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체포 못하는 경찰‧공수처 지리멸렬
경호처가 스크럼 짰다고 오후 1시 반에 퇴각
주말도 허송세월하다 영장 종료일엔 내분까지
새벽마다 잠 설치며 뉴스 찾는 시민들 울화통
'백면서생' 공수처장은 심지어 윤석열에 굽신
국힘이 추천한 오동운, 일부러 시간 소진하나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경호처 사병(私兵)들의 호위 속에 관저에서 떵떵거리는 상황은 실로 초현실적이다. 아프리카의 군부 독재자나 남미의 마약왕 행태를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윤석열은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깔아뭉개며 극우 집단의 결사 항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 광기와 추악함을 견줄 대상을 달리 찾기 어렵다.
내란 잔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이 믿을 수 없는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체포의 소임을 책임진 공권력이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은 하루하루 낙담과 좌절감을 곱씹는 지경이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경호처 측 인원 200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막아섰다는 이유로 겨우 오후 1시 30분에 하릴없이 퇴각했던 공수처와 경찰은 그 뒤 주말도 허송세월로 보내더니 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엔 급기야 '집행 주체'를 놓고 자중지란이나 벌이며 내란 세력에게 역공의 빌미를 주고 시간만 탕진했다. 새벽마다 잠을 설치면서 '오늘은 다시 체포에 나서겠지' 하고 뉴스를 찾아보거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밤을 지새는 수많은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더욱 울화통이 치미는 건 지금까지 대한민국 공권력이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일반 시민이나 야당 인사들을 상대로는 무자비한 진압을 거침없이 일삼아왔다는 점이다. 현대사에서 제주 4‧3 사건의 시작인 3‧1 시위, 3‧15 의거와 4‧19 혁명, YH 사건, 6월 항쟁, 대추리와 용산 남일당 건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민중총궐기 현장 등에서 정당한 항거에 나선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이 자행했던 유혈 폭력 사례는 일일이 꼽기도 어렵다. 구타와 고문, 발포와 물대포 발사가 망라된 '민중의 몽둥이'에 죽거나 다친 이가 부지기수다.
당장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숭례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 때도 특수진압복·방패·삼단봉으로 무장한 경찰이 난입해 참석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면서 골절과 염좌, 찰과상 등을 입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11명이 연행됐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도 상의가 너덜너덜하게 찢길 정도로 기동대원들에 의해 패대기쳐져 땅바닥을 뒹굴다 갈비뼈 골절 및 전신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에게 야당 국회의원 정도는 안중에 없었다.
최근 '남태령 대첩'에서도 2030 여성을 비롯한 시민들이 현장에 대거 달려가지 않았다면 경찰이 트랙터 시위를 벌인 농민들을 가혹하게 짓밟았을 것이다. 이미 트랙터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를 끌어내는 등 강제 진압이 임박한 상태였다. 지난 2016년 11월 25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트랙터를 타고 상경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은 양재나들목(IC)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30여 명이 연행됐고 차량 29대가 견인됐으며 그 과정에서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막강한 물리력을 과시하며 철권을 휘두르던 공권력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 한없이 온순해졌다. 윤석열이 대놓고 법 집행을 우롱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나약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우왕좌왕하고만 있다. 강약약강의 극단이다. 그러니 국민이 울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에는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가 모여있는 데도 이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오동운 공수처장은 과연 제정신인가 의아할 정도로 우유부단과 무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그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전 여야 의원들이나 언론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했던 발언들을 보면 글자 그대로 미치광이를 잡으려는 결기가 있는 것인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내란 수괴를 상대로 공손함을 넘어 저자세로 굴신하는 기이한 태도였다.
"대통령께서 공수처에 출석하는 소중한 시간을 꼭 내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리고 원합니다."
"수사진에도 최고의 예우를 갖춰 흐트러짐 없이 조사에 임하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해 너무 과도한 비난이나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수사진에도 강조했습니다."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는 지킬 것이니 우리 공수처에 응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판사 출신이고 수사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이없을 만큼 유약한 백면서생의 언설이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특히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박종준 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자는 경찰의 요구를 '불상사'를 우려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 정도 저항은 뻔히 예상됐는데도 너무나도 빨리 포기함으로써 영장 집행에 돌입한 지 불과 5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시 30분에 철수하도록 했다. '체포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오 처장은 이어 황금 같은 주말 이틀 내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체포영장을 손에 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5일 오후 9시에 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공문을 경찰에 일방적으로 보냄으로써(경찰은 공문 접수 시각이 6일 오전 7시라고 밝혔다) 공조본의 팀워크에 큰 혼선까지 초래하며 시한 마지막 날을 소진했다. 애초에 국민의힘이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해 공수처장 자리에 올랐던 그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내란 세력을 돕는 게 아니냐고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오 처장 취임 이래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등 공수처가 제대로 처리한 윤석열 정권 관련 사건도 없다. 이 같은 미심쩍은 역량과 행보로 인해 이젠 공수처 해체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로 진작에 구속기소됐고, 오 처장은 야권에서 '신(新)을사오적' 중 하나로 꼽혀 탄핵이 거론되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뼛속까지 얼어붙는 눈보라와 칼바람에도 아스팔트 위에서 한뎃잠을 자며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는, 이제나저제나 윤석열 체포 소식만 기다리는 무수한 시민들의 간절한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쿠데타 수괴와 그 호위대를 확실하게 일망타진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양대 국가기관은 지금 신뢰의 위기를 넘어 존망의 벼랑 끝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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