기자’의 글이다.
업력(業力)이 이 지경인 회사가 어떻게 방송 진출을 꾀할 수 있었을까. KT가 검증은 했을까. 검증을 하고도 방송국의 문을 열어줬다면 더 큰 문제 아닌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KT의 검증을 검증해야 한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TV를 빼고 대신 ‘천공 방송’을 넣으려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통일TV는 지난해 7월 20일 KT와 계약을 맺고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방송 5개월 여만인 지난 18일 난데없이 방송 중단 통보를 받았다. 케이블TV, IPTV 30년 역사 초유의 일이다.
진천규 통일TV 대표는 KT측의 계약 해지 절차가 대단히 비상식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월 18일 오후 5시 KT 측이 공문을 들고 왔다. 그리곤 2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7시에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것도 두 시간만에 계약해지 통보와 송출 중단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셈이다.
이에 앞서, IPTV를 심의하는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담당자는 지난 10일 갑자기 통일TV에 “민원이 들어왔다”며 “1월 8일 낮 12시부터 한 시간 방송분 원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역시 초유의 일이다.
KT측의 계약해지 사유는 뭘까. ‘북한 이념 및 체제의 우월성 선전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T측은 통일TV측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특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JBS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록조차 안 돼 있는 회사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보면 KT는 기본적인 사전 검토도 없이 방송을 허가해준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정치적 음모,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계에서는 최근의 더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무리한 압수수색과 궤를 같이한다는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든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9일 <통일TV 내쫓고 ‘천공방송’ 편성한 KT, 미등록 JBS 퇴출하라>라는 논평을 통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목격한 것은 공영방송이든 신생매체든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표적감사, 세무조사, 압수수색, 강제수사, 지원삭감, 송출중단 등 전방위적 언론탄압뿐”이라며 “KT가 윤 대통령 멘토를 자처한 유튜버 천공 강연을 IPTV 서비스에 편성하려다 거센 비판이 일자 취소한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창현 통일TV 방송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기막힌 정부인가”라고 개탄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퇴출에도 절차가 있다. 이런 절차 무시, 당일 통보 당일 퇴출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은 페이스북에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과 학교 교육, 기업과 협동농장 등 운영 사례 등을 중심으로 남한 국민들이 전혀 몰랐던 북측 사회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북한 바로 알기 방송’을 중단시켰다”며 “정부기관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통일TV는 “진행자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발언을 한 적이 없고, 편견 없이 북한을 바라보자는 게 프로그램 취지”라며 KT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천공의 방송 진출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공교롭다는 말로는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제 KT와 방심위가 이번 사태에 대해 답할 차례다. 어쩌면 더 ‘윗선’이 답해야 할지도 모른다. 온갖 유형의 각양각색 언론 탄압이 이 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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