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짱깨 꺼져라" 외치는 '자유대학' 청년
갈라졌다 섞였다 반복해온 극우와 국힘의 역사
국힘과 족벌언론들이 시작, 주도한 혐중몰이
트럼프의 혐중 선동을 배우고 따라 한 한국 우파
고통받는 중국 유학생, 이주민, 결혼 이주여성들
언제 어디서 어떤 비극 터져도 놀랍지 않은 상황
혐중에 맞서는 폭넓은 연대, 행동, 정책이 중요
지난 4월 17일 서울 광진구의 이른바 '양꼬치 골목'에서는 "짱깨, 북괴, 빨갱이들은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라는 구호와 노래를 외치는 끔찍한 시위와 행진이 벌어졌다. 집회를 주최한 것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청년 극우 단체인 '자유대학'이었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중국인과 중국동포들이 많이 가는 지역을 찾아가서 인종주의적 혐오와 폭력을 선동했다.
얼마 전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구로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가 30%가 넘는 득표를 한 것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마약이나 범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를 추방해야 한다", "병원에 중국인 환자가 많은데 무료로 혜택을 누린다" 등의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통일당과 그 후보들이 선거에서 이런 식으로 이주민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선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던 박진재 후보는 '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를 이끌고 길거리나 주거지에서 미등록 이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위협하고 사적으로 체포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태도는 이번에 이강산 후보에게서 또 반복해서 나타났다. 그리고 구로구청장 후보를 따로 내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번에 이강산 후보를 지지하고 함께 선거운동을 도왔다. 결국 이강산 후보가 얻은 30%에는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에 대한 지지가 합쳐져 있었다. 이것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원래부터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같은 극우까지 포함한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을 뭔가 '정상적' 보수 정당이었다가 '흑화'한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착각하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와 같은 극우세력과 국민의힘은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배를 탔다가 갈라졌다가 다시 섞였다가를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반복해온 역사가 있다.
국민의힘이 좀 더 다양한 보수우파를 포괄하는 정당이기는 했지만, 둘 사이에 무슨 근본적 성격 차이나 대립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보안법 같은 자유민주주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악법을 한사코 수호해 왔고 '종북몰이' 마녀사냥으로 몰아서 진보정당을 강제 해산했던 게 바로 국민의힘의 역사였다. 이것은 전형적인 극우의 행태였다.
그리고 중국과 중국인 혐오(혐중)는 누구보다 국민의힘이 시작한 선동이었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처럼 종북몰이 마녀사냥은 이 나라 기득권 우파의 전통적인 무기였지만,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에게는 효과가 떨어진 종북몰이를 대체할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종북몰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혐중 선동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를 중국 정부와 자본을 돕고 있는 '친중 정권'이라고 공격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중국식', '중국풍'이라고 낙인찍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분열하고 몰락하던 우파는 이런 방식으로 혐오 정치를 재구성하며 기반을 확장하면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의 혐중 선동은 더 강력해졌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황교안이 앞장서서 코로나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했고,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 송환'까지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족벌언론들은 다양한 기사들로 그것을 뒷받침했다. 극우단체들이 조직한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 시위와 행진도 등장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창에는 문재인 정부와 정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너 중국인이지?', '너 조선족이지?'라고 공격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된 윤석열은 이러한 방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윤석열은 대선 유세를 다니면서 ‘문재인 정부는 반미 친중의 친북 좌파’라고 공격했다.
대선에 바로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김은혜는 ‘외국인(중국인) 투표권 축소’를 주장하며 혐중 선동을 이어갔다. 이처럼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관광객을 송환해라', '친중 정권에게는 이념이 국민 안전보다 중요하냐’라는 주장과 선동을 돌아보자면, 국민의힘이 바로 한국판 신극우 인종주의의 근거지라는 게 드러난다.
이러한 혐중 인종주의는 복잡한 역사적 뿌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시대의 중국인 멸시 교육부터 시작해서 한국 전쟁과 냉전 시대를 거치며 공고해진 반공주의, 백인을 가장 우월하게 보고 중동과 아시아의 유색인을 열등하게 보는 위계적 인종주의, 급격하게 국력이 발전해 온 중국에 대한 견제와 경쟁 논리 등이 결합해 있다.
