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정당이 나눠먹는 관행은 헌법정신 위반
재적 과반 출석, 출석 다수 득표 선출이 정상
책임·전문정치 구현 결과로 다음 총선서 심판
대통령제 미국, 상임위원장 승자독식제 채택
1. 상임위원장 선출 관행의 문제점
국민의힘이 18일 더불어민주당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겨주면, 자신들이 맡고 있는 외교통일, 국방, 정보위원장을 넘길 수 있다며 원 구성 협상을 요구했다. 이어 2004년 17대 국회부터 제1 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행이었는데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독식하며 관례를 깼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의 법사위는 행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국회법 제37조에 따라 국회에 17개의 상임위원회가 있다. 국회법 제40조는 상임위원의 임기가 2년이므로 국회의 임기 4년 중 2번의 상임위원의 선임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항상 정치적 갈등이 생긴다. 정당간에, 특히 우리 국회의 양당제 구조로 인해 2개의 큰 정당 사이에서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을 벌인다. 일반적으로 양대 정당이 원내 의석수에 비례해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게 되는 관행이 있는데, 상임위원장을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고자 함과 동시에 여야가 선호하는 상임위원회(예컨대 법사위, 예결위)의 위원장을 차지하고자 하는 다툼이 매우 치열하다. 이처럼 정당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관행은 사실 헌법 원칙과 국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싸울 필요 없이 헌법과 국회법대로 하면 된다.
2. 국회법 규정
상임위원장 선출 방식을 정한 국회법 제41조 제2항은 '상임위원장은 제4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라 선임된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소속 의원 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 방식을 규정한 국회법 제17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다수득표자를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하면 된다.
이처럼 상임위원장 선출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국회법대로 하면 된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 및 관례라는 미명 하에 불필요한 갈등과 투쟁이 난무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관행은 헌법과 국회법 정신에 위배된다.
3. 헌법 원칙
3-1. 민주적 정당성
오늘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국민주권주의 이념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실현된다. 즉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의사인 민주적 정당성에 근거해 국가기관이 구성되고 권한이 위임된다. 따라서 만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왔다면, 이는 국민의 의사와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국민이 그 정당에게 국회운영을 위한 신임과 권한 및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 운영의 핵심인 상임위원회의 운영과 활동도 그 정당의 책임 하에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3-2. 대의제도의 기능 및 정당민주주의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간접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대의제도의 형식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대의제도의 중요한 기능은 책임정치와 전문정치의 실현이다. 즉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근거해 독자적인 양심과 판단에 따라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 결과로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책임정치를 구현한다. 아울러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선출된 엘리트인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식견에 따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함으로써 전문정치의 실현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대의제도의 책임정치와 전문정치 구현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당을 통해 이뤄진다. 즉 정당을 기반으로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고, 재신임을 얻는다. 이는 구체적으로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 또는 선거 공약 및 그 이행 정도 등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민주주의와 대의제도는 기본적으로 정당을 통해 실현된다. 헌법 제 8조가 정당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국회라는 대의기관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의 책임추궁과 심판 및 신임과 권한 부여는 선거를 통해 정당별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정당민주주의다. 이러한 국민에 의한 책임추궁과 심판 및 신임과 권한 부여는 17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들이 여러 정당 소속일 때보다 하나의 정당 소속일 때 더욱 용이해진다. 즉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장이 하나의 정당 소속일 때 그 의정활동 결과에 대한 정당의 책임소재가 분명해지고, 아울러 국민에 의한 책임추궁과 심판 및 재신임이 용이하다.
결국 정당민주주의의 이념에 따라 대의기관인 국회의 효율적이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 다수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다. 이것이 헌법정신이다.
4. 결론
정리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해야 한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표출된 국민의 의지이자 국회법과 헌법의 원칙이다. 만일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다면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이 정당별로 분배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어디까지나 정당간의 자발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다수결로 정하면 된다. 결코 싸울 필요가 없다.
만일 이럴 경우 과반이 아닌 상대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는 결과가 돼, 각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획득한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 즉 상대적 다수정당이 과잉대표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법 규정상 문제가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잉대표의 문제를 굳이 개선하고자 한다면, 국회법 제17조의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다수 득표자’를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회법 제41조 제2항을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자’로 개정해서 해결하면 된다.
참고로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모국인 미국의 경우에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의회의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헌법원칙상 당연한 것으로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어떠한 이의도 제기되지 않는다.
한편 우리와 달리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 국가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참고로 독일은 1949년 서독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출현한 적이 없다) 불가피하게 복수의 정당이 연립정부 내지 연립내각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의회의 상임위원장직도 각 정당의 의석에 비례해 각 정당별로 배분된다. 왜냐하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의회가 각각 별도로 선출되고 상호 독립하여 기능하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와는 다르다. 의원내각제는 의원들로 내각이 구성되어 행정부와 의회가 상호 의존하고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의회의 상임위원장직도 연립내각의 정당별 구성비율에 따라 각 정당별로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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