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산 쌀 수입 사상최대 기록

일본 쌀 소동의 주 원인은 쌀 생산 부족

쌀 소동 해소와 기후위기 대응 위해 증산키로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한국의 쌀 소비 감소 추세

벼들이 한창 자라고 있는 7월의 경기도 이천의 논.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벼들이 한창 자라고 있는 7월의 경기도 이천의 논.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주식용 쌀 부족과 가격폭등으로 ‘레이와(연호) 쌀 소동’을 겪은 일본이 이제까지의 쌀 생산 억제정책을 버리고 증산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5일 총리관저에서 쌀 관련 각료회의를 열어 “증산 쪽으로의 정책전환”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전했다. “농가가 의욕적으로 쌀 증산에 나설 수 있도록 일본 국내소비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에 이어 7월 각료회의에서 “의욕있는 생산자들에게 소득을 확보해 줌으로써 불안없이 증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쌀 정책”에 대해 언급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본 국내의 5kg당 쌀 가격 추이(위). 단위:엔.  아래는 일본의 올해 한국산 쌀 수입량 추이. 단위:톤.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일본 국내의 5kg당 쌀 가격 추이(위). 단위:엔.  아래는 일본의 올해 한국산 쌀 수입량 추이. 단위:톤.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올해 상반기 한국산 쌀 수입 사상최대 기록

한편 일본은 올해 상반기에 한국산 쌀 수입이 급증해 통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의 한국산 쌀 수입은 1~6월에만 416톤으로, 후쿠시마 쓰나미와 원전사고 재난 때 구호물자용으로 도입된 2012년의 16톤이 최대치였으나 올해 상반기 6개월 수입량만 그 26배에 달했다고 <닛케이>가 4일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산 쌀 수입이 급증한 것은 ‘쌀 소동’에 따른 쌀값 폭등 때문에 관세로 인한 가격인상분(1kg당 341엔=약 3212원)을 포함해도 한국산 수입쌀이 일본산 쌀과 가격대가 거의 같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농수산성에 따르면 값이 가장 비쌌던 지난 5월의 쌀 평균 판매가격은 5kg에 4200엔(약 3만 9500원)으로, 지난해의 2배였다. 한국 농협에 따르면,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판매된 한국산 쌀 가격은 4kg에 4000엔(약 3만 7600원)으로 일본산 쌀보다 더 쌌다.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한국산 쌀은 찰기가 있고 쫀득쫀득한 식감의 단립종(자포니카)이 주류여서 일본산 쌀과 별로 다를 게 없고, 고시히카리와 아키바레 등 일본 유래 품종들도 한국에서 재배돼 왔다. 최근에는 이른 특성을 더 발전시킨 신품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닛케이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 시내 슈퍼마켓에서는 현지산 쌀이 10kg에 4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런 쌀을 사들고 귀국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하동군은 지난 5월 현지 생산 쌀을 처음으로 일본에 80톤 출하했으며, 올해 안에 200톤을 더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일본의 주식용 쌀 생산 추이. 옅은 파란색은 수요량, 짙은 파란색은 생산량. 최근 몇 해 동안 쌀 수요량이  늘면서 급감하던 생산량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단위:만 톤.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일본의 주식용 쌀 생산 추이. 옅은 파란색은 수요량, 짙은 파란색은 생산량. 최근 몇 해 동안 쌀 수요량이  늘면서 급감하던 생산량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단위:만 톤.   일본경제신문 8월 5일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한국의 쌀 소비 감소 추세

<닛케이>는 한국에서는 쌀이 계속 남아도는 게 문제인데, 주로 외식 증가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식생활상의 변화 때문이라며, 한일 두 나라의 쌀 소비량을 비교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4년의 경우 55.8kg로, 2000년의 93.6kg에 비해 40%나 줄었으나, 일본은 같은 시기에 64.6kg에서 51.5kg으로 줄어, 한국인들의 쌀 소비량 감소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최근 매년 20만 톤 이상 쌀 과잉생산 상태가 이어져, 한국정부는 올해 전국 쌀 경작면적의 11%에 이르는 8만ha(헥타)를 줄이고, 다른 작물로의 전환도 추진한다면서, 그럼에도 줄어드는 경작지는 매년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함께 기후변동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쌀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는 쌀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갈 경우 과잉생산분을 모두 정부가 사들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지금 일본 정계에서 논의 중인 쌀 수입보험 확충, 소득 보상 직접지불제도가 그것과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쌀이 증산되더라도 가격을 보장해 쌀 증산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장치다.

일본 쌀 소동의 주 원인은 쌀 생산 부족

일본 농수산성은 지난 7월 30일 2024년에 일본의 주식용 쌀 수요량은 711만 톤으로 늘었으나 생산량은 679만 톤으로, 32만 톤의 생산부족 상태였다는 추산치를 발표했다. 2021~24년 4년간 총 98만 톤의 쌀이 부족했다. 농수산성의 이런 발표는 최근의 일본 쌀 소동의 주요 원인이 쌀 생산 및 공급 부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까지 일본의 최근 쌀 소동 원인으로는 2023년 폭염으로 인한 쌀 품질 저하와 농가 고령화와 이농에 따른 생산기반 침하로 생산량이 감소한 것 외에 외래 관광객의 증가와 외식산업 수요 증가, 쌀 비축 증가, 복잡한 유통구조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인건비 및 물류비 인상, 정부의 쌀 생산 억제정책 등이 거론돼 왔다.

쌀 생산 억제에서 증산 쪽으로

일본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쌀 소동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쌀 생산 억제정책을 생산 증대 쪽으로 정반대로 바꾸는 방향전환을 하려 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내년(2027년)으로 예정돼 있는 쌀 생산 정책(水田政策) 재검토를 겨냥해 이제까지의 정책이 사실상 “쌀 농사를 짓지 마라”는 자세가 강했다는 생각을 피력하면서 쌀 생산을 장려해 증산하는 쪽으로 지원방향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런 총리의 방침에 따라 2026년 여름까지 향후의 쌀 생산 정책 골격을 새로 확정할 예정이다. 지금 일본에는 주식용 쌀에서 사료용 쌀이나 보리, 콩 등으로 전환하도록 장려하는 제도가 있고, 수요 예측에 따라 주식용 쌀 생산을 조정하는 “사실상의 쌀 생산 억제정책”이 실행돼 왔다.

5일의 회의에서는 억제를 증산 쪽으로 바꾸고, 농지의 집약화와 대규모화가 어려운 중산간 지역의 경우 물을 적게 쓰는 농법, 논에 물을 대지 않고 볍씨를 직파하는 품종 개발 등 환경에 적합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 신설 등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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