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야 설전
국힘, 비상계엄 직전 민주당회의 빌미로 민주당탓
"관련법 개정 선행돼야 한다"를 "반대했다"고 주장
비상계엄 소용돌이 휩싸이며 후속논의 실종
이종석 "원장 되면 간첩법 개정 밀고 나갈 것"
이종석 국가정보원 인사청문회에서는 '간첩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강조됐다. 간첩법 개정은 '적국'의 범위를 확대해 '북한 간첩'외 다른 나라 간첩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취지다. 간첩법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해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민주당 때문에 간첩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종석 국가정보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회에서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공개됐으며, 그 이후는 국정원 특성상 대북 정보 등 민감한 현안이 포함된 정책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기 외교안보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외교통일안보 분야 인수위원을 했다. 이후 50세의 젊은 나이에 통일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대북정책을 관장했다. 그는 2021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시기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기도 했다.
오전 청문회에서는 형법 제98조(간첩)에 대한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쟁점이 됐다. 형법 제98조(간첩)에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현재 간첩죄에서 규정하는 적국의 범위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북한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간첩죄 개정에 대해선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간첩법은 반드시 빠른 시간 내 개정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단순히 북한만 적국이 아니라 우리가 산업 스파이라는 게 있지 않냐"며 "지금은 국익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여러 나라들이 우리에 대해 적대적 탐지를(하는 것을) 죄로 다스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보수 언론이나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은 간첩법을 반대한다'고 한다"며 "박지원도 간첩법 개정안을 내놨는데 그런 흑색선전을 한다. 원장으로 취임하면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느끼시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임 원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니 국정원도 확실히 밀고 나가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민주당 때문에 간첩법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이 무단으로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례가 있다"며 "국정원을 대상으로 (촬영을) 시도한 적도 있는데 처벌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형법 제98조의) 주적이 북한뿐 아니라 외국에 확대해야 하는데 이게 왜 빨리 안 이뤄지는지 아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 일부 반대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 10명과 민주당 의원 5명이 간첩법을 발의했고 작년 12월에 완전히 통일된 안까지 만들었다"며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가 (법안을) 갑자기 멈췄다. 국정원장이 되면 민주당과 협의해서 간첩법을 개정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의회에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간첩법 발의를 멈췄다'는 이성권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전에 열린 민주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간첩법이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 간첩법 개정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 개정이 선행되야 한다고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런 민주당의 방침은 같은 날 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발표로 더이상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쪽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간첩법 개정 논의가 중단된 사실을 외면하고 민주당 책임이라고 덮어씌우는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것을 그 이유 중 하나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각종 커뮤니티에 퍼진 가짜뉴스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당은 간첩법 개정을 반대한 사실이 없다.
윤석열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외국 등을 위해 간첩한 자도 처벌하는 등으로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들을 발의했다"며 "2024년 11월 13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여당 및 야당 소속 국회의원 발의 형법 개정안들을 반영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심사됐으므로, 민주당이 위와 같은 형법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간첩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두고 여야 논란이 있었지만 모두 이 법의 개정에는 뜻을 같이하는 것에는 변함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과분한 소임을 저에게 맡기신 뜻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통상 파고 속에서 국익을 지키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임무로 '평화 구축'을 뽑으며 "평화는 강력한 국방력과 그에 바탕을 둔 대화 협상의 두 개의 바퀴가 선순환하며 증진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실사구시를 모토로 삼아 실제 사정을 따져 바른 답을 구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국정원장직을 맡게 된다면 국가 안보를 지키고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평화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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