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는 시작일 뿐, 진정한 싸움은 '상식의 전환'
일제 강점기부터 사회 곳곳에 스며든 지식의 진지
일상 속 '상식'을 규정, 시민의 기억 지배한 오랜 기획
그들의 담론 해체하고 '대항 헤게모니' 구축 나서야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정권 교체로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적폐를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뉴라이트 세력이 단순히 지난 정권의 일부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80년간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를 주도해 온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대선 직전 백일하에 드러난 ‘리박스쿨’ 현상은 뉴라이트의 헤게모니 전략이 교육 현장에까지 침투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리승만-박정희의 이름을 딴 이들은 극우 이념을 초등학교 늘봄교육 과정에 적용하여 초등학생들에게 극우 이념을 심고, 극우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면서 댓글 조작 등의 음모를 꾸며온 조직으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늘봄교육은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육과 돌봄을 통합해 운영합니다.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죠. 더욱 놀라운 것은 김문수 대선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정당과 전광훈 극우세력, 교육부 당국까지 ‘리박스쿨’과의 연계를 의심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 현장의 일탈이 아닙니다.
지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과 사회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극우 지배집단의 계급투쟁적 사고방식의 연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의 헤게모니 이론에 따르면 지배계급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진지’를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주입합니다. 리박스쿨은 이러한 진지의 하나로, 극우세력이 교육을 빙자해 자신들의 이념을 확산시키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문화적 지배의 전형적인 예로, 진보 진영은 이에 대한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법률과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싸움은 헤게모니 전쟁이며, 정치혁명보다 더 오랜 시간과 전략이 필요한 ‘문화적 진지전’이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 세력이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80년간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를 주도해 온 집단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권은 권력을 의미하지만, 헤게모니는 사회 전반의 상식과 규범, 가치체계를 좌우하는 문화적 지배구조입니다. 뉴라이트는 오랫동안 정치·언론·사법·교육·출판·종교 등 사회 각 영역에 스며들어 시민들이 ‘당연히 옳다고 믿는 생각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왔습니다. 바로 이러한 ‘지식의 진지들’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어떠한 개혁도 근본에서부터 무력화될 위험이 큽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권력을 단지 억압적이고 가시적인 것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규범, 교육, 통계, 분류 체계 등 ‘지식의 형식’을 빌어 일상에 스며들면서 사람들을 규율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를 “지식의 권력화”라고 불렀습니다. ‘1948년 건국론’ ‘자유민주주의 수정론’ ‘식민지근대화론’ 등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 시민의 기억, 민주주의의 기초를 재구성하려는 정치적 기획입니다. 뉴라이트는 지식의 형식을 활용해 역사적 진실을 지우고, 권력의 정당성을 ‘사실’로 위장해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식 권력의 해체는 정치적 민주화의 핵심 과제입니다.
그람시는 지배계급이 무력을 통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식’을 통해 지배한다고 보았습니다. 바로 헤게모니 이론입니다. 그는 특히 이 상식을 형성하는 기반을 ‘진지’라고 불렀습니다. 언론, 교육, 종교, 학문, 사법 등 제도가 구성하는 복합적인 병참선이 바로 진지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뉴라이트 세력은 바로 이 진지들을 전략적으로 점령해 왔습니다. 단지 역사 교과서를 바꾼 것이 아니라, 국사편찬위원회, 교육부, 공영방송, 대학, 언론사, 법원, 심지어 종교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장악하며 상식의 지형을 재편해온 것입니다.
정권이 교체돼도 지배적 상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시민은 또다시 좌절하게 되고, 반동 세력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재기를 꾀할 것입니다. 푸코는 지식이 권력의 형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람시는 혁명은 진지를 무너뜨리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결국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식 권력’을 해체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기억과 상식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뉴라이트의 문화·지식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며 그 끝은 시민들이 역사와 진실을 통해 다시 ‘우리’라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날입니다.
시민주권정부가 추진해야 할 다섯 가지 ‘역사 헤게모니’ 탈환 전략
– 푸코와 그람시의 이론에 기반한 실천적 제안
1. 역사교육의 민주적 재편
국정교과서를 완전히 폐지하고, 시민역사 관점의 대안 교과서를 개발해야 합니다.교원, 공무원, 군대 내 사관학교 등의 양성과정에서 비판적 역사교육을 필수화해야 합니다. 역사교육을 단순 암기 중심에서 역사의 흐름과 해석 중심, 그리고 토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2. 문화 및 연구기관의 진지 해체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공공기관 내 뉴라이트 인사들을 조사·파면하고, 그들의 과오를 파헤쳐 응당의 처분과 함께 내용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독립운동, 민중사, 시민저항 중심의 공공 역사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3. 언론·출판 생태계 개혁
역사 왜곡, 혐오 발언,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구체화해야 합니다.헌법 전문에 명시된 내용을 의도적으로 비방하거나 왜곡·선전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실행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공영방송 역사 다큐 및 교육 콘텐츠를 확대해야 합니다. 시민 중심의 역사교육에 대한 연구와 콘텐츠 지원을 위한 별도의 펀드 조성이 필요합니다.
4. 시민참여형 역사 플랫폼 구축
지역민들이 직접 지역사, 민중사를 기록·공유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설립해야 합니다.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공동 운영하는 지역사 박물관을 확대하여 지역 시민들의 역사 탐구와 토의를 활성화하는 중심체로 키워야 합니다.
5. 사법·공직자 대상 역사교육 강화
공무원, 판검사 대상 근현대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인문학 중심의 공직자 시민의식, 역사인식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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