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무너져도 "나는 잘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증에

"난 잘하고 있는데 국민이 몰라줘" 피해망상증까지

그런데도 언론은 검증 않고 찬양만 한 것

윤 탄핵한 뒤 한국사회 '리셋'해야 내란 완전 종결

송요훈 편집위원
송요훈 편집위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확고한 잘못된 믿음을 망상이라고 한답니다. 윤석열의 망상은 오래전부터 징후가 있었지만, 짧게 보자면 12.3 내란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나라를 구하려고 내란을 일으켰다’는 망상증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거지요.

망상증에는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이 있다고 합니다. 과대망상은 예를 들어 자신이 대단한 재능을 가졌거나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확신하는 것이고, 피해망상은 자신이 음해, 감시, 비방, 희롱당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윤석열은 어떤가요? 명태균의 비유에 의하면, ‘장님 무사’이기도 하고 ‘총을 든 5세 아이’이기도 한 윤석열은 둘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자동소총을 겨누고 있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실 제공 사진
자동소총을 겨누고 있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실 제공 사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내지른 게 분명한 ‘의대 정원 2천명 대폭 증원’의 파장으로 의료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오히려 선거에 악재가 되자, 대통령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선거를 불과 아흐레 앞두고, 하필이면 만우절에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은 “의사집단이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내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한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폭탄선언을 합니다. 발 등의 불을 끄려는 건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건지,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지는 담화였지요.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요?

인과관계로 따지면 가해자인데, 의사들이 자기를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 젖어 도리어 화를 냅니다. 그러한 피해망상은 ‘처단’이라는 섬뜩한 표현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12.3 계엄령 포고문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하필이면 만우절에 발표한 그 담화에서 윤석열은 ‘과대망상’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습니다.

대화로 해결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화물연대의 집단행동도 건설현장의 ‘건폭’도 강경 진압으로 해결했다고 떠벌였습니다. 윤석열은 건설노조를 ‘건폭’이라 불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돈을 풀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무시하고 건전재정을 유지하여 물가도 잡고 금리도 안정시켰다고 자랑했습니다. 물가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물가 점검을 나갔다가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란 말을 하여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일은 윤석열의 기억에는 없는 듯했습니다. 유리한 기억은 과장하여 남기고 불리한 기억은 아예 삭제하고...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는 그렇게 형성됩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망가진 한일관계를 개선하여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되었고, 반대와 저항에도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했고, 원전 생태계를 비롯하여 모든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찾게 되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걸 꼭 지금 해야겠느냐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듣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과 불통을 소신과 의지로 미화했습니다. 소신과 아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99명은 아집이라 하는데, 박정훈 대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걸 망친 그 한 사람’은 소신이라고 우겨댄 겁니다.

 

지난해 11월 7일 열린 대통령 윤석열 ‘끝장’ 기자회견.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해 11월 7일 열린 대통령 윤석열 ‘끝장’ 기자회견.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12.3 계엄령을 선포하기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이른바 ‘끝장’ 기자회견에서도 그랬습니다. 대체 이런 기자회견은 왜 하는 거냐, 사과를 한다더니 무엇을 사과한 것이냐, 사과의 기본에 대해 아느냐고 부산일보 기자가 질문했던 바로 그 기자회견입니다. 윤석열의 망상증 징후는 더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늘 걱정이 많은 자리다. 더울 때는 더워서 걱정이고, 추우면 또 추위가 걱정이다. 365일 24시간 정말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책무이기에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어쨌든 국가와 국민의 민생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그 보람에 힘든지 모르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고 나아지게 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았고, 그 결과 경제는 기지개를 켜고 있고, 올해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성장률은 2%를 상회할 전망이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랬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그런데 국민이 몰라준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쉴 틈 없이 뛰었고, 성장동력을 살리고,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징벌적 과세를 완화하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세일즈 외교로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한미동맹 강화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고, 첨단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그렇게 성과가 많은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망상증 징후가 더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12.3 계엄 선포 한 달 전에 있었던 그 기자회견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은 정상이 아니구나, 저 사람은 참과 거짓이 완전히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구나,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구나 하는 공포마저 느꼈습니다. 365일 24시간을 쉴 틈도 없이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그 덕분에 모든 게 좋아졌다는 것이 과대망상이라면, 그런데도 국민이 몰라주는데 그 이유는 공무원들이 홍보를 못 하니 국민이 체감을 못해서라는 건 피해망상입니다. 맞습니다. 윤석열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을 왕복 달리기 하는 망상증 환자입니다.

