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이재명 공격' 거의 도식이 될 정도
윤석열보다 더 위험한 인물인 듯 낙인 찍기
'윤석열 허상' 만들더니 이젠 '이재명 포비아 허상'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빅 텐트’를 꾸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反) 이재명 세력이 모두 모이자는 얘기인데, 국힘의 지지율 1위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먼저 꺼내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 나경원 의원 등 다른 대선 주자들이 호응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낙연 전 총리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그야말로 큰 ‘반 이재명 텐트’가 차려질 수도 있을 듯하다.
언론은 이를 상세히 전하고 있는데, 그러나 언론에는 이미 '반 이재명 빅텐트'가 펼쳐져 있는 상황이다.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언론의 지면에 실리는 이 대표에 대한 칼럼들의 상당수는 더욱 '기-승-전-이재명 비판’으로 요약되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의 도덕성에 대한 시비, 사법 리스크, 독단적 당 운영이라는 비판은 이미 오랫동안 봐 왔던 것이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작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결과까지 끄집어낸다. '당내 견제세력을 몰아낸 채 치른 총선의 방식과 결과에 대해 이재명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총선에서 패배했어야 면책이 되는가라는 항변이 나올 법하다. 이제는 ‘이재명 독재론’까지 예사로 등장한다. 그가 대통령에 오른다면 행정·입법 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 자기 사법 리스크를 제거하는 입법을 막을 견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거리낌 없이 제기한다. 이 같은 언론의 이재명 경계론을 보다 보면 윤석열 내란보다 더한 ‘이재명 내란’이 걱정되는 상황이며, 이 전 대표는 윤석열보다 더 위험한 ‘내란 예비자’쯤으로 비칠 정도다.
언론의 이재명 비판은 유력한 정치인에 대한 검증과 견제를 넘어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전 대표를 특정한 이미지, 수식어와 동일시함으로써 이 전 대표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얼굴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으려는 것이다.
'반 이재명'에 어디보다 앞장서는 것은 역시 조선일보다. 이 신문 칼럼니스트 김대중 씨의 칼럼의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은 날이 갈수록 독기를 더하고 있다. 그는 "전과 4범에 7개 사건 재판 중 도덕 불감증 심각한데도 '김대중 이후 최고 정치인'으로 불리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의 15일자 칼럼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는 “이번 대선에서 지면 우파는 정치 동면(冬眠)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세상은 앞으로 5년 ‘이재명 좌파’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현실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 세상이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이 든다”면서 이번 대선이 민주당의 이재명 대(對) 국민의힘 어느 누구의 대결이라기보다 좌파 대 우파의 대결이라고 한다. 그가 보기에 “이재명 씨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상 좌파의 길로 갈 것”인데, 급기야 이재명의 분배의 불균형 완화 정책을 그 바탕에서 ‘공산주의’에서 공유한다면서, ‘이재명=공산주의자’라는 도식까지 전개하기에 이른다. 그는 ‘탄핵 반대 물결’이 부활해야 이재명 좌파를 저지할 수 있다며 ‘윤석열 지키기’의 기운을 이재명 반대의 에너지로 모아야 한다고 기염을 토한다. 사실상 극우 세력에 대한 선동이다.
같은 신문 주필의 3월 27일자 칼럼 <이재명의 '빈집 털이' 113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전 대표를 ‘잡범’ 취급하며 극심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과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행동의 자유를 누리며 마음껏 독주한다면서 이를 ‘이재명의 빈집 털이’라는 비하적인 말로 표현했다.
계엄과 윤석열 탄핵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 언론들이지만 '이재명 반대'에는 거의 일치한다. 이재명을 단지 싫어하고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하는 수준이다.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이재명 공포증)‘라고 할 만하다.
중앙일보의 전 주필이며 대기자의 <권력 향해 돌진하는 소용돌이 정치의 비극> 3월 24일자 칼럼은 반성이 없는 윤석열을 비판하는 듯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윤석열과 똑같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인물로 맹비난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리하게 탄핵한 것도 모자라 30번째 탄핵 공세의 제물로 최상목 권한대행을 정조준하고 ’몸조심하라’고 겁을 주었다”면서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 전 탄핵 선고 가능성이 사라지자 '이성을 잃었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광장이 증오와 불복의 함성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미래의 대통령 권력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정신이 없는 탓이라면서 민주당을 건달패거리보다도 못한 천박한 사당(私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몰아붙인다.
문화일보는 <“이재명, 경제·안보정책 오락가락… 굉장히 위험”>이라는 10일자 유승민 전 의원의 인터뷰를 빌어 ‘이재명의 리더십’이 위험하다고 했는데, 이는 이 신문의 집요한 논지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다소 다른 논지를 펴서 조중동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동아일보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데서는 다를 게 없다. 15일자 논설위원 칼럼에서 이 대표에 대해 “여전히 믿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지목하면서 “도덕성과 권력 남용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조중동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때로 다른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 매체들도 이재명 관련 보도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세계일보의 7일자 편집인 칼럼 <이재명 정치는 다른가>는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이재명의 정치도 관용·자제와 거리가 멀다”고 걱정한다고 지적한다. 이 칼럼은 “이재명이 두려운 건 이념 문제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꾸고 권력을 잔인하게 휘둘러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언론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여러 논란들이 대중적 비호감도 상승과 연결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공포증(포비아)’이 깊다고 이 전 대표에게 조언하듯 얘기한다. 그 공포증이 실재하는지,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히 얘기하기 힘들다. 다만 그 포비아가 있다면 그것이 애초부터 있던 것인지, 포비아가 있다고 걱정하듯 얘기하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한국의 언론들이 윤석열에 대해 보였던 태도는 그와 매우 다른 것이었다. 위의 중앙일보 칼럼 필자는 2022년 8월 22일자 <어둠 속 반지하 계단에서 미끄러진 대통령>이란 칼럼에서 윤석열을 칭송했던 이다. 침수로 일가족이 변을 당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를 윤 대통령이 찾아간 것을 가리켜 “대통령이 저 먹먹한 슬픔의 공간으로 몸을 밀어넣은 것은 국민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라는 무한책임과 연대의 증거”라고 썼다.
조선일보 1월 18일자 <강천석 칼럼>은 이 전 대표가 법원의 그물을 무사히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보는 게 정상이라고 예측하고는 헌재 선고와 이 대표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대선에 임박해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새로 찾아야 하는 사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썼다. 그런 상황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고' 민주당을 인질(人質)로 삼고 있는 이 대표 책임이다, 라고 준열하게 질타한다.
윤석열을 과대포장해 허상을 만들었던 언론들이 이제는 '이재명 포비아'를 만들어내고, 키우고 있다. 윤석열이 파면된 지금, 윤석열에 대한 언론의 미화와 예찬 기사들은 아직 많은 국민과 독자들의 기억에 선명하다. 이재명 포비아를 얘기하는 언론을 보면서 이들 국민과 독자들은 자신을 바보로 여기는 이가 누구인지 묻고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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