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하느님, 너무하십니다〉의 '대선 공포'
'윤석열 절대권력'엔 침묵, '이재명 독재' 단정
“하느님 너무하십니다.”
‘강천석’이라 이름하는 자, 조선의 글 쓰는 자가 이르기를, "하느님, 어찌하여 이재명을 우리에게 보내셨나이까?"(24일자 <강천석 칼럼>)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하는 성경 속 욥의 심정으로 하느님을 힐난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무심 무정한 하느님'을 질책한다.
미국 국회의사당에 있는 포드 전 대통령 동상에 있는 글귀를 빌어 ‘미국에는 꼭 필요한 때 딱 맞는 인물을 내려보내 주신 하느님’이 대한민국에는 왜 이렇게 모질게 대하느냐고 탄식한다.
“우리는 박근혜 탄핵 땐 문재인을 보내시고 윤석열 탄핵 땐 이재명을 보내신 하느님께 감사 말씀을 올릴 수 있을까. 혹시 ‘하느님 너무하십니다’로 시작하는 원망(怨望)의 편지를 띄우게 되지는 않을까.”
강천석이 지난 몇 달간 쓴 글들은 그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를 대표하고 이끄는 글이기에 이 글들에서 지금의 대선 판세에 대한 조선일보의 불만과 불안을 넘어선 공포감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와 강천석은 그 공포감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공포감이야말로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간절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남은 동력(動力)은 절대 권력 이재명 후보에 대해 중도층과 당을 떠난 옛 지지층이 갖는 공포감이다.”
이 같은 공포는 어디서 온 것일까. 그 자신이 이름 붙인 ‘이재명 세상’에 대한 거부와 두려움이다. 마치 절대왕조 시대가 재현돼 ‘이재명 천하’가 되기라도 하듯 강천석은 스스로 ‘선지자’가 돼 이르기를, "그는 절대 권력이라. 유신 이후 가장 무서운 자라" 선언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걸 법으로 만들 수 있다. 국회는 인쇄기가 되었고, 사법부는 허리를 꺾였다”고 암흑시대의 도래를 경고한다.
이재명 정부가 절대권력이 될 것이라는 그의 단정은 그 자신이 머릿속에서 가공해 놓은 가상현실에서 온 것이지만 그는 이미 이재명 정부를 “3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허물고 지지 대중 응원을 받아 헌법과 헌법 기관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대중(大衆) 독재”라고, ‘위로부터 독재’와 ‘아래로부터 독재’가 결합된 체제라고 ‘예언’한다. 전망이라기보다는 억측이고, 경고라기보다는 저주다.
하느님이 그에게 이르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절대권력이 되고자 했던 윤석열 권력에 대해 네가 침묵한 것은 어찌 된 일이뇨.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저주하며, 이미 지나간 죄악을 덮으려 하느냐.”
강천석은 그 자신 스스로 논리적 늪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는 오히려 이재명이 ‘절대권력’이 되길 바라기라도 하는 듯하다. 그는 지난 10일자 칼럼 <이재명, 제 발로 내려올 수 없는 '대중 독재' 사다리 오르나>에서 “나라 곳곳의 병(病)이 깊다”면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쓰고 있는데 지난 3년간 나라를 운영했던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놔두고 야당과 그 대표가 나라의 병이 깊은 것을 책임져야 할 만큼 이재명은 이미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는 이르기를, "윤석열은 실화범이라. 어리석어서 그리되었도다" 하였으며, 이재명은 ‘방화범’이라 정죄하여, 불을 지른 자라 고발한다. "이는 나라를 마비시키는 자라. 악한 뜻을 가진 자라"고 한다.
윤석열은 어리석어서, 몰라서, 서툴러서, 소견(所見)이 좁아서, 착각해서, 오만해서 여러 실책(失策)을 범했다고 하고, 12월 3일 계엄도 실수로 불낸 실화범(失火犯)에 가깝다고 한다. 방화범이 아닌 실화범이라는 변호다.
반면 이재명은 고의로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니 “지난 2년간 기업을 옥죄는 법안, 국민을 공짜에 절도록 하는 법안, 주(週) 52시간 근무 강요로 반도체 연구실의 불을 끄는 법안, 창고에서 쌀이 썩어가는데도 무한정 쌀을 쌓아 쟁이는 법안 등 수십 개를 강행 통과시켰다. 국가를 마비시켜서라도 본인을 지키려고 작심(作心)했다. 실화(失火)가 아니라 방화(放火)였다”면서 몇 배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 위헌 계엄 발동 직후 칼럼(12월 7일자)에서 내란 사태에 대한 질타보다는 “윤석열의 끝이 '이재명의 시작'은 아니다”면서 난데 없이 윤석열은 헌정 파괴지만 이재명은 국가 마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에서부터 내내 일관되게 보이는 믿음이다.
그에겐 지금의 현실은 ‘초현실적 현실’인 듯하다(4월 12일자 칼럼). “우리가 마주한 정치 현실은 ‘비현실적 현실’이다”면서 “작년 12월 3일 이전 법정의 피고인으로 불렸던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이 유력해진 현실”을 도저히 현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에 불려 다니고, 전과(前科) 기록도 4개나 되는” 이재명 같은 피의자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인생이 바뀐 것은 작년 12월 3일 밤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결과라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재명에게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윤석열은 오히려 이재명에 의한 피해자로 묘사된다. ‘이재명의 심리전(心理戰)에 말려든 윤석열’이 비상계엄이란 낚싯바늘을 삼켜서 ‘대통령의 끝’이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그는 본심을 내비치고 만다.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이런 범법(犯法) 기록을 가진 야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한밤에 난데없는 대통령 특별 담화 방송을 듣던 사람들 상당수는 다수 야당의 횡포를 비판하는 담화 중반까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고 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윤석열의 주장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수긍하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을 막으려면 호남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된다고 했다. "호남이여, 이재명의 숨을 끊으라. 이는 무혈혁명이요 명예혁명이니라"
그에겐 지금의 현실이 신상필벌(信賞必罰)과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어긋난 상황인 듯하다. ‘실화범’은 파면하고 ‘방화범’은 다음 대통령으로 점지하는 부당한 상황이다. “하늘[天]도 때론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킬 것이다”고 해서 하늘을 원망한다.
그러면서도 기적을 바란다. “국민의힘은 정말 기대하기 힘든 기적을 하나 더 바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명에 대한 저주라고 해야 할 강천석의 기도를, 원망을 하느님은 들을 것인가. 강천석이 간구하는 ‘기적’을 내려줄 것인가. 그러나 사랑 없는 정의도 없지만 정의 없는 사랑도 없다. 강천석의 기도를 들어준다면 그런 하느님은 아마도 눈 먼 하느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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