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지방소멸대처법 ⓷
자유로운 상상력 활개칠 사회적 인프라 절실
총실업률 3%, 청년실업률은 그 2.5배인 7.5%, 2018년 9.8% 이후 최고치다. 통계청 고용조사는 총취업률 증가 소식을 앞세우나, 그런다고 공공근로 노인일자리 34만 명 증가 이면에 청년 취업 22만 명 감소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속사정까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1/4분기 경제성장률 –0.2%, 코로나 사태 이후 근 4년 만의 역성장, 트럼프 관세 유예 충격이 도달하는 7월이면 어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실업 청년들을 어쩔 것인가. 조기 대선의 각 후보 집중 공약은 단연 경기침체 해결, 성장, 지방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솔직히 지방은 숨넘어가는 판에 어떻게 균형 성장을 달성할 것인지 궁금하다. 외관상 고용시장 성장의 초점은 미래 성장동력 AI 중심 수도권, 수원 화성 용인 등 이른바 경기 남부 지역이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취업증가 집중, 지방 격차가 재현된다. AI가 미래 성장동력은 맞나? 오히려 기계가 사람 일자리를 대신하는 고용없는 성장 요인 아닌가? 디지털 성장론은 고용감소,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 대책은 뭔가.
저예산 고용노동부 땜질 처방은 대책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취업 고양책은 크게 노동시장구조 이원성(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생산직과 사무직)과 직업 격차, 둘째 직무역량 부족, 현장경험 부족, 셋째 대면 서비스업 퇴조와 디지털 (코딩)역량 부족에 집중하는 체계로 구성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무 현장교육, 코딩교육, 중소기업 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 세제 혜택, 주거 지원, 교통 인프라 등을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문화시설 공공기관 연구기관 인턴십 확대, 청년일자리 특화사업 20만원 6개월, 청년 채용 중소기업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 80만원*12개월 등 총 2조 5천억 원을 지원한다. 노동부는 이 정도로 청년 일자리가 충족될 거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를 전부 갖추려면 이 예산으로는 어림없다. 단적으로 말해서 체면치레 관료주의적 땜질 방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청년창업 사정은 어떤가. 자영업자 3년 평균 폐업률 80%, 온오프라인 청년 폐업률은 연 20%로 사상 최대치이며 주업종은 음식업 및 소매업이다. 손쉬운 소매시장 기획 정도로는 안 된다는 소리다. 기업현장 요구 맞춤형 개인 역량 훈련 보조 방식도 기업 사정상 고용 불가인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2025년 주요 중견기업의 신규 고용계획 전혀 없음은 40%에 이른다. 고용은 산업의 활력과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그저 나온 소리가 아니다.
청년 고용 증진 고민 이전에 산업경쟁력 확보가 선결 문제
그러므로 우리는 청년 고용 증진을 고민하기 이전에 국가의 성장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 첫 번째는 성장의 미래 동력을 악화시킬 가장 위험한 요소로서 무역전쟁과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책이다. 트럼프 관세 도발로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대규모 대미 현지투자(현대차 210억 달러, 삼성 1921억 달러 등등)가 약정되어 수출을 대체하는 만큼 산업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미국의 세계시장 약세(성장률 1-2%) 현상을 간과한 것은 틀림없다. 경쟁국들(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은 대단위 현지투자 없이 보복관세로 대항, 관세 타결, 산업공동화 없는 산업경쟁력을 확보하였다는데, 사돈 땅 산 것처럼 배 아프다. 그러므로 한국의 산업경쟁력 우선 순위 첫 번째 고양책이란 최근 세계 무역전쟁 결과물인 완성품 고관세, 부분품 저관세 추세 중, 유리한 부분품에 초점을 맞추어 부분품 중간재 생산공급 허브기지 구축, 미국 보호무역주의 회피, 대미 의존도 축소, BRICS 등 다극화 혹은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등등 미국 우회 무역 경로 확대 모색을 추천한다.
