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에 모여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국역서 보자"

대통령실 행정관이 내린 '공식 지령'도 있어

대통령실 "개인적으로 보낸 문자일 뿐"

경찰 폭행한 여성 현장서 바로 체포되기도

극우 유튜버 방송으로…"윤석열을 지키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3차 변론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3차 변론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면서, 그를 지지하는 극우 단체들이 헌법재판소(헌재)에 몰려들어 경찰을 폭행하는 불상사가 또 일어났다. 극우 커뮤니티와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지령'을 내리듯 헌법재판소에 모여야 한다고 했으며, 온라인 뉴스 댓글창도 어지럽혔다. 이들은 거듭 '부정 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내란을 옹호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오후 1시 11분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지하 주차장을 통해 청사 내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의 출석으로 헌재 인근에 극렬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경찰은 버스 192대를 동원해 겹겹이 차벽을 세웠다.

헌재 방면 시야를 가리기 위해 높이 4m가량의 경찰 저지선도 설치됐다. 헌재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는 경찰 비공식 추산 5000명이다. 경찰은 기동대원 4000여 명을 헌재 주변에 배치하고,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 헬멧과 진압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분사기를 준비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탄핵변론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위는 격렬했다. '윤 대통령을 응원한다'며 모인 지지자 가운데 한 여성 지지자가 오후 1시 30분쯤 경찰을 폭행해 현장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은 "평화 시위하는 사람을 왜 데려가느냐"고 반발하며 폭력 행위를 두둔했다. 오후 5시 20분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 약 100명이 1인 시위를 하겠다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극우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들을 향해 "집회 밖으로 나가라" "대통령을 못 보게 하느냐" "좌파 빨갱이 꺼져"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헌재 일대는 출입이 통제됐고, 바리케이드 앞 경찰은 "기자들과 직원들만 보내주고 나머지는 다 돌아가라. 유튜버는 안 된다"고 채증 경고도 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는 '대통령실 공식 지령 내려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2025.01.21. 일간베스트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는 '대통령실 공식 지령 내려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2025.01.21. 일간베스트

이날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는 '지령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긴급] 대통령실 공식 지령 내려왔다 '모두 헌재로 모여달라'"는 제목의 글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헌재 시위를 주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카카오톡(카톡) 대화 캡처본이 올라왔다.

캡처본에 따르면 자신을 대통령실 성삼영 행정관이라고 소개한 인물은 카톡 단체방에 "내일(21일, 화) 2시에 대통령께서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합니다"라며 "응원이 필요합니다.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모든 곳에서 대통령님을 응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해당 카톡 캡처본을 일베에 올린 글 작성자는 "미친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애국시민들의 함성과 결기로 보여줘야 한다"고 적었으며, 댓글에는 "안국역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에게 힘이 되자"는 등의 글이 달려있었다. 

대통령실은 시위 촉구 문자를 대통령실 행정관이 작성했다는 데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헌재에 모이도록 선동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해당 문자가 대통령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당사자는 논란이 된 문자를 평소 알고 지낸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대통령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당사자는 이날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지금 안국역이다" "빠따(야구 방망이) 들고 갈 것" "지금 헌법재판소에 불친절한 경찰이 있으니 경찰 실명을 알아내서 경찰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거나 국민 신문고에 글을 올리자"고 선동하는 글이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트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 등에서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들은 특정 방송사를 지목해 '댓글 공격'을 유도하기도 했다. 일베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는 "지금 좌파들이 방송사 전주 MBC를 많이 본다"며 "실시간 댓글창 산업화시키자(우경화시키자)"라는 글이 써져 있었다. 이 글이 극우 커뮤니티에 올라온 뒤 댓글창에는 "법이 무너졌다" "탄핵 금지" "국민들은 대통령을 원한다" "(계엄령 때)군인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한 것" 등으로 도배됐다. 전주 MBC 댓글창에는 '방송사 뉴스창 댓글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글까지 올라오는 지경이었다.

지난 서부지법 폭동의 한 축이었던 극우 유튜버들도 헌재 앞으로 가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헌재 난리났다! 윤석열 나타났다!' '윤석열을 지키자!' '제2 인천상륙작전 실행 임박' 등의 제목을 단 라이브 방송을 하며 12·3 비상 계엄령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선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일부 극우 유튜버는 경찰에 체포를 당할까 몸을 사리기도 했다. 이날 1시 30분 헌재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틀어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 그냥 때리고 싶은데 지금 (경찰) 눈빛이 다르다. 나는 특별히 한게 없지만, 일부 선동 유튜버는 감방에 100% 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댓글을 보면서 "탄핵을 멈춰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리는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해서 1시간 43분 만에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비상 계엄령 선포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리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궤변했다. 그는 변론 종료 후 1시간가량 헌재에 머문 뒤, 호송차를 타고 오후 4시 42분 헌법재판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이후 서울구치소 복귀에 앞서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했지만 구체적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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