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석하면서 동시에 '사직서' 제출
기자 앞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으면 안 돼"
윤석열 체포 때 '총기' '화기' 소지 허락까지
"반발도 관저 문 열어줄 수도 없어서 투항"
이지은 "김용현처럼 긴급체포가 이뤄져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이탈은 여러모로 의구심을 자아낸다. 박 처장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유혈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여태 보인 태도는 오히려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기 위해 유혈 사태마저도 감내하겠다는 모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박 처장은 이날 경찰에 출석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 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경호처는 "박 처장이 오늘 오전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비서관을 통해 최 권한 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의 경찰 출석 방식도 이전의 다른 조사와는 달랐다. 그간 국가수사본부 조사가 비공개 소환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박 처장은 출석 여부와 시간을 미리 언론에 알렸다.
박 처장은 앞서 경찰의 두 차례 요구에도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며 회피했었다. 경찰은 3번째 출석 요구도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아래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카드를 검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출석 시간에 국수본 청사에 나온 것이다. 그는 취재진에게도 모습을 드러내고 직접 문답도 나눴다.
박 처장은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상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박 처장이 한 발언과는 다르게, 그는 여태까지 '유혈 사태 우려'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박 처장이 경호처 직원 등에게 발포를 명령했다는 제보도 야당에 접수됐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장은 지난 5일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며 "(체포) 당시 박 경호처장으로부터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포탄을 쏘고, 안되면 실탄도 발포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처의 극렬저항은 윤석열과 김용현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일부 충성파 간부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박 처장을 필두로 현장에 있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광적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독려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수처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할 때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지만, 군인과 대통령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벽'을 세워 집행할 수 없었다. 집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도 있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버스나 승용차 등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였고 경호처와 군인들 200여 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경호처 인력 중 개인화기를 휴대한 인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박 처장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무기 소지를 승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추측된다. 결국 공수처가 무리하게 윤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다면 물리적 싸움과 유혈 사태까지도 일어날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 처장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202경비단에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두 경비단 지휘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만약 군 병력을 지원했다면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박 처장이 비록 경찰에 자진 출석했지만, 증거 인멸과 도주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 기관에 출석할 때 긴급 체포한 것 처럼 박 처장도 긴급 체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 출신인 이지은 변호사(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경찰에서 긴급 체포를 해야 되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같은 경우도 검찰에 자진 출석했는데 긴급 체포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박 처장이 경찰에 출석했지만 앞으로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올 수도 있다"며 "긴급체포를 하면 24시간 내에 검찰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이 시간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경호처장, 차장, 본부장 등 초강성 상부 지휘부에 영장을 신청하면 그 밑은 와해할 수 있다"며 "경찰도 그런 생각으로 긴급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 처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대해선 "(박 처장이) 체포영장 집행에 반발하자니 특수공무집행 방해죄 수괴가 될 수밖에 없고, 그냥 문 열어 주자니 우익들에게 십자포화 맞게 생겼으니, 경찰에 투항한 것"이라며 "본인 입장에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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