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문민통제 강화를 위한 제언 ①

수능 시험 '정치와 법' 응시자 고작 6.4%

육사 교육과정 중 '헌법과 민주시민' 폐지

군 교육과정 단계별 법규교육 보강할 필요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2.3 쿠데타가 일어나기 10일 전 알고 지내던 군 관계자와 우리 군의 문민통제에 대해 논쟁을 했습니다. 제가 미흡한 수준이라고 한 데 대해 그는 "지금 왜 문민통제가 안 되고 있냐"고  반박했습니다. 12.3 쿠데타 후에 아직도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미안하다며 본인이 틀렸다며 사과했습니다. 12.3 쿠데타에 동원된 병력들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면서 느낀 점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왜 문민통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2017년에도 육사 출신들의 군 지휘구조 독식은 여전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가 계엄과 관련된 군령권을 관장하고 있고 예하 조직으로 계엄과를 두고 있음에도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3사 14기)을 배제하고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육사 36기)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려 계획했습니다.

우리 군 지휘부의 대다수를 육사 출신 장교들이 차지하는 것은 2017년과 2024년이 같지만, 12. 3 쿠테타와 2017년 계엄령 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군대가 실제로 동원되었는지 여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군대가 실제로 동원되었을까요? 왜 어떤 군인들은 라면을 먹으면서라도 태업했을까요? 단지 일부의 극우 집권세력과 정치군인들이 모의를 했느냐 실행에 옮겼느냐 하는 차이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소수 특정 출신들의 결단에 맡겨도 될까요?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 본청 뒤편에서 뉴스토마토 기자가 707특임단 군인들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국회 CCTV가 1일 공개됐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 본청 뒤편에서 뉴스토마토 기자가 707특임단 군인들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국회 CCTV가 1일 공개됐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갈무리.

최근 계엄군들이 뉴스토마토 기자를 폭행하고 핸드폰을 빼앗아 촬영한 영상을 지우는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과거 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은 케이블 타이가 문 봉쇄용이며, 페이스북에 "단 한 명의 국민도 다치지 않았다", "부대원들이 억울하게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날 707 특수임무단의 출동은 국군통수권자의 정당한 명령이었다" 등의 내용을 올렸습니다. 육군사관학교 56기로 임관해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고 어쩌면 더 상위계급, 주요 보직으로 진출했을지도 모를 김 대령의 정치적, 법적 의식수준을 드러냈습니다.

각급 교육과정이나 계급에서 뛰어난 인재라는 평가를 받아서 '투명하고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과해 진급했을 이도 이런 의식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 군인들은 군인이 되는 과정에서 정훈교재에 나온대로 '군복 입은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모든 군인들이 경험하는 교육과정에 헌법이 필수가 아니라면

우선 모든 군인은 청소년기까지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의무교육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무교육과정의 끝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는데, 이 과정을 마칠 때까지 헌법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헌법 관련 내용은 고교 과목 '정치와 법'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교육부 보도자료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2024.12.5.)에 따르면 이 과목 응시자(2만 9915명)는 총 수험생(46만 3486명)의 6.4%에 불과합니다. 학교에서 사회과 과목으로 정치와 법 과목을 수강했지만 수능에서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전체 학생의 절반을 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군인들이 의무교육과정에서 헌법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병 입대자의 경우,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역병, 카투사, 공군 등의 상대적으로 군대 문화가 선진적이라고 평가되는(부조리가 적고 개방된 문화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군을 선호해 경쟁률이 높은 편입니다. 지난 3월 한국미래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공군의 지원 경쟁률은 10:1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가정이 어렵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등 사회적 계층의 평균이 낮은 인원들이 '현실적으로 쿠데타에 동원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육군의 주 입대자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뉴스 