둘째, 청년 고용 생산성이란 젊은 시절 발휘되는 높은 학습 취득력, 혹은 젊은이 특유의 활력과 패기에 기반한다. 이를 지원하는 청년 경쟁력 고양책으로 전문가급 능력 확대를 추천한다. 인간의 학습 능력은 AI의 딥러닝에 비할 바 아니다. 전문가급 디지털 능력개발이란 불과 몇 개월의 정부 지원 코딩학습능력으로 달성되지 않으며 적어도 석박사급 고급 연구개발 능력을 의미한다. 창의 능력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며, 목적의식과 생산 동기 없는 AI에 의해 발현되지 않는다. 다양한 인격과 철학, 가치관과 문화, 각종 사회관계를 학습하고 경험한 인간은 다른 인간사회에 대한 나름의 주관을 가지며 목적의식을 구현해 생산 대상과 소비 주체를 결정하고 인간의 행동의식에 대해 연구개발한다. 다양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결합되어야 인간과 자연에 대한 탐구, 철학, 세계관이 정립된다.
창의성 발휘해 고급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
아이폰을 개척한 스티브 잡스는 코딩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차고 창업 시절부터 인간 행동과 소통, 벌레 먹은 사과란 독특한 애플문화와 유대감을 형상화하는데 재능을 보였다. 오늘날 수억 명이 사용하는 카톡 등의 각종 메신저는 기존의 이메일, 또는 단순 메시지 단계를 뛰어넘어 인간들 간의 사회관계를 재구축하는 소공동체 창출과 네트워크, 소통, 연결의 아이디어에 의해 발굴되었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고급 일자리란 결국 구상과 기획 능력 혹은 구상과 실행을 결합하는 연구개발 능력 혹은 관리자 지위일 것이다.
AI 알파고와 싸운 바둑기사 이세돌은 대국료 수억을 벌었을 뿐이지만 그를 구상 기획한 구글은 몇 수십조를 벌었다. 구상능력을 성장시키려면 각종 연구기관과 연구원 또는 교수 인력 같은 고급 능력, 전문 일자리 확대가 공급되어야 하지만 오늘날 연구개발(R&D)지원은 기업 현장 개선 위주이며, 산학 연구개발 주체인 교수, 연구원 인력 충원은 거의 미미하며, 심지어 소비 주체로서 인간 자신의 문화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처하는 인문사회과학 연구 분야는 당장에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성장의 기본, 창의성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도구의 하나로 이용하는 인간, 인간의 목적의식이 발현될 때 비로소 산출된다.
생성용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텍스트, 음악 등은 엄격히 말해서 AI 고유의 창작성 발현이 아니라 인간의 기존 지적 생산물의 짜깁기 또는 복제물의 조합에 불과하다. 인간이 생산해 놓은 수많은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조합하기 위해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오픈 데이터)을 이용(입력)하며 인간의 가장 간단한 인지방식인 형상화(출력)를 위해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와 고대역메모리(HBM)가 필요하다. 영화 아이로봇 같은 완벽한 인공지능 비서는 자신만의 인격을 형성하고 어떤 명령이든지 결과를 단번에 제출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AI가 생산적인 이유는 AI의 출력의 결과물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어떤 명령이든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인간들의 기대감이 매출과 이윤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원과 비용 없이 어떻게 AI 세계에 도전할 인재들 키울 수 있나
이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엄청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검색을 위한 막대한 전력과 시설, 관리비용이 소모된다. 간단히 말해서 일전에 소멸된 메타버스 구축 소동과 유사한 신기루, 돈으로 치면 과잉 자본이자 자원 낭비이자 환경 파괴이며, 그 생명력은 증권시장에서 다음 단계 금융자본 수익과 기대치로 이전 대치될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모든 상품에 AI를 대입시켜야 팔린다는데야 당분간 이를 경쟁력있는 조건으로 수용해서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데 집중해 보자.
