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뒷골목의 네 소년이 세계 무대를 흔들다
'문화'는 조용한 혁명…세대, 국경, 이념을 초월
대영제국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비틀즈는 남아
BTS는 '비틀즈의 후예'…60년전 물결 이어가다
영국 리버풀 서민층 동네에서 태어난 비틀즈는 어떻게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을까? '문화의 힘'은 어떻게 군사력보다 강력하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까?
비틀즈는 영국 리버풀 '달동네'에서 시작됐다
리버풀에서 태어난 네 명의 청년이 세계를 '예스터데이'와 '헤이 주드'로 물들였다. 존, 폴, 조지, 링고. 그들이 자란 동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찮은' 수준의 허름한 곳이다. 1960년대 산업 쇠퇴와 실업률 급등으로 미래가 안 보이던 리버풀에서 이들이 튀어나온 건, 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아이러니였다.
그 기적이 현실이 됐다. 기타 하나, 노랫말 몇 줄,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열정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군대도, 미사일도, 전투기도 없이 말이다. 문화는 그렇게 웃으며 세상을 점령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반란
비틀즈의 힘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영국 서민 특유의 유머, 삐딱한 반골 정신, 거기다 사투리까지 얹힌 '스카우스 위트'(Scouse wit, 리버풀 출신 사람들의 독특한 유머 감각)가 그들의 문화적 무기가 됐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1963년 로열 버라이어티 쇼에서 존 레논이 영국 엘리스베스 여왕 앞에서 한 한마디다.
"값비싼 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박수를, 나머지는 보석을 딸랑거리세요."
62년 전에 한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 BTS, RM 등이 지난 정권 때 윤석열과 김건희가 참석한 생방송쇼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즉 어디론가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방송중지 엄중경고!' 조치를 받지 않았을까?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 가 '엄중 경고'를 받은 사건이 떠오른다.
하지만 영국은 그 유머를 사랑했고, 세계는 그 '귀여운 반항'에 반했다. 문화는 사람을 웃기며, 무장해제 시킨다. 진지함 대신 재치로 진심을 전달한다.
X-ray 필름에 음악을 복사하던 시대
문화는 경계를 넘는다. 과거 냉전시기 소련이 비틀즈 음반을 금지했을 때, 동유럽 청년들은 X-ray 필름에 음악을 복사했다. '본 레코드(Bone Record)'라 불리던 이 음악 유통망을 통해, 비틀즈의 노래는 철의 장막을 넘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거리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는 다름 아닌 'All You Need is Love'(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 뿐)이다. 탱크나 총알 대신 음악이 역사를 움직인 것이다.
아이들이 증명해준 문화의 힘
나는 1남 1녀를 두었다. 두 아이 모두 영국교육을 받고 지금은 다 독립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리포트를 쓰던 아이가 내게 말했다.
"아빠, 비틀즈가 대단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글쎄, 뭘까?"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든 거예요."
당시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맞다! 문화는 세대를 잇고, 국경을 넘고, 이념도 초월한다. 그래서 진짜 강하다. 사람의 가슴 속 깊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BTS는 비틀즈의 후배다
요즘 영국에서도 K-팝 인기가 대단하다. 펍(선술집)에서는 BTS의 'Dynamite'가 흘러나오고, 내 영국인 아내도 '강남스타일'을 흥얼거린다. K-팝은 동양에서 출발해 서구를 다시 정복하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비틀즈가 60년 전 만들었던 물결이, 이제 한국 문화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다. 문화의 유전자, 그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문화 제국주의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군함과 대포로 제국을 건설하던 시대는 지났다. 비틀즈가 만든 제국은 자발적이고, 사랑받기를 통해 탄생한 것이었다. 소프트파워 란 상대방이 '당하고 있다'는 기분조차 들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진짜 힘이다.
지금 영국의 리버풀은 여전히 서민 동네다. 비가 자주 오고, 집값은 싸고, 사람들은 투박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전 세계를 바꾼 음악이 나왔다. 절망이 창조를 낳고, 다양성이 혁신을 만들며, 유머가 메시지를 전했다.
문화는 영원하다
대영제국은 사라졌지만, 비틀즈는 남아 있다. 소련은 해체됐지만, 차이콥스키는 여전히 연주된다. 총과 돈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화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비틀즈는 단순한 음악 그룹이 아니라, 문화 바이러스였다. 감염되면 영원히 잊히지 않는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김치와 K-팝, 기생충, 오징어 게임, 그리고 BTS.
내 아내가 아직도 '김치'를 '킴취'라고 발음하긴 하지만, 언젠가 그녀도 완벽한 '김치' 발음을 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날까지, 나는 조용히 이곳 영국에서 문화전도사의 길을 계속 걷고 있을 것이다.
'All You Need is Love' 이 단순한 노래 한 줄이 문화의 힘은 결국 군사력이나 전쟁보다 강하다는 진실을 증명했다. 비틀즈는 그걸 보여줬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가? 총칼 대신 기타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라. 그게 진짜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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