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동에 강력한 처벌 촉구

"윤석열 계엄 선포와 극우 지지자들

견고한 독재 세력 힘 또렷이 보여줘"

민주, 국민의힘 극우화 강하게 경고

이재명 "서부지법 폭동 응원, 비호"

한국서 극우 줄곧 '보수'인양 행세

"12월 3일 이후 현 상황은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의 정치 위기 중 하나다. 우리가 지금 반민주적 극우 그룹들을 억제하고 진지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 정치 폭력과 극단주의가 만연한 비극적 미래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미국 하와이대(마노아)의 양명지 부교수(사회학과)는 31일 호주국제문제연구소 사이트에 실린 '계엄령, 극우, 한국의 권위주의 유산들'이란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극우 폭도들'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당한 사건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의 '백골단' 국회 기자회견 주선을 예로 들며 이렇게 경고했다. 법원 폭동에 대해 그는 "극우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폭력을 선동하고 부추긴 결과"라고 했다.

양 교수는 20세기 후반 한국 중산층 형성의 역사를 추적한 <기적에서 신기루로>(From Miracle to Mirage. 2018년. 코넬대 출판사)의 저자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연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2.1 연합뉴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연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2.1 연합뉴스

"윤석열 계엄 선포와 극우 지지자들

견고한 독재 세력 힘 또렷이 보여줘"

이 글에서 양 교수는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운 윤석열의 12·3 불법 계엄 선포와 이에 맞선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시민의 대규모 시위들과 국회의 12·14 윤석열 탄핵소추안 의결 등의 과정을 거론하면서 "윤석열과 계엄을 성토하는 시민의 거리 시위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의 강한 믿음을 보여줬지만, 현 상황은 극도로 불확실한 채 남아 있다"라고 우려했다.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윤석열의 불법 계엄 시도에도 그의 정당인 국힘의 대다수 의원이 탄핵에 반대했고 극우 세력이 윤석열 수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양 교수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 시도와 그의 극우 지지자들은 한국 정치에서 권위주의(독재) 세력의 견고한 힘을 또렷이 보여준다"며 "대중의 저항이 그의 탄핵소추로 귀결됐지만, 극우의 깊은 제도적 연계와 영향력 증가는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에 계속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31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31 연합뉴스

"한국 극우, 옛 독재 세력과 그 동맹"

민주화 이후 '온건 보수'와 동맹 맺어

양 교수가 보는 한국의 극우 세력은 "이전의 권위주의 세력과 그들의 동맹 세력"이다. 이들은 '독재 이후'의 한국에서도 정치를 지배했으며 민주화를 강하게 거부해왔다. 그는 극우의 대규모 동원은 최근일 수 있지만, 극우 자체는 한국 정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봤다.

양명지에 따르면, 민족 분단과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등 한반도의 냉전 조건 때문에 한국의 정당 정치에서 오로지 우파만 정당화될 수 있었다. 과거 독재 체제들은 조금이라도 비판적이거나 진보적인 그룹과 사상을 위험스럽게 "친북"이라고 낙인찍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뿌리 깊은 독재의 내력을 지닌 이전의 군부와 정치 세력은 제거되지 않았고 그 대신에 온건 보수 세력과 동맹을 맺었다.

양 교수는 "이것이 현 국민의힘의 기원이다. 우익 정당에서 극우가 정상으로 여겨지고 숫자도 지나치게 많은 탓에 온건 보수의 공간은 제한됐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 맥락에서 극우는 오랜 기간 "극우"(far right) 또는 "초보수"(ultra conservative)라기보단 "보수"(conservative)의 외양을 썼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한국서 극우는 줄곧 '보수'인양 행세