중국 정권과 권력 집단의 반민주적이고 패권적인 행태가 그것에 핑계를 제공하는 면도 있다. 중국 정권이 실제로 홍콩과 미얀마 등에서 보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 강대국으로서 오만함, 아시아의 독재 정권들을 편드는 태도는 반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인종주의적 우파와 족벌언론들은 이것을 무고한 중국인(중국동포)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데 이용했다.
물론 이 문제에서도 한국의 우파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큰 영향을 끼쳐 온 미국의 우파와 트럼프 정권이 먼저 혐오의 논리를 발전시키고 선동을 시작했다. 미-중 경쟁 격화의 대결 정책 속에서 2017년 트럼프 1기 때부터 중국인과 아시안에 대해서 '더럽고, 몰려다니고, 야만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잘 번식한다'라는 편견과 낙인이 의도적으로 부추겨졌다.
트럼프주의적 우파는 이것을 '중국=공산주의=민주당'이라는 매카시즘과도 연결했다. 이것은 '민주당이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미국을 망치려고 한다'라는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서 오바마케어도, 사회보장제도도,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개입도 모두 ‘사회주의’적인 것이고,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처럼 트럼프는 두려움, 불안을 자극하고 혐오를 불러일으켜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그러한 감정의 전염을 통해서 지지층의 결속력과 유대감을 높였다. 특히 트럼프의 혐오 선동은 단지 제도정치의 우경화와 재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지자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서도록 활성화하며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이러한 트럼프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배우고 따라 했다. 앞서 봤듯이 혐중 인종주의와 선동은 이번 12.3 쿠데타에서 새롭게 나타난 것도, 전광훈과 자유통일당이 혼자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윤석열 파면 이후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내부 경선에서도 나경원 후보는 "서울대에서 시진핑 자료실을 폐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혐오 정치는 많은 사람의 불만과 분노가 커지는 시기에 더 극심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세력은 적개심과 혐오를 부추겨서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혐오 정치는 사회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낙인과 편견의 표적이 된 사람들만 희생양이 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과 증오 범죄들이 급증했다.
이 나라에서도 똑같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과 극우세력의 혐중 선동으로 중국 유학생,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여성과 그 자녀, 중국동포 등에 대한 적대와 혐오가 커지고 있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며, 우리가 건설 현장, 식당, 육아와 가사 도우미로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장 열악한 곳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벌어지면 그 희생자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무려 22명이 사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에서도 희생자 다수는 중국인과 중국동포 이주민들이었다.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 구조의 밑바닥에는 가장 차별받던 이들이 비극의 희생자가 됐다.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1000도가 넘는 열폭주 속에 사망한 희생자들은 지문이나 신원 확인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 끔찍하고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그동안 '중국인이 코로나를 가져왔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 투표권을 박탈하자'라고 선동하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나아가 윤석열은 12.3 쿠데타의 명분으로 '혐중'을 이용했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가까스로 진압되는 중이지만, 극우 내란 세력과 그들의 주요 무기였던 혐중 정치와 선동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차이나타운에서 거리 행진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먼저 필요한 것은 혐중 정치와 선동을 주도하는 신극우와 그들의 숙주로 기능하는 국민의힘에 맞서는 최대한 폭넓은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중국인과 중국동포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한국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이 연대는 대중 행동에 중심을 두면서도 혐오 발화 금지법, 차별금지법, 국가인권위법 개정 등 인종주의적 혐오 발언과 선동을 차단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면서 거대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SNS, 인터넷 플랫폼 등이 혐오의 논리와 내용을 퍼트리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가 서식할 수 있는 토양이 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는 일이고, 혐오와 차별 발화에 맞서서 대항적 발화와 담론을 계속해서 더 크고 넓게 퍼트리는 일이다. 중국인과 중국동포들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가짜뉴스와 갈라치기에 맞서 끝없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알려 나가야 한다.
최근, 미국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라틴 계열의 11살 여자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 소녀는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부터 동급생들에게 '불법 이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었고 '신고해서 잡혀가게 할 거'라는 놀림과 위협을 받다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런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친윤석열 극우와 내란 잔당들의 혐중 선동 속에서 중국 이주민과 중국동포들의 자녀들도 한국 학교에서 놀림,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비극이 터져 나와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 혐중 인종주의적 선동과 폭력에 맞서서 더 강한 연대가 절실하다. 차이나타운의 거리에서 '꺼져라'가 아니라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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