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군부대 200여 명 '인간 벽'…몸싸움도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으나 대치 끝 철수
"일부 개인화기 소지…현장 인원들 안전 우려"
윤 변호인단도 극렬 반발 "불법체포 범죄 행위"
석동현 "공수처 미친 듯 설쳐…수사 경험 빈약"
국민 허탈 무기력…작전상 한 번 더 숨 고르기?
체포 재시도 또는 구속영장 바로 청구할 수도
경호처장·차장 입건하고 4일 출석 통보 압박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어이없게 실패했다. 대통령 경호처 측의 저항으로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 상황이 5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현장 수사 인력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관저에서 철수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본은 이날 오후 1시 36분쯤 공지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가 불발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 군인과 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인간 벽'을 세우고 물리적으로 저항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저 200m 이내까지는 접근했는데 버스나 승용차 등 차량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였고 경호처 직원과 군인 200여 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오늘 영장 집행 인력이 공수처 20명, 경찰 80명 등 총 100명 정도 규모였다. 경호처와 협의 끝에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한 공수처 검사 3명이 관저 200m 앞 철문까지 갔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나와 불법적인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관저 200m 단계에서는 군인과 경호처를 포함해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팔짱을 끼고 막아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가 집행하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한 상황에서 안전 우려가 커 집행을 중지하기로 했다. 단계별로 크고 작은 몸싸움이 계속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호처 직원과 군 인력이 실탄 소지를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관계자는 "몸싸움 단계에선 없었다"면서도 "관저 앞에 개인화기를 휴대한 인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야간에 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 단계는 지금 말할 수 없다"며 "절차에 대해선 검토해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위해 이날 오전 8시 2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으로 들어가 8시 4분부터 곧바로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했다. 대통령 경호처 측이 정문 안쪽에 미니버스를 대고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저 입구를 막자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은 40여 분간 대기하다 차에서 내려 걸어서 관저로 진입했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투입된 수사 인력은 공수처 수사관 30명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120명 등 150명이다. 이 가운데 공수처 30명과 경찰 특수단 50명 등 총 80명이 먼저 관저에 진입했고, 나머지 경찰 특수단 70명은 관저 밖에서 대기하다 일부가 추가 합류했다.
관저 안으로 들어간 인력은 경내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부대 병력과 1시간 이상 대치했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 아닌 수방사 일반 사병들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됐으며, 이들은 관저 경비를 맡고 있는 55경비단 병력으로 알려졌다. 55경비단은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공수처 측은 오전 9시 50분쯤 경비단의 1, 2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건물 앞으로 접근했으나 다시 경호처 직원들의 방해에 가로막혔다. 공수처 측은 체포 및 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처장은 경찰대(2기)를 나와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극렬 반발했다. 이들은 체포영장 집행 도중 <위헌‧위법적 영장 집행에 대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입장>이라는 언론 공지문을 내고 "주석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통제하는 책임자의 승낙이 있어야 압수·수색이 가능한 경우, 영장 발부 전에 불승낙의 의사가 명백할 때는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실무제요는 영장 집행 단계에서 책임자가 중대한 국익을 해하는 경우를 이유로 승낙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승낙을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면서 "서울서부지법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 자체로 학계와 법원의 일반적인 견해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석 형사소송법은 현행 형소법의 적용에 관한 해석과 설명을 담은 주석서다. 노태악 대법관을 비롯해 판사들이 편집했다. 법원실무제요는 법원행정처가 펴내는 일선 법관의 가이드라인 격 실무지침서다.
대리인단은 나아가 "위법적 영장을 공수처가 집행하고 경찰이 이에 협조했다면, 공수처와 경찰은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죄의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독직폭행과 공무집행 방해죄를 자행한 것이다. 이 경우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도 반복했다. 대리인단은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부장판사 모두 (서울서부지법에) 근무 중이고, 두 사람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영장·판사 쇼핑'이라고 지적하는 것이고, 우리는 단순한 오비이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수처 직원이 대통령 관저 정문 안으로 들어갔지만, 오늘 체포영장 집행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공수처가 정말 미친 듯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안하무인·안하무법으로 설친다"면서 "공수처장부터 수사 경험이 극히 빈약하고, 한 줌 인원도 안 되는 공수처가 이렇게 경박하고 무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공수처를 중심으로 한 공조수사본부가 정말 무능해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윤 대통령 체포를 허탈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무장한 경호처를 상대로 단계별 조치가 필요해 작전상 한 번 더 숨을 고른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공수처가 이번 1차 실패를 통해 좀 더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할 명분을 쌓고 영장 재집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이 큰 2차 체포 시도 대신 바로 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집행 저지에 앞장선 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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