'극우 인프라'…여러 인물·조직 연계

또한 한국에 '극우 인프라'가 있다고 봤다. 그는 "여러 다른 인물과 조직이 깊게 연관돼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극우의 주된 지지 기반으로 △ 주류인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들 △ 검찰, 군, 국가정보원 등 일부 정부 기관 △ 주류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극우 유튜버 등 우익 미디어 △ 시민 조직과 일부 복음주의 기독교 등 종교 조직들 △ 태극기 노인층 등 극렬한 우익 시민들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양 교수는 "지난 몇 년간 극우 세력은 급속하게 성장했다. 카카오톡과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소통 수단을 활용해 극단적 수사와 음모론들이 우익 시민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됐다. 국힘의 많은 의원은 심지어 이들 메시지를 퍼뜨려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힘의 뿌리이자 전신인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과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들의 모습.  윗줄 왼쪽부터 박정희-전두환-김영삼 대통령, 아랫줄 왼쪽부터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 
국민의 힘의 뿌리이자 전신인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과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들의 모습.  윗줄 왼쪽부터 박정희-전두환-김영삼 대통령, 아랫줄 왼쪽부터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 

극우가 보는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그냥 반공·반북·친미·반중과 동의어

극우가 입에 달고 사는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이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본래 의미에서 '자유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시민권과 권력 분립, 정치적 다양성, 법치를 보장하는 정치체제다. 그러나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개념은 전혀 그렇지 않고, 특히 한국의 극우는 이를 그냥 "반공", "반북", "친미", 그리고 갈수록 "반중"의 동의어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극우는 또한 이승만, 박정희 같은 이전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숭배한다. 점입가경인 건, 피비린내 나는 1980년 광주 대학살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던 잔혹한 독재자 전두환의 독재 리더십을 공개로 찬양한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그들은 종종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학생 운동가들의 유산을 반역적이고, 친북적이며, 극좌라면서 정당성을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노무현 집권한 2000년대 초

"우익들 위협 느끼고 상실감 공유"

양 교수는 "이런 이념들은 지난 40년간 극우 내에 일관됐지만, 극우가 협력을 통해 더 큰 정치연합체를 만들고 시민사회를 동원하게 된, 역사적으로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리버럴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집권했던 2000년대 초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전에 우익 정당은 선거에서 쉽게 이겼기에 이념 투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소외된 호남 출신의 오랜 반체제 인사인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우익 전반은 위협을 느꼈고, 극심한 상실감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수주의(conservativism)의 이미지를 바꾸고 이념 투쟁에서 이기기 위한 시도로서 '뉴라이트'가 등장했다는 게 양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뉴라이트는 좌파에게 배운 대로 시민단체 조직, 책과 잡지 출간, 대중 포럼 및 강연 조직 등을 통해 그들의 세계관을 일반 시민에게 전파하려고 노력했다"며 "뉴라이트가 한국에 새로운 이념적 비전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지만, 시민사회 동원 노력은 성공했다"고 썼다.

그는 "2022년 우익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을 때, 뉴라이트는 부활했다. 윤석열은 뉴라이트 인사들을 내각과 다른 여러 정부 기관에 임명했다. '반국가 전체주의 세력'이 한국 사회를 파괴한다고 강조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윤석열의 연설들은 뉴라이트 이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3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31 연합뉴스

민주, 국민의힘 극우화 강하게 경고

이재명 "서부지법 폭동 응원, 비호"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민주당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의힘, 너무 극우화되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이런 소수의 극우적 사고를 가진 집단들과 연계돼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불법 계엄을 동조, 또는 비호하고 서부지법 폭동을 사실상 응원 또는 비호하다시피 하는 그런 행태로 어떻게 대한민국의 나라 살림을 책임지겠는가. 나라를 위기,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라면서 "지금 당장 달지 몰라도 큰 해악이 될 것이다.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키고 전광훈과 극우 유튜버들은 폭동을 선동하고 국힘 의원들은 내란과 폭동을 옹호한다. 윤석열, 전광훈, 극우 유튜버, 국힘 내 극우 의원들의 극단주의 카르텔, '극우사이비 세력'이야말로 국정 문란과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의 축이며, 국힘은 그 숙주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폭동을 일으키고 사법 체계와 헌재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헌정질서 파괴 세력을 격리하지 않고는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내란 심판에 동의하는 '민주, 헌정 수호 연합'을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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