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구속 기소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2030 청년 남성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동조하는 현상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명백히 반하는 데도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건 크게 우려할 만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깊이 따져보고자 한다. 어떤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 주장이 먹힐만한 사회적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와 청년 남성들은 어떻게 연대를 이루게 된 것인가? 태극기 부대는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이 세대는 산업화를 일군 세대임에도 노인 빈곤에 더해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태극기 부대 집회에서는 일체감을 느끼고 존재감을 확인한다. 박근혜 대통령 때 노령연금 도입이 노인세대의 보수 정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다.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노인 세대가 주축이 된 태극기 부대가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는 보수 집회에 2030 남성 청년들이 대거 등장한다. 태극기 부대와 2030 남성 청년들의 동조화로 볼 수 있다. 2030 남성들 역시 일자리가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보수 집회에서만큼은 존재감을 확인하고 노인 세대로부터 격려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청년들은 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군 장병 월급 인상과 같은 청년 남성우대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보수 집회에 나가는 노인 세대와 청년 남성들에겐 박근혜·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의 심리적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그렇다고 청년 남성들이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지지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왜 그들은 위험한 생각과 행동을 거침 없이 드러내는가? 윤석열의 내란 기도가 확신에서 나왔듯이 청년 남성들의 서부지법 난입도 확신에서 나왔다. 그 확신의 배경에는 음모론·배타주의가 작동했다. 부정선거음모론, 중국 음모론을 맹종하고, 자신들이 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 및 법원 난입을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히틀러와 히틀러 지지자들의 권력 장악 과정과 흡사하다. 트럼프의 선동과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행위와도 닮았다. 히틀러는 반유대주의, 트럼프는 선거부정 음모론을 내세워 지지자들의 폭력을 유발하고 이를 합리화·합법화했다. 윤석열은 공산 전체주의를 더해 공화국 파괴행위를 합리화하려고 했다. 최근 ‘백골단’의 등장은 해방 직후 서북청년단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소외된 집단이 정치 세력의 음모론에 동조해 폭력 사태를 빚은 게 서부지법 난동이다.

이러한 폭력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외된 집단을 부추겨 폭력으로 이끌기보다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동체가 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음모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음모론을 부추기는 정치 세력을 퇴출시켜야 한다.

먼저 소외 극복을 위한 방안을 보자. 청년 일자리 부족, 청년 취업난, 특히 청년 남성의 군 입대로 인한 청년 여성과의 형평성 문제 해결은 국가적 과제이다. 주거 안정은 청년 노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과제이다. 소득 대부분을 집 구입에 써야 하고, 젊은 세대는 집 구입 여력마저 되지 않으니 주거 부담이 온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음모론에 의존하는 좀비 정당은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거대 양당 독점구조를 끝내고, 다당제 연정·협치가 가능한 정당·선거 제도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2016-2017 촛불혁명 탄핵 국면 때 다당제 연정·협치 기회가 열렸다. 그 기회를 살렸다면 보수당은 극우로 쪼그라들고, 진보 정당 지평이 더 확대되었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거대 양당 구조가 더욱 굳어지고,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을 끌어들인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위성 정당까지 판치는 상황을 불러와 대표적 진보정당인 녹색정의당의 추락을 가져왔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게 뼈아프다.

상식은 당대 사람들의 자기 보호·욕망 실현·인정 욕구에 바탕을 둔다. 그 수단은 생존 투쟁·돈·권력 쟁취이다. 태극기 부대와 2030 남성 청년의 동조화는 인정 욕구의 반영이다. 욕망만이 상식이 될 때 위험하다. 내 아파트 소유라는 뉴타운 광풍으로 용산 참사를 겪었다. 돈만이 상식이 될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권력만이 상식이 될 때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심지어 12·3내란까지도.

이제 욕망∙돈·권력만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넘어서야 한다. 정치는 더 큰 하나를 위해 국가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노인, 청년, 청년 남성과 여성이 하나 되는 공동체. 목소리 없는 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목소리 큰 자들이 양보하는 정치. 그것은 민주공화국·다당제 연정·법치주의, 즉 공존과 연대가 가능한 제도를 먼저 세우고 여기에 교육과 문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광장의 열기가 남아 있는 지금이 제도 개혁의 다시 못 올 기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