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에 기반한 교육 벗어나야
자기주도학습이 미래 경쟁력
지식 전달보다 학습 방법 중요
호기심과 자율성이 교육 핵심
자기주도학습, 그 실상은?
현대 교육은 심각한 모순에 빠졌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감시와 통제에 기반한 교육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모순은 단순히 교육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낡은 교육 체제의 위기를 드러낸다.
서울런은 교육 취약계층을 위한 서울시의 교육 복지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공부를 도와주는 것을 넘어, 교육 기회의 차이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구소득이 중간값인 중위 소득의 60% 이하 가정,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정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와 멘토링을 제공한다.
서울런의 핵심 철학은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로 기본 학습 내용을 스스로 배우고, 멘토링을 통해 공부 방향을 점검받는 두 가지 체계에 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메타인지, metacognition)을 높여 교육 자립도를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좋은 생각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숙제를 안 내주면 공부를 안 한다"라며 더 많은 과제를 요구하는 학부모, 지켜보기 위해 아이가 거실에서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등의 사례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모순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학생에게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포모도로 공부법'(25분 집중 후 5분 쉬는 시간 관리 방법)을 추천했지만, 5분의 휴식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부모의 간섭으로 이 방법을 포기한 경우가 있다. 교육학자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생기기 어렵다. 결국 지나친 간섭과 통제(미시적 통제, Micro-Management)는 학생들의 배움 의욕을 약화하고, 공부를 의무와 부담으로 느끼게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정보 혁명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정보를 얻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환경에서 지식을 외우는 데 중점을 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은 점점 쓸모가 줄어들고 있다. 교육의 중심이 '무엇을 아는가'에서 '어떻게 배우는가'로 바뀌고 있다.
2024년 서울런 멘토링 우수 사례로 뽑힌 접근법은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어 학습 방법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도구를 활용해 배울 수 있는 능력, 즉 메타학습(meta-learning)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
미국의 교육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가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닌 삶 그 자체"라고 말했듯이, 학생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배운다. 현대 교육학에서는 이를 '경험 학습'(experiential learning) 또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접근법은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지식을 적용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과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를 준다.
자기주도학습과 미래 교육의 방향
지방 작은 도시에서 학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경험으로 자기주도 학습의 가치를 확인했다. 분명한 목표와 자율성이 어떻게 배움의 의욕과 성취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사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글을 못 읽는 사람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맹의 의미를 넓혀 평생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멘토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습 촉진자(Facilitator)로 바뀌고 있다. 이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비판적 사고를 북돋우며,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의 '가까운 발달 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개념이 시사하듯, 학습자가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도록 지원하는 '발판 놓기'(scaffolding)가 중요하다.
통제와 감시에 기반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호기심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빨라지는 미래 사회에서 창의성, 비판적 사고, 함께 일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이런 능력은 자기 주도적 학습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길러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재구성이며, 이는 단순한 교육 방법론의 변화가 아닌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전환을 통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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