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위한 모든 시스템 무너뜨린 윤석열

이재명 정부, ‘함께 잘 사는 나라’는 어떻게 다를까

성장 위한 ‘기업 규제 합리화’ 만으론 한계 분명

인류 공생 위한 ‘생태민주주의 모델’ 앞장서야

자본주의의 ‘합리화’ 정도로는 ‘기본사회’ 어려워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쓴 채 대선 토론회에 나왔을 때부터 유권자 대다수가 알아챘어야 했다. 그걸 잘 알아차리지 못한 결과 윤석열도 망했고 5200만 국민들도 지난 6개월간 ‘식겁’했다. 하마터면 1980년 광주학살이 전국적인 규모로 자행될 뻔했다. 1940년대 독일 나치의 강제노동수용소와 홀로코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끔찍한 일이었다. 그나마 가장 앞장섰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 그를 따른 용감한 시민들, 그리고 ‘소극적’ 대응을 했던 군인들이 5200만 국민을 구했다! 이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던 장순욱 변호사(윤석열 탄핵 시 국회 측 대리인)의 말이 정말 포근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다. 내란 내지 셀프-쿠데타를 지지하지 않았던 모든 국민들, 나아가 내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광장으로 달려 나간 모든 시민들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누릴 권리가 있다. 오래도록!

‘자유민주주의’ 망치고 스스로 몰락한 ‘공정과 상식’의 화신

찬찬히 되돌아보면, 윤석열은 대통령은커녕 검사로서도 많이 부족했다. 민주공화국에서 ‘왕’의 꿈을 꾸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상쩍긴 했지만, 검사로서도 스스로 ‘검사 선서’를 배신했다. 원래 검사들이 그 출발점에서 엄숙히 맹세하는 검사 선서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사람인 이상 이런 선서를 100% 충족시키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하는 흔적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 특검 당시 윤석열과 박영수 팀은 언론의 과도한 각광을 받으며 마치 ‘정의의 검사들’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속으로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밖으로는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해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당당하게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배신했으며, 마침내 (자본과 언론, ‘국힘당’ 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울 적임자로 ‘포장’되었고 인기 상품처럼 부각됐다. 그 무렵, 윤석열은 김건희와 함께 한창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등에 직·간접 연결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을 과감하게 읍참마속을 못해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윤석열 역시 깊은 고민 없이 주구장창 외쳐댄 ‘자유민주주의’를 앞장서서 망치는 바람에 스스로 망했다. 원래 자유민주주의란 자본주의 사회경제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정치 이념으로 등장, 발전해 왔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한국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하고 있음을 천명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체적 내용으로 “기본인권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가 곧 자본주의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라는 토대 위에 성립되어 그 토대를 보호하는 상부구조가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법권 독립 등이며,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본인권 존중”(자유권, 평등권, 복지권, 환경권 등)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헌법 1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자본주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조차 국민의 집단 의지에 따라 다소 변할 수 있다(권위적 형태, 자유적 형태, 복지적 형태, 친환경 형태). 그러나 언제나 그 목적은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에 나오듯) 국민 행복 증진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 를 들어 보이며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5.2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 를 들어 보이며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5.29 연합뉴스

윤석열의 폐허 위에 펼쳐진 ‘잘사니즘’ 플래카드

이러한 기본 ‘상식’을 전제한 위에서 윤석열의 그간 행적과 태도를 보면 전혀 ‘자유민주주의자’라 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 온갖 범죄 행위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무마, 주가 조작, 위법한 수사, 불법 여론조사, 국힘당 공천 개입, 허위 사실 유포, 채상병 수사 왜곡, 법관 사찰과 블랙리스트, 고발 사주 등),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책무조차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예, 헌법 33조의 노동3권 무시, 가짜 출근, 탈법적 대통령실 이전과 관저 내 온갖 시설물 설치, 탈법적 예산 낭비, 민주당 중심의 의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 지난 총선을 ‘불법선거’로 매도, 남북한 긴장 조장, 사법권 독립 훼손 등).

마침내 2024년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김건희와 자신의 비리를 은폐·엄폐하고 국힘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비상대책이었지만 결국은 자신을 죽이는 최악의 비상약이었다. 이럴 때 쓰는 영어 표현이 “You are your own worst enemy.”(네가 자신에게 최악의 적)이란 말인데, 간단히, 자승자박이다!

