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성인 94명, 전범기업에 사죄·배상 촉구

전범기업들 "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 모르쇠

 

일본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가 16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없이 징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성명에는 일본 학자, 작가, 소설가 등 94명이 이름을 올렸다. 2023.1.16. 연합뉴스
일본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가 16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없이 징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성명에는 일본 학자, 작가, 소설가 등 94명이 이름을 올렸다. 2023.1.16. 연합뉴스

“피고 기업이 사죄하지 않고 한 푼의 배상금도 내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동원) 해법과 관련해 일본을 의식해 ‘한국 기업이 대신 갚는 방안’을 공개한 것에 대해 16일 일본의 지성인들이 이렇게 비판하고 나섰다.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와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오카모토 야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은 이날 도쿄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내고 일본 전범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 연합뉴스

일본 지성인 94명, 전범 기업에 사죄·배상 촉구

성명에서 이들은 일본 정부나 전범 기업의 입장과는 달리,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법리 판단에 동조한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피해자를 내버려 둔 해결은 오히려 해결을 포기하는 것이며 화근을 남길 뿐”이라는 게 그들의 충고다. “피해자의 생각을 진지하게 수용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라고도 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등 전범 기업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인 인권 존중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기업답게 행동하란 말이다.

성명은 나카자와 교수와 야노 사무국장, 저술가인 가토 나오키 씨가 주도했으며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데라오 데루미 나고야공업대 교수를 포함해 94명이 이름을 올렸다.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역사를 지키는 광주 시민사회단체 일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도록 하는 정부 배상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023.1.17.연합뉴스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역사를 지키는 광주 시민사회단체 일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도록 하는 정부 배상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023.1.17.연합뉴스

일본 전범 기업들 “다 해결됐다”…모르쇠 일관

일본 지성인들의 호소에도,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들은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사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고, 일본제철도 ‘사과와 기부 의사가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언급을 삼가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 기업의 대신 변제’라는 윤 정부의 해법에 피해자는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이에 당황한 윤 정부와 일본 정부가 묘책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 통화(1월 13일)에 이어, 대일 협상책임자인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도쿄로 날아가 16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마주 앉았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서 국장은 윤 정부 해법에 대한 한국 내의 거센 반발 여론을 일본 측에 “생생하게 전달”하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촉구했다고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3.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3. 연합뉴스

윤-기시다 “조속한 해결”…이재명 “자해 외교”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기부를 받아 피해자에게 대신 변제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행정안전부 산하)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배상금 반환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한다면 일본 기업이 기부에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피고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을 비롯한 한국 내 반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한일 양국은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열어 강제징용 해법을 포함한 관계 개선 방안을 협의했다. 윤 대통령은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자는데…뜻을 모았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선 한국 내 반발 여론을 무시한 채 윤 정부의 해법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윤석열 정부 대일 외교 진단’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내줄 수 있다는 이런 정부의 자세로는 과거사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자해적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