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세대 '승리의 기억', 극우세력에겐 사형선고
박근혜 탄핵 이후처럼 정치인한테 일임 않을 것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윤석열의 망상
힘에 대한 과욕과 과신에 사로잡혀 있는 윤석열은 정치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으로 승부를 가리는 전쟁으로 이해하는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성격자다. 그는 최고의 힘을 의미하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모든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이고 힘으로 해결하려 했고 그 결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었다. 지난 총선에서의 참패는 윤석열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만일 그가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조금이라도 두려워하여 협치로 방향을 전환했다면 내란이라는 극단적인 모험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병적인 심리의 소유자인 윤석열은 총선 참패로 궁지에 몰리고 정권위기가 심각해지자 “이것들이 감히 나한테 덤벼? 계엄으로 싹 쓸어버리자!”라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제 아무리 윤석열이라도 비상계엄이 성공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타산이 없었다면 그것을 무리하게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왜 비상계엄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 것일까? 윤석열은 어려서는 엄격한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복종하면서 성장했고, 검사가 된 후에는 강한 힘이나 권위자에게 전적으로 복종하는 동시에 힘으로 약자를 짓밟으면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한마디로 힘을 추종, 숭배하고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강한 힘을 획득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이런 인생 속에서 윤석열은 모름지기 “힘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왜곡된 인간관을 신념화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두려움으로 인해 국민들이 감히 반항하거나 덤비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믿음이나 기대와는 달리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달려가 무장한 군인들을 맨몸으로 막아냈다. 윤석열의 오판은 그 무엇보다 국민들을 자기처럼 힘 앞에서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는 개돼지로 간주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믿었던 도끼 미국이 윤석열 발등 찍었나
국민들을 우습게 봤다거나 시대착오적인 냉동인간이라는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윤석열의 미친 행동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그는 겁쟁이 – 권위주의적 성격자의 심층에는 심각한 무력감과 두려움이 있다 - 여서 강한 힘, 뒷배의 지지나 지원 없이 거사를 감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패권 추락 위기 속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을 끊임없이 고조시키면서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저울질해 왔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 추락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은 기존의 한미동맹을 핵에 기초한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밀어붙여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 했고, 북-러-중을 겨냥해 끊임없는 군사훈련을 강행함으로써 전쟁위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최근 들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가 임박하자 북한군 파병설을 유포하면서 윤석열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군대를 파병하게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윤석열은 한반도에서 국지전 같은 제한된 전쟁을 일으키고 계엄을 선포해 한국군을 파병하려는 계획을 공동으로 검토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정권위기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배짱을 부리면서 눈을 부라리는 자세로 일관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윤석열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포기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것은 우선 북한이 화성포-19형 등을 발사하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핵무기로 미 본토를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미군이 아닌 윤석열이 도발하는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군(기지)을 공격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임 1기에 추진하다가 실패한, 미완의 북-미 협상을 2기에서는 완결짓겠다는 강한 의욕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을 강력하게 견제하면서 반대했을 것이다.
내란 성공했다면 미국은 다시 지지 선회했을 수도
미국 형님만 믿고 영구집권, 통일대통령 꿈을 꾸고 있던 윤석열과 김건희는 미국이 발을 빼자 당황망조하여 미국의 승인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나 정보력을 고려해볼 때 미국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계획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윤석열이 미국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감행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미국은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차단하지 않았지만 도와주지도 않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은 방해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방관했다. 만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미국은 그것을 승인, 지지하고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군 파병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미국의 충견인 윤석열은 자신이 미국 허락 없이 사고를 치더라도 성공만 하면 미국이 지지해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란이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은 곧바로 윤석열을 폐기처분했다. 윤석열은 바이든 앞에서 아메리칸 파이까지 부르면서 아부했지만,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이 쓸모없어진 주구를 보호해주겠는가?
미국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에는 신중한 자세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내란이 실패할 것 같자 즉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는 거의 실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의 내정에 개입하고 간섭했다. 예를 들면 골드버그 대사는 내란 사태 직후부터 국회의장 우원식, 국무총리 한덕수와 한동훈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과 부지런히 접촉했다.
내란 진압 후 활발해진 미국의 내정 간섭과 앞으로의 선택
처음에 미국은 윤석열-한동훈 회담을 통해 윤석열의 자진 하야와 한동훈으로의 권력 이양을 추진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맛이 간 윤석열이 하야를 거부하고 한동훈이 함량미달임이 판명되자 탄핵 지지로 선회했다. 현 시점에서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제불능인 윤석열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그의 손발을 묶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이 윤석열을 버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을 밀어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말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도 한국의 기득권세력처럼 이재명 대표를 매우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윤석열이 탄핵되자 내란 공범인 한덕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것을 지지했다. 정국 주도권을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윤석열은 버렸지만 미국은 뼛속까지 종미사대주의인 극우세력을 살려내고 보호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바람은 이재명 대표를 날리고 나서 내세우거나 지지할 만한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보수대연합에 기초한 내각제도 검토해보겠지만 야당과 국민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고, 내란부역당인 국힘당의 약화, 궤멸로 인해 보수대연합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대안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노무현 정권 때처럼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길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새 세대의 승리의 기억이 극우세력에 내릴 최종적 사형선고
미국은 예전과는 달리 지구촌을 마음대로 주물러대는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인은 줄기찬 민중항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향후 윤석열의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민항쟁은 더 고조될 것이고, 국민들은 더 성장하면서 강해질 것이다. 이번 국민항쟁에는 청소년, 청년 세대가 대거 동참하면서 항쟁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부모들조차 어찌할 수 없었던 새 세대를 윤석열이 깊은 잠에서 깨워 거리로 나오게 만든 셈이다.
정치적으로 각성하여 실천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새 세대는 군부독재에 대한 승리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586세대의 뒤를 이어받는, 내란 진압이라는 승리의 기억을 간직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에서는 내란에 동조하면서 제2의 내란을 획책하고 있는 극우세력이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 세대의 항쟁 참여와 주역화는 극우세력에게 내려진 최종적 사형선고다.
어떤 이들은 이번 내란이 성공할 수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계엄군이 국회의원이나 국민보다 먼저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를 막았다면 내란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경우에도 윤석열의 내란은 실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국회 봉쇄에 성공했다면 비상계엄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될 수는 있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거대한 국민항쟁으로 인해 실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인은 비무장 국민에게 발포하지 않으리라”는 집단적 믿음
치열한 민주화투쟁을 통해 군부독재를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시킨 절대다수의 한국인들 – 군인들도 포함된다 - 은 군사쿠데타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민주적 신념이 확고하다.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평범한 다수의 군인들은 비무장 국민을 향해 발포하지 않을 거라는 집단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믿음은 내란 사태에서 군인들의 명령 불복종이나 소극적인 진압태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유혈적 군사쿠데타나 내란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윤석열의 내란을 1차 진압한 국민들은 박근혜 탄핵 시기와는 달리 정치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둔 채 생업에만 전념하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결, 대통령 선거, 사회대개혁을 위해 줄기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실패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처절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래는 미국이나 정치인들이 아닌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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