윤석열의 내란 종식과 ‘잘사니즘’을 핵심으로 하는 기본사회 건설을 목표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정부가 ‘꼭’ 성공하길 빈다. 그것은 이재명 개인이 (아무런 ‘빽’도 없이) 소년공 시절부터 시작해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까지 당당히 하고 마침내 21대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 개인적 성취조차 감동적이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는 처음엔 아무런 ‘빽’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자기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빽’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그 비결은 진실과 양심, 결단과 포용의 태도였다.

정권 아니라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

그러나 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비는 또 다른 이유는 민주주의의 발전 차원에서다. 내 어린 시절엔 박정희가 장기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고 시행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란 구호를 썼다. 당시 우리들은 뜻도 모르고 그런 글자가 새겨진 ‘깃’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커서 보니, 그런 게 나치 하 히틀러식 문화(파시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걸 시킨 교육부, 교육감, 교육장, 교장, 교사들이 한편으론 한심하면서도 다른 편으론 불쌍하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그런 시절, 시절들…. 또, 정권 유지와 연장을 위해 무슨 짓이든 일삼았던 탐욕의 무리들….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이재명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말 이 말처럼 명실상부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 취임 연설, 취임 후 행보, 국정기획위원회 인선 등을 보면 내심 걱정이 하나씩 솟구친다. 그것은 이재명의 ‘잘사니즘’과 ‘기본 사회’ 구상이 내란 극복을 넘어 일관성 있게 ‘민주주의’를 고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나는 내 이야기가 기우에 불과하기를 기도한다. 그럼에도 잘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해야겠다.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했으니까. (다만, 보수-극우 언론이 이재명 정부를 헐뜯기 위해 내 글을 함부로 발췌, 인용하는 것은 절대 사절이다!)

‘코스피 5000시대’가 과연 ‘함께 잘 사는 나라’ 만들 수 있을까?

첫째, 대통령이 강조하는 ‘코스피 5000시대’가 과연 ‘함께 잘 사는 나라’와 조화로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코스피(KOSPI)란 한국 주식시장에서 쓰는 종합주가지수이다. 그것은 주식 거래 총액과 주식 종류 수를 반영해 계산된다. 주식 종류 수 대비 거래 횟수나 거래 총액이 오를수록 코스피는 상승한다. 대선 이전엔 코스피 지수가 2500 내외였는데 현재는 2900대로 올랐다. 대주주의 전횡이나 주가 조작 세력의 준동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상법 개정안)를 이 대통령도 지지한다. 그래서 많은 지지자들과 상당수 언론은 ‘역시 이재명’이라며 환호한다. 대통령 스스로도 예전에 생계를 위해 “조선업종이나 방산업종 주식”을 산 바 있으며, 만일 지금도 갖고 있었다면 3배는 뛰었을 것이라 했다. 여기까지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 내지 주가라는 것이 어떤 원리 위에서 작동하느냐 하는 점인데, 이것이 장기적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례로, 어떤 주식의 주가가 정상적으로 상승하려면 해당 기업의 수익성(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측돼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비용 요인은 줄이고 산출 요인은 키워야 한다. 비용 요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원료비, 부품비, 인건비다. 원료비를 줄이려면 자연(생태계)을 파헤쳐야 하고, 부품비를 줄이려면 납품 단가를 후려쳐야 한다. 또, 인건비를 줄이려고 정리해고나 성과 경쟁,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야 한다. 농산물 가격 억제나 노조 활동 억압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방책이 된다. 오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편법이다. 한편, 산출 요인을 키우려면 같은 비용을 들이고서도 노동 강도를 강화하거나 노동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그 와중에 농민 생계, 노동자 건강, 노동3권 등은 피해를 입기 쉽다. 주가가 오르고 ‘코스피 5000’ 시대가 오는 반면, 모두 ‘함께’ 잘 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과거 박근혜 정부 때처럼 ‘빚내서 집 사라!’ 식의 아이디어를 주식시장에 적용, ‘빚내서 주식 사라!’(이른바 ‘영끌’ 투자)가 되면, 그걸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극소수의 승자 외에 대다수의 패자가 나오게 되면 사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돈 벌 때는 그렇게 감사해 하지 않으면서도, 돈 잃으면 ‘이재명 탓’을 하기 쉽다.) 그래서 ‘코스피 5000시대’와 ‘함께 잘 사는 나라’ 간의 조화는 (당분간 비합리적인 요인 제거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오래 가면) 자칫 ‘일장춘몽’으로 끝날 소지가 크다. 주식시장은 결코 황금어장이나 엘도라도가 아니다!

