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난색‧당혹‧신중론 기류…이해관계 첨예

"의견 모으기 대단히 어려워" "당내부터 부딪혀"

"이번 총선 아닌 5년 뒤 차차기부터 시범 실시"

민주 지도부도 시큰둥…"대통령 하명으로 오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중대선거구 결합?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정개특위위원인 정희용(왼쪽), 장동혁 의원(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정개특위위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비공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정개특위위원인 정희용(왼쪽), 장동혁 의원(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정개특위위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비공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거론했던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두고 여당에서부터 부정적인 기류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꺼낸 화두라 공개적으로 반대는 못하지만 국민의힘에 유리할 게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의원들이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움과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예견됐던 반응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위해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구 제도에 관한 당내 의견을 어떤 방법으로 수렴하고 결정할지 절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정개특위에서 숙성되고 정리되면 미리 의원들에게 제공하고, 의원들도 선거구 제도, 다양한 선거구제 모습이 실질적으로 선거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충분히 숙고한 다음에 의견을 들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개특위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현실적으로 여론 수렴 과정,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이 병행돼야 할 일이다. 다음 달에 어떤 결론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면서 "여야 의견이 부딪힌다기보다 당내의 모든 의원의 입장들이 서로 부딪히는 게 많아서 협상이라든지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지역별로 유권자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년에 있을 총선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 실시를 한다 하더라도 5년 뒤 선거부터, 차차기 선거부터 적용한다고 얘기하면 아무래도 (의원들) 저항이 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5년 뒤 선거에 이것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전면적이 아니고 좀 시범적이 될 수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그런 데를 한번 해보는 건 어떠냐"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두고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제안을 꺼낸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떨떠름한 분위기를 넘어 아예 '장기 과제'로 넘기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당내 다수이자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주로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꼭 영남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개혁의 하나로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며 "일본은 소선거구제에서 출발해서 중대선거구제로 갔다가 1993년경 소선거구제로 다시 돌아온 경우"라고 일본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돼 결국 소선거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선거구를 광역화해서 복수의 국회의원을 뽑겠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일례로 도를 없애고, 몇 개의 광역시로 묶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권력구조 및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사실상 하지 말자는 얘기이거나 어렵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6.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 반응도 시큰둥하거나 미적지근하다.

이재명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제3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특히 "저는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전세계적으로 보면 중대선거구제의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현재까지 증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6일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전국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용기 의원은 "정치를 바꾸자고 시작된 정치개혁 논의가 대통령의 '나는 던질 테니 수습은 국회가 하라'고 하는 구태스러운 하명 정치, 오더 정치로 오염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통령의 어설픈 메시지만으로 어떻게 정치개혁을 해내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갈 경우 수도권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고, 애초에 윤 대통령이 순수한 정치개혁 의제로서 어젠다를 꺼낸 게 아니라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깔렸을 것이라는 의심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결국 중대선거구제는 윤석열 정권과 보수세력의 총선 정략, 더 나아가 장기 집권 책략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일본 자민당을 꿈꾸고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기득권 때문이 아니다. 중대선거구제야말로 오히려 정치신인에게 불리하다.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기득권자, 유명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돈 많은 사람들과 조직이 센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면서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존을 말하지만,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없이는 진보정당에도 실익은 많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비례대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시피 민주당에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무게중심을 두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대1, 또는 1대1까지 맞춰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에서 대폭 증원하고 이를 전국 6개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의원 정수 자체를 확대하는 방안, 지난 총선 때 절충형으로 도입했다가 그나마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기형적 현상으로 왜곡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방안,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중대선거구제를 결합하는 방안 등이 지역 구도 및 양당 대결 구도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방향으로서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