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임박했지만 윤석열은 승복 메시지 없어

파면 결정시 극우 폭동 우려되는데 '입꾹닫'

보수 성향 재판관 반대표? '믿는 구석' 있나

변호인단은 선동 지속…윤갑근 "기각이 마땅"

석동현 "아스팔트‧광장 애국시민들이 주인공"

국힘은 말로만 승복…헌재 흔들기 망발 여전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문형배 폭망"

야권 "국힘 불복할 것…윤석열 직접 약속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1.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17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폭동도 불사할 극우 세력이 대규모로 결집할 수 있는 주말을 피해 헌재가 월요일에는 공지를 하고 이르면 화요일 바로 선고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은 또 빗나갔다. '탄핵 열차'에 타고 있는 시민들의 불면의 밤은 이렇게 자꾸 연장되지만 그만큼 종착역이 가까워졌다는 건 분명하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기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헌재가 이번 주중에는 마침표를 찍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 선고 2∼3일 전에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에 고지를 하고 금요일에 선고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18~19일에 고지한 뒤 21일 선고하는 일정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사회적 긴장도를 줄이고 특히 극우 세력이 준동할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18일에 고지하고 19일 곧장 선고하는 식으로 그 간격을 좁힐 여지도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보다 6일 앞서 변론이 종결된 한덕수 총리 사건을 먼저 선고하거나 같은 날 선고하기로 하는 등 심리 속도에 영향을 미칠 여러 변수에 따라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헌재의 결정 지체로 국가적 혼란이 극심한 만큼 확률은 낮아 보인다.

 

1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5. 연합뉴스
1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5. 연합뉴스

결단의 날이 언제로 잡히든 헌재가 재판관 '8대0'의 전원일치 또는 다수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선포할 것이라는 분석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론이 없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는 점이다. 친위 쿠데타 및 내란 동조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경우 제도권 밖 극우 집회 주도층이나 일반 지지자들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난동 움직임도 잦아들겠지만 아직까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공식적인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친윤 언론과 보수 논객들 사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조중동 중에서도 압도적 '맹윤' 논조를 보여온 조선일보조차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도 민주당도 승복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으면 한다"고 전했고,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승복은 가해자인 윤석열만 하면 된다"면서 "다른 사람들 끌어들이지 말라. 구차하게 이재명도 끌어들이지 말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헌재 선고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까지 승복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으면서 수상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3인의 반대표를 확보했다고 보고받는 등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남동 관저에 몸을 숨긴 채 김건희 씨나 측근들과 무슨 모의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9일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지막으로 공개 행보는 중단한 상태다. 대통령실도 입을 닫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승복 메시지를 낼지는 변호인단이 대통령님과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통령국민변호인단 탄핵 반대 통합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석동현 변호사. 2025.2.20.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통령국민변호인단 탄핵 반대 통합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석동현 변호사. 2025.2.20. 연합뉴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윤 대통령이 승복 메시지를 내려고 했다면 변호인단과 진작 논의했을 텐데, 실제 변호인단 입장을 살펴보면 그럴 뜻이 없다는 기류만 감지된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활동해온 석동현 변호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탄핵 각하‧기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국민변호인단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또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아스팔트와 광장에 나오셔서 함께 하는 애국시민 여러분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다시 굳건하게 세우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라고 끝까지 '필승'을 다짐했다.

앞서 지난 13일 또 한 명의 복심인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유는 줄 탄핵, 방탄 탄핵, 보복 탄핵, 이적 탄핵을 통한 국정 마비 시도, 헌정질서 파괴 등인데 비상계엄의 원인이 됐던 탄핵들이 오늘까지 8건 기각됐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김승수(왼쪽부터),권영진,김석기 의원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25.3.17. 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김승수(왼쪽부터),권영진,김석기 의원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25.3.17.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지도부는 겉으로는 승복하겠다고 생색을 내지만 정작 소속 의원들이 여전히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헌재 흔들기에 여념이 없는데도 마냥 방치하고 있다. 당의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헌재 선고에 승복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오히려 "민주당이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몰아갔다.