‘힘차게 성장’ 보다는 ‘조금 먹고 조금 싸자’가 정답 아닐까?

둘째, 이재명 대통령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 기후위기와 관련, 에너지 전환에도 관심이 많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회복과 성장’이란 아이디어나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다소 부족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 위에서 수만 년 이상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최근 들어 (자본주의 경제성장이 지나친 결과) ‘지구위험한계선’ 내지 ‘6차 대멸종’ 같은 얘기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각국에는 아직도 절대 빈곤층이 대거 존재한다. 이들을 우리의 잣대로 ‘절대빈곤층’이라 보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기본 생활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수십 억). 곰곰 따지고 보면, 이들은 처음부터 게으르거나 운명이 그래서가 아니라, 국내의 지배자들이나 해외의 (신)제국주의자들이 약탈, 수탈, 착취를 해서 그렇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의 해법은 ‘나눔과 돌봄’이다. 일례로 ‘G30’ 같이 좀 잘 사는 나라들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들을 재정적, 기술적으로 도와주면서 스스로 ‘세계의 표준이 되는 생활방식’을 모범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 표준’이란 미국의 월가가 말하는 표준(자본증식에 도움 되도록 구조조정 강제)이 아니라 기후위기나 6차 대멸종을 예방하고 인류가 지속 가능하게 공생하기 위한 ‘생태민주주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복잡한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금 먹고 조금 싸자’의 철학이다. 이런 철학에 공감하는 세계 각국과 광범위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삶의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ㄴ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ㄴ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기업 규제 합리화’만으론 해결 못하는 인류와 지구의 위기

내 아이디어가 정답은 아닐지라도 큰 방향성은 그렇게 가야 지구와 인류가 산다. 물론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토론과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나 중동 전쟁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대안의 실현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러나 진정 ‘지구적 공생’을 원한다면 이런 구상에 동의하는 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한편에선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편에서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경제성장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대통령은 6월 13일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엘지(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와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기에 “불필요하거나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를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고 “공정 시장 경제 조성을 위한 규제나 생명·안전을 지키는 규제는 강화할 예정”이라 했다. 동시에 “더 이상 부당한 특혜나 착취 등의 방법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과거의 특혜나 착취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촉구했다. 물론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요약하면 ‘규제의 합리화(현대화)’!

이는 자본주의 경제성장 ‘안’에서 비합리적인 부분을 합리적으로 재편할 뿐, 자본주의 경제성장 ‘자체’의 비합리성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의 주범인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는 자본주의 상품 생산 공정과 그를 뒷받침하는 발전소 등에서 주로 나온다. GDP나 GNP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할수록 인류나 지구의 생존 자체가 위험에 처하는 이 불합리(!)를 그대로 둔 채, 단지 황제경영이나 특혜와 착취, 비리와 유착 등만 규제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기에 ‘위기의 핵심도 바로 기업’이다. 물론, 그 기업을 믿고 따라온 우리 모두도 기후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 따라서 자원 고갈, 각종 오염, 기후위기, 6차 대멸종 등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를 온 나라가 진지하게 토론해야 함은 물론, G7 같은 국제무대에서도 ‘선도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이 K-민주주의를 세계화하는 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남미의 에콰도르 같은 나라들(2008년 생태헌법을 만들어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고 국립공원 안의 석유 개발조차 기후위기 예방을 위해 절제하겠다고 선언)과 국제 연대를 해나가면서 점차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진정 세계를 선도하는 방법이다.