윤석열의 망상증 징후는 대선후보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비록 대통령이 된 후에 밝혀지긴 했지만,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계 진출을 준비하던 윤석열은 국힘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힘을 쥐약 먹은 놈들이라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정권교체 플랫폼으로 써먹어야 한다.”
“국힘 접수한 후에 이놈 새끼들 개판치면 당 정말 뽀개버린다.”
“나는 민주당보다 국힘을 더 싫어한다.”
“나는 정권교체 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 하는 거, 솔직히 귀찮다.”

국힘당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참 힘듭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뒤에 나온 폭로인지라 ‘넌 나를 모욕했어!’ 하며 발끈하진 못해도 서운하다는 내색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 대표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이준석도 날리고 김기현도 날리고, 이른바 몇몇 ‘친윤’ 의원들을 앞세워 당을 무시하고 또 무시해도 대통령 윤석열 앞에선 전전긍긍이었습니다. 잘 길들인 좀비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내란 우두머리가 되어 보수를 궤멸의 지경으로 몰아넣었는데도 대통령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발악을 하는 것이겠지요.

 

윤석열의 비정상적 언행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여전했습니다. 돈 없는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 주 120시간 노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한다, 문재인 정권은 집 없는 사람을 진보진영에 묶어두려고 집값을 고의로 폭등시켰다... 대선후보 윤석열의 입에서는 서울법대를 나오고 검찰총장까지 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식 밖의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재벌가 3세 경영인이 자기의 SNS에 멸치와 콩을 찍은 사진을 올리고 중국을 비하하는 ‘멸콩놀이’를 하자 대선후보 윤석열도 마트에 가서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콩놀이’에 합류했고 그러자 나경원 등 몇몇 국힘당 의원들이 따라하는 해괴한 행태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부산지역의 국힘당 당원들 모임에 가서 한 말인데, 그런 말을 하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그 자리에서는 박수를 받았을지 모르나 전국에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SNS에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에게 사과를 주는 ‘개사과’ 사진을 올린 게 전부였습니다. 맞습니다. 윤석열에게선 소시오패스의 징후마저 있었습니다.

윤석열의 ‘개사과’는 대학생 때도 부친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는, ‘고집불통 청개구리’ 윤석열의 성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윤석열에게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서민적 풍모’ ‘역대급 리더’ ‘남몰래 선행을 베푼 익명의 천사’ 등등 경쟁적으로 윤석열을 미화하고 떠받들었습니다. 선거에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후보자 검증인데, 대다수 언론이 검증이 아닌 찬양을 했던 겁니다.

 

윤석열 대선후보 측에서 SNS에서 올린 ‘멸콩놀이’ 사진과 ‘새사과’ 사진. 인터넷 갈무리. 
윤석열 대선후보 측에서 SNS에서 올린 ‘멸콩놀이’ 사진과 ‘새사과’ 사진. 인터넷 갈무리. 

죽은 자식 거기를 만지는 부질없는 상상이긴 합니다만, 언론이 그때 검증에 철저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런데도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까요?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가 되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는 몽니를 부려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윤석열을 탄핵하라며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 200만 시민이 모이고,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걸 보여달라며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추위와 싸우며 밤을 새고, 민주주의 모범국가에서 졸지에 민주주의 후진국가로 전락한 한국을 세계는 황당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언론이 제 역할을 했어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모든 일이 한 사람으로 인해 벌어졌습니다. 망상증이 있는 한 사람, 윤석열. 그의 망상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닙니다. 검찰을 대통령 부인의 해결사 용역업체로 만든 김건희의 주가조작과 디올백 사건, 폭탄주 때문인지 공사 구분을 못 하는 판단능력 부재와 분노조절장애가 드러난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윤석열-김건희 부부만이 아니라 국힘당의 치부까지 드러난 명태균 게이트 등등으로 인하여 망상증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윤석열의 머리에는 비상계엄 선포로 한 방에 자기를 괴롭히는 모든 걸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망상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윤석열로 인하여 학교에서 교과서 암기식 교육으로 배우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알고 보면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무리 법과 제도가 훌륭해도 결국 사람이 엉망이면 도로아미타불이고,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나 보편적 윤리와 비례하지 않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공들인 탑도 한 사람으로 인하여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좋은 머리 나쁘게 쓰는 것만큼 반사회적인 범죄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가 된 대통령 윤석열은 곧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기소되어 사회와 격리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이 없다고 해서, 윤석열이라는 망상증 환자를 통해 우리가 목격한 사회의 부조리가 치유되는 건 아닙니다. 그 부조리에는 언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석열의 내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리셋, 재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의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재설정과 재부팅이 끝나야 윤석열의 내란도 종결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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