반면 김석기·구자근·권영진·김승수·서천호·박준태 의원 등은 이날도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절반을 넘는 62명이 일주일째 이러고 있는 것이다. 릴레이 시위에 참여해온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절차적으로 하자가 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각하될 것이 분명하고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조기 대선은 물 건너가고 가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5일 극우 기독교 단체 '세이브 코리아'가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개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도 나경원·윤상현·이만희·구자근·장동혁·강명구 의원 등 여당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역사 강사라는 극우의 간판 전한길 씨와 같은 무대에 오른 이들은 헌법재판관 개인을 겨냥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으며 극렬 유튜버 뺨치는 수준의 망발을 쏟아내는가 하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노골적으로 선동했다.

"헌재는 내란 몰이만 믿고 날뛰다가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개구리) 신세가 됐다. 내란몰이로 가장 멘붕에 빠진 사람은 문형배다. 친구 믿고 헌재소장 한번 해보려고 몰빵했다가 쪽만 팔고 완전히 폭망했다."(장동혁) "가짜 내란 몰이, 불법 구금과 불법 수사로 헌법과 법치가 무너졌다. 이 내란 사기극을 끝내려면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 헌재가 잘못된 판결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은 극좌세력이 판치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나경원) "보수의 성지인 구미에서 불굴의 박정희 정신으로 재무장해 다 함께 '탄핵 각하 열차'를 출발하자. 탄핵 심판이라는 불구덩이에 놓여있는 윤 대통령을 구출해내자. 탄핵을 반드시 각하시켜야 한다."(윤상현)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5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5.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5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5. 연합뉴스

이에 야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윤 대통령이 제 입으로 승복을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말로만 승복을 떠들지 말고 ▲극우 집회에 참석해 헌재를 겁박한 의원들 징계 ▲'1호 당원'인 윤석열 출당 ▲조기 대선에 국힘 후보 불출마 등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극우 세력의 폭력과 선동이 극에 달했고, 국민의힘의 헌재 겁박도 도를 넘었다"며 "헌법재판소가 제 역할을 제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헌법파괴자 윤석열을 단호하게 만장일치 파면함으로써 그 역할을 다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해 "그동안 재판관 인신공격과 헌재를 겁박한 행위에 대해 우선 사과하라. 헌정질서 유린에 앞장서고 극우 집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징계하라"고 다그쳤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승복을 약속할 진짜 당사자는 윤석열이다. 자기 살고 김건희 살리자고 이 난리를 만든 당사자 아닌가?"라면서 "나라를 아예 절단 내려 하는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마지막 도리다. 윤석열의 입으로 승복을 약속할 시간"이라고 질타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나경원, 김기현, 윤희숙, 장동혁 등 국힘의 전‧현직 의원들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천박한 허위 사실에 기초해서 재판관을 흔들거나 헌재를 흔드는 막말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국힘과 윤석열 측의 선동과 헌재 무시로 인해 지지자들이 초유의 서부지법 습격과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는가?"라며 "국힘은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는 즉시 '1호 당원'인 윤석열 출당 조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야 5당이 공동 주최한 비상시국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3.17. 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야 5당이 공동 주최한 비상시국을 위한 범국민 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3.17. 연합뉴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윤석열이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어떤 결정이든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끝날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은 가해자이고 야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피해자다. 가해자가 그 심판에 대해서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고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야당은 당연히 승복할 것이고 또 불복할 방법도 없다. 가장 먼저 승복을 선언하고 수용을 선언할 사람은 윤석열 그 자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그 속내는 헌재 판단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서 윤석열 탄핵 선고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을 하는 것"이라며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켜서 헌법을 파괴한 집단이라면 헌재의 판단이라고 고분고분 승복할 리 없다. 저들은 아마 '저항권' 운운하며 헌법을 또 파괴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승복하는 방법은, 소속 정당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데 대해 국민께 석고대죄하고 조기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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