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에 대한 연대 요구와 응원

영화를 보기 전 일부러 예고편 등을 보지 않았는데 하필 텀블벅 시사회 날짜가 5월 24일이라 영화를 본 이들의 짧은 후기들이 자꾸 들려왔다. 직접 영화를 보니 검찰에 대한 비판과 조국이라는 인물의 귀환에 집중됐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은 빗나갔다. 

'다시 만날 조국'은 우리에게 계엄 이전과 이후 윤석열이 저지른 검찰수사로 인한 비판의 메시지를 장황하지 않게 풀어내며 광장에서 함께 싸워온 민주시민들에게 격려와 희망, 그리고 숙제를 제시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개인의 비극을 강조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5개월여의 시간을 차분하게 되돌아보게 했다. 제작진들이 고심하며 과도한 감정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절제를 한 것이 느껴졌다. 

 

영화 '다시 만날 조국' 포스터 (부분)
영화 '다시 만날 조국' 포스터 (부분)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조국혁신당의 창당 과정과 5년이라는 지옥과 같은 세월을 견디어내고 학자 조국이 정치인 조국으로 변모해가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천상 학자로 살고 싶었던 사람이 투사가 되었다. 본인이 가장 꿈꾸며 살고 싶던 인생을 포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치인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신선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쇄빙선과 예인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얼음을 깨뜨리기 위해 쇄빙선은 파손의 위험을 무릅쓰고, 예인선은 자기보다 더 큰 배를 앞에서 힘겹게 당겨나간다. 쇄빙선과 예인선은 맨 앞에서 다칠 각오를 하고 고생을 할 각오를 하고 싸우기로 한 결의를 함축한 비유였다. 

그리고 실제로 조국은 가장 먼저 탄핵을 외치고, 비슷한 케이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최고의 형량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 실제로 그는 본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쇄빙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심지어 그는 수감중인 상황에서도 억울한 구형 등에 대한 불평 불만은 없이 가야할 길을 비추는 등대의 역할도 해내는 중이다. 

쉽고 다가가기 쉬운 언어로 '3년은 너무 길다' '갈라치기? 택도 없다!'와 같이 선명한 메시지로 민주 시민들의 분열을 막았던 조국은 수감 당일 아내인 정경심 교수와의 이별에도 웃음을 지으며 떠났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보다 오히려 많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그 환하던 웃음의 의미를 관객들은 다 알 수 있을까? 각자가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정치적 탄압에 의해 터무니없는 형량을 받고 구금되는, 그 부당함에 대해 오히려 더욱 당당한 웃음으로 맞섰던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2.16.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2.16. 연합뉴스

영화의 꽤 긴 부분이 계엄령 당시를 조명해서 당시의 어처구니가 없던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계엄을 막아냈다. 힘겹게 윤석열을  구속시키고 어이없이 윤석열이 풀려나고 애를 태우며 윤석열 탄핵 가결을 맞았다. 윤석열이 파면된 지 55일이 지났다. 윤석열의 여죄가 더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아직도 재구속이 되지 않았다. 

영화는 다시 또 민주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내란을 진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내란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은 민주시민들이 내란종식과 검찰개혁의 대의를 잊지 말고 굳건한 연대를 통해 기껏 쇄빙선이 깨놓은 얼음들이 도로 얼기 전에 앞으로 나아가라는 진한 격려를 전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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