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총장 9개월만에 중도퇴진…뒤끝 입장문
양석조도 사직인사 빌어 새정부 검찰개혁 비판
'한동훈 무혐의' 지휘 정진우, 중앙지검장 거론
'검사인사 총괄' 검찰국장에 친윤 성상헌 유력
성상헌, 이진수 차관과 영동고-서울법대 학연
검찰개혁을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민정수석 인사를 단행한 지 이틀 만에 심우정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6기),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28기), 양석조 동부지검장(29기) 등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됐던 검찰 수뇌부 인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심 총장과 양 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냈다.
이러한 가운데, 이르면 1일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에 잔류하고 있는 친윤계 고위직 검사들의 인사 이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호위무사' 심우정 사의…취임 9개월 만
입장문 내고 새 정부 검찰개혁 우회적으로 비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은 전날인 30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의 총장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약 9개월 만에 떠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심 총장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각종 비위 의혹 등에 대해 사실상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 '말 잘 듣는 기획통' 출신이라는 속설답게 대통령 부부의 비위 혐의 수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살아있는 권력든 어떤 권력이든 동일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된다"던 심 총장은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침묵했다.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까지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국회에서 항고하면 수사 지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 국면에서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자 즉시 항고포기를 해 내란 혐의자가 백주에 거리를 활보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는 최근 윤석열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질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특검 수사선상에도 올라있다.
그간 살아있는 권력에 침묵하고 충성한 심 총장은 언론을 통해 이날 본인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지자, 오후 3시쯤 186자(공백 제외)의 짧은 입장문을 내고 새 정부의 검찰개혁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심 총장은 '검찰총장 사직 입장문'에서 "형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다.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새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심 총장이 짧은 입장문으로 자신의 입장을 먼저 밝힌 뒤, 오는 2일 퇴임식에서 새 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해 성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응석·이진동·양석조 등 친윤 검사들도 줄사표
양석조, 사직 인사 올리며 수사·기소 분리 비판
'찐윤 검사'로 불린 신응석 남부지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길상지지(吉祥止止).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며 27년간 걸어온 검사로서의 길을 이제 멈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신 지검장은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형사 3부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 뒤에는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영전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4·10 총선 직후엔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를 소환하는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물갈이되자, 여의도를 관할하고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남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윤석열 심복들이 남부지검으로 이동해 사건을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신 지검장이 이끈 남부지검은 지난 대선 기간 김건희와 건진법사 등이 연루된 통일교 청탁 의혹을 뒤늦게 본격화했다. 이재명 출범 뒤엔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과 영등포고-고대 법대 인연이 드러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인사 기용에 대해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신응석과 함께 윤석열의 '오른팔·왼팔'로 불렸던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28기)도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장검사는 윤석열과 함께 대검 중수부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했었다. 그는 2017년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을 맡으며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과 합을 맞췄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동부지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양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중수부 후신) 선임연구관,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무혐의'를 주장하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했다는 '상갓집 항명 사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특수통' 출신인 양 검사장도 사직 인사와 함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형사사법에 종사한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로서 짧게나마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기관 간 책임의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이리저리 헤매던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더 큰 마음의 화상을 입어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 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 상태도 솔직히 우려된다"며 "이미 실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장급인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30기)도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전에 거취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무혐의' 지휘 정진우, 중앙지검장 거론
'검사인사 총괄' 검찰국장에 친윤 성상헌 유력
성산헌, 이진수 차관과 영동고-서울법대 학연
한편 법무부 장·차관, 민정수석 인사가 정해지고 검찰 고위직의 줄사퇴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가 이르면 이날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표가 수리돼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지검에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29기)이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21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 2022년 대검 과학수사부장, 2023년 춘천지검장 등을 지냈다. 그 역시 친윤으로 분류돼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국회에서 검찰독재 인적청산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정 지검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시절 이른바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을 무혐의 처분하고, 김학의와 연관된 이른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에서 이규원 전 검사, 김용민 의원 등을 수사해 이규원을 기소했던 사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특수통 출신의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성상헌 대전지검장(30기)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성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를 지내는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2022년 7월 서울지검 1차장으로 승진해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지난 2023년 1월 입장문을 내고 "전임 정부 산업부 등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를 지휘했던 그(성상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2인자로 발탁됐다"면서, 성 지검장을 '특수통 출신 윤석열 사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성 지검장은 서울 영동고-서울 법대 출신로, 친윤 검사인 이진수 신임 법무부 차관(29기)과 같은 '영동고-서울 법대' 학연으로 묶인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학연 등으로 엮인 과거 친윤 라인들이 검사 인사를 좌우하는 핵심 보직을 꿰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진수 차관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의식하듯 지난달 30일 취임사에서 "그동안 검찰 수사가 공정과 형평, 절제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수사권 남용이나 편파수사 논란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검찰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과오도 있었음을 겸허한 자세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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