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결정 땐 개혁대상 1호로 추락할 것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 기일을 5월 1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대체로 대법원이 무죄 선고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대법원이 그렇게 대선 전에 모든 불투명성을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라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로서 필자도 그러한 결말을 기대하고 또 희망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최근 대법원의 행보는 여러모로 수상하다. 원래 소부에 배당했던 이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전원합의체로 전격 회부한 것부터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단 두 차례의 전원합의 기일만을 거쳐 초고속으로 선고를 하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선고일로 5월 1일을 지정한 것은 더욱 수상하다. 우선 그 신속성이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이후에 대법원 결정이 나오게 되면 아예 제1당인 민주당 후보가 없이 대선이 치러지게 될 수 있다며 크게 우려했던 터였다. 만약 그러한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락된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대법원이 민주당 후보 선출의 최소한의 시간을 제공했다는 변명의 여지는 남겨두기 위해 굳이 초고속으로 5월 1일을 지정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이재명 후보 상고심과 관련하여 이번 대법원 결정을 주도하는 대법원장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2018년 국정원 댓글공작을 벌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무죄라고 주장했으며, 2019년 8월 박근혜에게 뇌물죄와 강요죄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또 2019년 11월에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만행을 다룬 다큐 ‘100년 전쟁’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했다면서 제재를 하는 것이 옳다는 소수 의견을 낼 정도로 철저하게 보수 일변도의 길을 걸어왔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중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은 판결에 참여하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이 선거법 사건이라는 이유로 회피하였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결론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총 12명이 내리게 된다. 그런데 이 12명의 대법관 중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은 무려 9명이다.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원장의 ‘급변침’> 글에 밝혔듯이 대법원이 대단히 정치적인 집단이라고 판단한다. 대법원의 그러한 성격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에 명백히 드러난 바 있고, 최근 대법원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 역시 대단히 정치적이다. 한마디로, 이번 이재명 후보 사건과 관련된 대법원의 일련의 움직임은 이 사안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필자의 ‘선입견’에 바탕한 논리에 의거하여 해석한다면, 대법원 입장에서 이재명 후보 사건에 무죄 선고를 하는 것은 대법원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아예 소멸시키는 결과일 뿐이다. 관련 재판을 조기에 하지 않고 그대로 시간을 끄는 편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인데, 굳이 무죄 선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신속하게 5월 1일 선고를 하려는 까닭은 무죄 선고보다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나 파기자판의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필자의 이러한 추론이 단지 선입견에 치우친 편견이고 기우였다고 판정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적잖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대법원의 행보도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으로 높아진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의식한 데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2022년 현재 대법원에 1년 동안 접수된 사건 건수는 5만 6000건이 넘는다. 1년 동안 대법관 1인당 5000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내외의 목소리가 크지만 대법원은 요지부동이다. 거기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주요하게는 소수 엘리트주의의 고착에 의한 기득권 유지와 강화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9명이라는 소수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숫자와의 비교라는 경쟁 심리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법원의 권위는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의 움직임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행보’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법원이 올바른 결정을 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국민적 신뢰를 크게 제고하는 계기로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이 나라 사법부는 이 시대 개혁 대상 1호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이 나라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3권 분립의 한 축으로서 당연히 내란수괴 윤석열의 난동으로 조성된 이 난국을 슬기롭게 수습해야 할 엄중한 시대적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거꾸로 우리 사회의 혼란을 극대화하는 사태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디 대법원이 대다수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여 올바르게 결정함으로써 이 나라 민주주의의 강력한 수호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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