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사건에 대법원 초유의 속도전

대선 코앞인데 정치적 타격? 출마 자체 무산?

야권, '극보수' 조희대 의중 두고 경계심 고조

민주‧혁신 법사위원들 "조 원장 의지 크게 작용"

"법리적 측면보다 정치적 고려 따른 결정 의심"

"중립성‧독립성 훼손 안 돼…똑똑히 지켜볼 것"

정청래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 용서 안 한다"

법사위 29일 법원행정처 상대 현안질의 주목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법(강간 등 치상) 등에 대한 전원 합의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2025.3.20.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법(강간 등 치상) 등에 대한 전원 합의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2025.3.20. 연합뉴스

6‧3 대선까지 남은 마지막 고비인가. 대법원이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심리한 데 이어 불과 이틀 뒤인 24일을 두 번째 심리 기일로 지정하자 야권에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례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대법원 초유의 속도전이 혹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거나 출마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선거 개입'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야권은 대선을 불과 40일 앞두고 극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무슨 의도로 유권자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지 예의 주시하면서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 없이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당초 이재명 전 대표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인 2부에 배당하고 박영재 대법관을 주심으로 배정까지 했음에도 다시 전원합의체로 보낸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 의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양당 법사위원들은 "이번 전격적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은 지극히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국민으로 하여금 많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며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9월 말 선거법 재판 기한 준수를 의미하는 소위 '6·3·3' 조항을 지켜달라고 전국 법원에 권고한 바 있다. 이 역시 조 대법원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6·3·3'은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1심은 기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칙대로 이행되지 않고 시한을 한참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당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겨냥해 그 같은 권고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법사위원들은 "재판 기간 준수를 통한 신속한 재판은 존중돼야 할 원칙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해당 사건은 1·2심 법정 재판 기간을 훨씬 넘겨 선고되고 유무죄가 갈린 바 있다"면서 "대법원 재판부는 '선(先) 소부, 후(後) 전원합의체' 심리·판결이 기본이다. 소부에서 심리한 이후 법리적 해석이 중대하거나 판례 변경 및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 등 필요한 사안에 대해 예외적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여러 직간접적 법률적 쟁점이 있는 사건으로 전원합의체 회부는 예견됐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전원합의체 회부를 염두에 두고 소부 심리를 형식적으로 지나친 것은 그간 목격하지 못한 관행이고 예외적인 패턴"이라며 "따라서 국민은 법리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국민의 주권 행사가 임박한 시점, 즉 현직 대통령 파면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칙을 앞세워 또 다른 변침(變針: 항로 변경)을 시도한 셈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자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그 변침을 기화로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그 피고 사건을 특별히 다르게 취급하는 것도 그것이 가져올 정치·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타당하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대법원 스스로 그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재판 기간 내 선고'라는 절차에 매몰돼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주객전도 판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법관 열두 분의 충실한 기록 검토와 충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 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기표·이성윤·박범계·박희승 의원. 2025.4.2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기표·이성윤·박범계·박희승 의원. 2025.4.23. 연합뉴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따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로 뽑는다. 대법이 국민의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대법원은 헌법 정신을 지켜라.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경고했다.

법사위는 오는 29일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현안질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중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인 '더여민' 포럼도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라는 이번 토론회에는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한 정병호 교수,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을 지낸 이진국 교수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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