‘호텔 경제학’의 돈은 이윤 추구를 위한 돈과 다르다

셋째, 대선 국면에서 다시 등장한 이재명의 ‘호텔 경제학’ 비유는 매우 흥미로웠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렀다. 실제로 이는 ‘전 국민 생계비 지원’ 아이디어와 잘 부합한다. 그러나 이 비유는 돈이 가진 여러 기능 중 교환 내지 유통 기능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같은 돈이라도 사람들의 기본 욕구 충족을 위해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돈’(축적 기능, 증식 기능)이 되는 순간부터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바로, 대통령이 말한,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란 얘기와 연결된다. 즉, 기업이 투자하는 돈은 ‘호텔 경제학’ 비유에 나오는, ‘선순환’ 기능의 돈과는 성질이 다르다. 기업이 투자하는 돈은 (사람들의 필요·욕구 충족이 아니라) 오직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다. 이렇게 본다면, ‘호텔 경제학’ 정도의 자본주의 이해로는 엄중한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제대로 맞서기 힘들다는 얘기가 된다. 돈의 세계는 정말 만만찮다.

‘호텔 경제학’에서 돈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처럼 건강한 살림살이 경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우리 몸에서 피가 잘 돌지 않으면 동맥경화로 생명을 잃는다. 온 사회도 돈(자원)이 잘 순환하지 않으면 ‘돈맥경화’가 와서 위기·파국이 온다. 실제 자본주의 경제도 그렇다. 그러나 이건 유통 측면만 본 것이다. 여기서 돈이란 대체로 등가교환의 기능, 유통을 돕는 기능을 한다. 유통에선 ‘파이’가 ‘성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생산’ 측면이다.

즉, 자본주의 경제의 주류, 즉 기업들이 투자한 돈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입된 돈’(자본)이다. 자본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인간 노동력을 고용해 잉여가치(인건비인 ‘밥값’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상품 속에 만들게(잉여가치의 ‘생산’) 한 뒤 이 상품을 시장에서 팔아 이윤을 남기는(잉여가치의 실현)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돈이 ‘호텔 경제학’에서와 달리 단지 자원 순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인간 노동력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되는 점, 그리고 자본의 지속적 축적을 위한 수단이란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방앗간에서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방앗간에서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더 벌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돈의 ‘관계성’

그래서 실제 자본주의 경제는 ‘호텔 경제학’엔 나오지 않는 전쟁무기나 핵발전소, 암이나 미세 플라스틱 유발 물질 같은 것도 대량 생산, 판매한다. 돈(이윤)이 되면 그 무엇이건 만들어 판다. 이게 자본이 추구하는 가치다. 심하면 중동처럼 전쟁도 불사한다. 전쟁은 (자본증식에 절호의 찬스인데) 한편으론 (고가의) 무기 상품 판매 시장이며, 다른 편으론 재건 사업(건설·토목)을 위한 전초전이다. 소름 돋는다! (윤석열과 이종호 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복구 사업에 ‘삼부토건’을 참여시키면서 ‘주가 조작’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면에서 자본은 단지 사물이 아니라 ‘관계’이다. 여기서 자본(돈)이 ‘관계’라는 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자연에 대한 지배관계, 노동에 대한 지휘와 명령(종속)관계, 생산된 잉여가치에 대한 착취관계, 나아가 우리 인간들이 구체적인 삶의 질이나 삶의 결보다 ‘추상적 가치’인 돈의 수량을 ‘본능적으로’ 중시하는 관계, 내면보다 외면을 중시하는 관계, 삶의 근본 이치나 사람됨의 도리보다 편리나 간편함, 속도에 중독된 관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만일 ‘호텔 경제학’ 비유가 수미일관 적용될 수 있는 경우를 찾는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 ‘이후’의 시기다. 더 이상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관계가 사회의 주된 관계가 아닌 상황, 그리하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친밀하고 생동하는 관계 속에 삶을 재구성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비로소 ‘호텔 경제학’은 그 빛을 발할 것이다.

새 정부 정책들은 ‘자본의 새로운 합리화’ 너머로 나아가야

이런 몇 측면만 보더라도 걱정이 생긴다. 물론, 향후 중장기적인 추이를 잘 살필 필요는 있다. 그러나 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진실하고 양심적인 ‘기본사회’ 구상이 정말 성공하기 바라기에 이런 점을 우려한다. 요컨대, 이재명의 새 정책들이 ‘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합리화(현대화)’ 정도로 끝나지 않길 진심으로 비는 것이다. 그리하여, 윤석열 식의 오류, 즉 “You are your own worst enemy.”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이 글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두루 읽고 진지한 토론을 하면 좋겠는데,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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