현장 지휘관과 간부들이 헌법에 근거한 판단을 할 줄 모르는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군 간부들은 임관 전까지의 양성교육 과정과 임관 후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과정을 경험합니다. 교육훈련 과정에서는 헌법,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계엄법, 전쟁법 등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나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교육들이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큰 의문이 듭니다. 당장 이번 쿠데타에 동참한 것으로 '보도된' 가장 마지막 기수가 육사 60기 초반 기수인데, 연령대로 보면 고작 40대 초반입니다. 그 이하 특정 세대들의 우경화 경향을 고려하면 법규 교육은 충분히 보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쿠데타를 통해 군인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던 점을 다시금 느낍니다. 삼권분립을 알고 있다면 군인이 국회에 쳐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아침점호 때마다 외치는 육군 복무신조를 제대로 배웠다면, 2009년 경에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이 아니라 '복종'한다고 문구가 변경된 이유가 부당한 명령도 따라서는 안 되기 때문임을 알았을 것입니다. 전쟁사를 제대로 배웠다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지 않은 전범들의 처벌 결과를 알았을 것입니다. 한편 계엄령에 대해서는 현행 교육과정에 따라서 육군 소위만 달아도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구 초등군사반)에서 국지도발대비작전을 배우면서 과목의 제일 앞에 언급됩니다. 교육과정이 부실했고 교육을 통한 의식, 행동변화가 미흡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교육과정이 끝나더라도 망각주기를 고려하여 야전부대에서는 주기적으로 법규교육을 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육군본부 법무실에서 배부해준 주간 법규교육 자료를 지휘자, 지휘관으로 근무하면서 계속 직접 교육해왔습니다. 교육자료들은 항명, 군무이탈, 지시불이행, 점유이탈물 횡령죄 등 군사법적 측면에서 부대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항들에 대한 내용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나마 매주 수요일에 하는 주간 정신교육도 지휘관들이 직접 하도록 계속 강조되었지만, 주간 군법교육을 강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교육은 진급이나 선발의 요소로 포함되지도 않을 뿐더러, 자료에 접근하는 방법을 아는 간부들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 군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 의한 지배'가 있다면 명목상 중립은 실질적 중립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적 중립 준수의 의무라는 결과는 이야기하지만, 정작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판단을 할만큼 충분한 관련 법규 교육이 이뤄지고 있나요?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알아야 하는데 의무교육과정에서도, 군 입대 후의 과정에서라도 충분히 가르치고 있나요? 그러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군인들이 우경화된 토양에서 20대 초반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보냅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 선관위에 배치된 계엄군(왼쪽). 선관위 사진,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직후 선관위에 배치된 계엄군(왼쪽). 선관위 사진, 연합뉴스

정치훈련과 헌법과 민주시민

이 기사를 읽는 분들 중에서는 정훈병과의 정훈이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약자임을 아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상과 이념무장을 강조하던 시대의 산물이며, 국민과의 소통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2020년 정훈 병과 이름을 공보정훈(公報正訓)으로 변경했습니다. 정(政)자도 정(正)자로 바꾸었는데 군의 정치적 중립과 바른 훈련을 강조하는 의미였다고 국방부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4년 1월 부로 정훈(政訓)병과로 다시 바꾸었습니다. 정신전력을 이렇게까지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1년도 되지 않아 시행한 일이 12. 3. 쿠데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구를 위한 '정훈' 업무인지 의문입니다.

2017년 계엄문건이 드러난 이후 문재인 정부 시기에 육군사관학교에 도입되었던 '헌법과 민주시민' 교과목은 2024년에 폐지됐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 12월 서울신문에 따르면 방첩사 참모장이었던 소형기 소장이 2024년 11월 부로 육군사관학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해당 보도에서는 익명의 군 관계자가 5.16쿠데타 이후에 전두환이 지휘하여 육사생도들이 지지 행진을 했던 것을 재현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지나친 억측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2017년 계엄령 문건도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지시를 받아 기무사령부 참모장에 의해 작성되었던 점을 생각하면 같은 보직을 맡았다가 12.3 쿠데타 직전에 육군사관학교장으로 보임된 배경이 궁금은 합니다.

이런 상황 고려한 제안들

첫째,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헌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근현대사에 관한 교육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우리 헌법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보수도 찬성해야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군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에서는 헌법,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교육해야 하고, 보수교육에서는 계엄법, 전쟁법에 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국지도발대비작전을 배울 때는 계엄령이 제일 앞에 나오는데, 이때 계엄법 관련 내용을 조금 더 강화하여 교육하면 별도의 소요 없이 기존 교육과정으로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보수교육과정에서도 헌법 과목을 지속적으로 배우게 해야 합니다. 인력운영상 헌법 전체를 교육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지휘자가 되기 전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에서는 국가관 확립에 필요한 헌법총론을 가르치고, 지휘관이 되기 전 대위 지휘참모과정에서는 부하들을 지휘하며 필요한 기본권론을 배워 심성을 가다듬게 하고, 영관장교과 되기 전 합동군사대학 과정에서는 통치구조론을 가르쳐 군사전략을 배운 군인이 국방안보의 관점에서 문민통제 우위의 원칙을 받아들이는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넷째, 장기복무, 진급, 위탁교육 선발 시 헌법 단일과목에 대한 시험을 도입하고 장성급 장교들에 대해서는 계급별로 헌법 주제의 논문을 제출하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험과 논문 심사는 외부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다섯째, 현재 군인의 인사청문회는 합동참모의장 임명 예정자 대상으로만 이뤄지고 있으나, 장성급 장교들로 인사청문회를 확대하고, 위에서 언급한 논문을 자료에 포함시키게 해야 합니다. 군인들이 국회에서 민간 정치인들에게 검증받는 경험을 토대로 문민통제 우위의 원칙을 군인들 스스로가 새기게 해야 합니다.

* 다음 기사에서는 국방서열의 문민화, 전두환 신군부의 잔재 청산 필요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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