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시험’으로 선발, 민주적 정당성 가장 취약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법관이란 결코 “천상의 지배자”가 아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나라 사법부라는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흔히들 말한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에서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한가? 그리고 이 땅의 ‘사법 정의’는 진실로 작동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아니오”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간의 풍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자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울 뿐이다. 법원의 결정은 대체로 정치적 상황과 정치권력의 풍향에 따른 편향성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관련 사건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47개 혐의에 모조리 무죄 판결을 한 것을 위시하여 관련자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해왔다.

OECD 꼴찌 수준의 이 나라 사법부 신뢰도

2015년 OECD 조사에 의하면, 한국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OECD 회원국 42국 중 최하위와 다름없는 39위였다. 이후 2020년 OECD 조사에서도 역시 꼴찌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가 가치관이 흔들리고 사회 규범이 정착되지 못하는 여러 요인 중에서 비민주성과 독점성 그리고 스스로 “지상의 인간 무리를 다스리는 천상의 지배자”로 인식하는 권위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사법 시스템이 그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사법부 독립’이란 무엇인가? ‘사법부의 독립’이 지향하는 종국적인 목표는 결코 법관의 지배가 이뤄지는 체제가 아니고, 바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법치의 실현이다. 여기에서 법치란 결코 법치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민주주의 실현의 유효한 수단으로서의 법치여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주 법원 판사는 우리와 달리 주민들의 직접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임명위원회에 의한 임명 방식을 채택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법관이 선출직이다. 미국의 법관은 주(州)마다 직접 선출되고 있는데,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주도 있고 정당을 배제하는 주도 있다. 한번 선출된 법관은 다음 임기에는 연임 여부에 대해서만 투표가 이뤄진다. 이렇게 하여 시험 성적에 의하여 대부분 20~30대 아주 젊은 나이에 판사로 임용되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 판사가 되는 나이는 중년에 해당한다. 주 심리법원 판사는 46세, 연방법원 판사는 49세, 주 항소법원 판사는 53세이다. 이렇게 최소 20년 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 영역의 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획득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5 연합뉴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권위적인 이 나라 사법부

한편 미국 의회는 하급법원에 대한 설립권을 가지고 있으며, 법원의 관할범위에 대해서도 변경할 수 있다. 미국 사법제도의 근거 규정인 헌법 제3조 1항에는 “미국의 사법적 권한은 대법원과 의회가 제정하는 하급법원에 귀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회는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헌법 개정을 통해서 뒤집을 수 있다. 헌법수정 제11조, 13조, 14조, 15조, 16조, 20조가 그렇게 탄생하였다. 또한 판사들의 임명과 지위 상실에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상원의 인준 과정을 통해서 사법부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고, 부적격 판사에 대해서는 탄핵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미국 역사상 15명의 연방판사가 탄핵소추를 당하였고, 9명은 탄핵 결정 전에 사임하였다. 영국은 1년에 20~30명의 판사가 탄핵된다. 사법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조차도 <법관 탄핵법>에 의거해 모든 국민들이 국회에 판사와 검사에 대한 탄핵 신청을 할 수 있고, 이제까지 아홉 차례 탄핵이 진행되어 7명의 법관이 탄핵되었다.

한동안 법원행정처 개혁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상한 적이 있었다. 주지하듯, 법원행정처는 일제 잔재로서 그간 이 나라 사법부의 난맥상을 초래한 핵심적 요인으로 작동되어 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언제 개혁 문제가 제기되었느냐는 듯 변함없이 강력하게 군림하고 있다. 그렇게 이 나라 사법부는 시민의 참여를 철저히 봉쇄하며 독점의 성을 더욱 높이 구축해갈 뿐이다. 결국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법원, 그래서 그 폐단은 계속 심화되어간다. 미국에서 법원 행정은 각급 법원 법관을 비롯하여 법조 직역 종사자, 의회 의원, 그리고 일반인까지 포함되어 구성되는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은 수행한다.

사법부 독립은 '독점'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이란 독점되어서도 안 되고 절대적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법부는 시민에 의해 그리고 의회에 의해 분명하게 견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대중들이 단순한 참여의 범주를 넘어서 자신을 지배하는 지배자를 통제, 지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어떠한 권력행위에 대하여 대중들이 감시하고 평가하며 그에 상응하는 판단과 행동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사법부가 그 예외일 수 없다. 사법부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 법관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시험’에 의해 선발된 자일뿐이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나라 사법부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국민에 의해 그리고 국민의 대리자인 의회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 민주주의도 살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사법부도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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