생성형 AI 챗GPT 개발에 막대한 비용(수조 달러?)이 동원된 것에 반해서 중국의 딥시크 개발비는 그 수십 분의 1인 80억 달러 정도, 그 저력은 중국 당국의 엄청난 투자 지원 기반에 기인한다는 소식이다. 중요한 것은 AI 인프라 구축에 얼마를 투자해야 경쟁력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과 과정을 거쳐 저가 AI를 생산했느냐이다. 연구개발의 결과물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시장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확정된다. 신시장 신제품 개척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승자독식의 논리가 작용하는 모험자본의 세계다. 패자의 노동에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이 세계에 도전하고 경력을 쌓을 인재에 대한 지원과 비용없이 이 환경은 결코 구축되지 않는다.
창업 인큐베이터란 성공 보수만 가지고 운영되지 않는다. 벤처의 세계에 뛰어드는 대자본은 알아서 적자생존의 기업논리를 구사하면 되지만, 맨땅의 차고 창업자, 또는 경력을 쌓고자 하는 연구개발자, 훈련 연구 지원생은 대학에서, 또는 지식센터 등에서 교육훈련비와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모태펀드 또는 엔젤투자 환경, 물류 및 판로 지원시스템, 기획된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 능력을 대학기관이 보조하는 구조의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환경이라면 금상첨화다. 안타깝게도 지역마다 산재한 우리의 시설 분양형 지식산업센터는 이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 신산업 성장을 바란다면 모험자본의 위험을 개인이 떠맡는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시행착오 비용을 줄여 모험시장에 뛰어들 승부사들을 유인, 자유로운 상상력의 영혼들이 활개칠 사회적 인프라가 절실하다.
로봇세로 청년의무고용제 실시, 전인교육 기회 마련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가 된다면, 경기 선순환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벨기에 로제타 플랜(청년고용 의무화 정책: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전체 근로자의 3% 청년 의무 고용제도)처럼 각지의 열혈 지방청년에게 의무고용의 기회를 줄 것을 권장한다. 매년 35만 명의 청년학생이 졸업하며 실질 청년실업률 17%(고용정보원)를 가정하면, 청년실업자 6만명*2400만원(년)=1조4400억 원, 2년 유지를 가정하면 매년 약 3조 원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25년 예산의 0.5%, 교육부 예산의 3%에 불과하다. 사회 초년생 실질 실업률 40%를 최대치로 적용해도 15만 명, 약 7조 원이다. 병장 월급 150만 원 시대인데 이 정도 비용으로 경력쌓기에 도움 주고 청년실업을 구제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것 아닌가. 여유가 더 있다면 청년들 돈 벌게 해준다고 애쓰지 말고 청년에게 세계관과 세계시장을 연구하고 가르칠 고급 인력 일자리, 전문 학자, 연구원, 교수를 더 충당하자. 우리는 처세술, 인기없는 취업길을 알선하는 현장 강사보다, 시대정신을 우뚝 세워 스스로 배우고 치고 나갈 용기를 북돋울 전인교육의 스승이 매우 모자란다.
재원이 모자란다면 로봇세라도 강구하자. 고용없는 성장이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상징어인데, 오죽하면 디지털 경제의 산실 빌 게이츠가 로봇세를 제안했을까. 지대란 자연의 산물인 토지를 인간이 소유하고 치부하기 위해서 고안된 일종의 세금이다. 스마트팩토리란 심지어 무인공정(현대차 미국 현지공장 40% 자동화) 경지까지 도달했다. 기계가 인간 고용을 완전 대체하면 소비도 없다. 로봇세는 경기순환을 원활하기 위한 자연 지대 대비 일종의 사회적 지대쯤에 해당한다. AI란 하늘에서 떨어진 자연의 산물이 아니다. 개개인이 생산한 지식정보를 기초 데이터로 이용한다면 공공 사용료를 지불하라. 먼 얘기가 아니다. 공공무선망 사용료를 놓고 다투었던 얼마 전 넷플릭스 분쟁을 기억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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