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감, 권력 절제, 원칙 존중이 기준

스스로 왕이 되려는 가시나무는 배제하고

열매 맺는 올리브나무 같은 지도자 세워야

나라의 지도자는 나라를 움직인다. 그 한 사람의 마음과 지향이 수천만 명의 삶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격 있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그 자격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등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등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

구약성경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해답을 살펴본다. 율법에 대한 모세의 설교와 유언을 담은 신명기(17장 14~20절)는 왕을 세울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을 열거하고 있다. 그 기준은 3000 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 원칙으로 살아 있다.

1. 출신: 백성 가운데서 세워진 사람

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의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 네 형제 아닌 타국인을 네 위에 세우지 말 것이며 (신명기 17:15)

지도자는 외부의 이익이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의 출신은 단순한 혈통을 넘어서, 국민의 삶과 아픔을 함께 겪은 이라야 한다. 자기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알고, 이해하고, 몸으로 살아낸 사람. 이질적인 이해관계에 속한 이가 국민 위에 선다면, 그의 통치는 공감이 아니라 통제일 뿐이다.

2. 절제: 힘과 욕망에 대한 경계

왕된 자는 말을 많이 두지 말 것이요... 아내를 많이 두어서 그 마음이 미혹되게 말 것이며 은금을 자기를 위하여 많이 쌓지 말 것이라 (신명기 17:16-17)

왕은 군마(물리적 힘), 아내(쾌락과 정치적 결탁), 은금(재물)을 탐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것은 곧 권력 남용 금지, 정실 인사 금지, 부정부패 금지를 의미한다. 지도자는 힘을 키우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다.

3. 경외: 율법을 곁에 두고 살아갈 것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율법서를 등사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서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지켜 행할 것이라 (신명기 17:18-19)

지도자는 날마다 스스로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법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법 아래에 있는 자, 백성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국민의 눈 아래 자신을 세우는 자. 그는 정치가 아니라 정의를 기준으로, 여론이 아니라 양심을 따라야 한다.

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니 (신명기 17:20)

지도자가 교만에 빠지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에만 그의 통치가 오래간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 그것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반대로, 이스라엘의 각 지파 판관들 이야기를 담은 사사기(9장)는 이 기준을 전면적으로 무시한 인물인 아비멜렉을 보여준다. 그는 자기 권력을 위해 혈육이라는 감정과 거짓말을 이용하고, 바알브릿 신전에서 받은 은 70세겔로 건달과 불량배를 고용한다. 그리고 이복 형제 70명을 바위 위에서 학살한다. 결국 세겜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세운다(사사기 9:6). 그러자 숨어 있던 요담이 그리심 산에서 외친다.

나무들이 왕을 세우려 하다가... 결국 가시나무에게 말하였다. "네가 우리의 왕이 되어라."…가시나무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내게서 불이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살라버릴 것이다."(사사기 9:14-15)

기름도 열매도 내지 못하는 가시나무, 그것이 무자격자의 리더십이다. 열매 맺지 못하는 지도자는 결국 파괴로 귀결된다. 아비멜렉은 스스로 세운 권력의 불에 타버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2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오늘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미지, 능청스러운 말, 정치적 줄타기만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피와 땀, 그리고 미래를 짊어질 사람은 반드시 성경이 말한 이 세 가지 기준을 갖춰야 한다.

- 국민과 같은 숨을 쉬는 사람인가?
- 권력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인가?
- 법과 원칙을 가까이 두는 사람인가?

그 기준이 명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일이 가능해진다. 스스로 왕이 되려는 가시나무가 아니라, 맡겨진 자리에서 열매를 맺고 기름을 내는 올리브나무 같은 지도자가 세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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