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없는 갑작스런 제로 코로나 마감

부담 큰 소프트 랜딩 아닌 하드 랜딩 택한 것

병원성 약한 오미크론, 사망자 분류기준 변경

대중에 부담 전가하는 하드 랜딩 정당화 장치

23일(현지시간) 중국 남서부 충칭시 충칭의과대학 제2부속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팔에 주사를 꽂은 채 줄지어 앉아있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은 병상 및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한편, 이날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의료 자산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공급이 충족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12.23 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중국 남서부 충칭시 충칭의과대학 제2부속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팔에 주사를 꽂은 채 줄지어 앉아있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은 병상 및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한편, 이날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의료 자산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공급이 충족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12.23 AFP 연합뉴스

중국정부가 지난 7일 대규모 PCR검사와 지역봉쇄, 철저한 격리 등의 코로나 대책들을 대폭 완화한 데 이어 26일 해외에서 자국 입국시 격리조치도 폐지(1월 8일부터)하기로 함으로써 ‘제로 코로나’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를 두고 중국 감염증 역사 전문가인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 이이지마 와타루 교수(의료사회사)는 중국정부가 “하드 랜딩” 해결방식을 선택했다고 진단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이지마 교수는 2020년 이후 세계를 곤경으로 몰아 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을 ‘기승전결’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번의 중국정부 정책전환은 ‘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의 80억 인구 중 14억의 중국 인구가 완강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집단면역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그것 자체로 전 인류적 위험요소(리스크)였다면서, “이번의 정책 전환은 커다란 충격을 동반하는 ‘하드 랜딩’ 착지를 중국정부가 선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이미 중국 당국이 감염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언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시기 선택지만 남아 있었을 것이라면서, 어떤 역학적 전망 속에서 이런 결정을 택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상정할 수 있는 여러 경우들을 비교해 본 결과, 서서히 대책을 완화해 가기보다 하드 랜딩 쪽이 최종적인 혼란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그는 말했다. 경제 불황, 10월의 제20차 공산당대회(그리고 시진핑의 3연임), 11월 말의 대규모 항의시위 등을 고려했을 것이고, 심각해지는 주민들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통치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와도 연결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감염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나올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신의 계산” 영역이라고 했다. 즉 대응방식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도 정확하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이지마 교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 있을지는 역사관이나 사회관, 생명관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지 과학적인 명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이지마 교수의 ‘하드 랜딩’론은 결국 중국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에 대한 대책, 즉 단계적인 ‘출구전략’을 나름대로 충실히 세워 놓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드 랜딩론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자, 가장 비용(정치적 경제적)이 적게 들 것이라고 판단한 쪽을 택한 것으로,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 판단이 옳을지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중국정부가 하드 랜딩 쪽을 택한 근거 중의 하나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도 강조했듯이 오미크론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 바이러스들과는 달리 병원성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이 대중에게 이번의 갑작스런 정책 전환의 가장 큰 이유이자 정당화 논거로 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는 세계의 다른 지역들이 이미 이른바 ‘위드 코로나’ 단계로 이행한 뒤에도 중국 당국이 중국 대중들을 극도의 고통 속에 몰아 넣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동원되고 있다. 즉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제로 코로나를 고집한 것은 병원성이 약한 오미크론의 유행 시기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중국인들의 반응도 한결같이 그런 설명에 동의하면서 중국정부의 정책 판단을 지지하고 있다. 이 병원성이 약화된 오미크론 담론은 당국의 정치적 부담을 크게 들어주었을 것이다.

도박을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역시 당국이 발표한 COVID-19 사망자 판단기준 변경이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시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더라도 폐렴이나 호흡부전으로 숨진 경우가 아니면 COVID-19 사망자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즉 폐렴이나 호흡부전 외의 다른 기저질환, 즉 혈전이나 심근경색, 폐혈증 등으로 사망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그 사망원인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혈전 등 기저질환으로 판단해 COVID-19 사망자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감염이 다종다양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 환자들의 상태를 악화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팬데믹 상황에서 그것을 COVID-19 사망자로 굳이 분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는 하드 랜딩을 강행할 경우에 피할 수 없는 대량의 사망사태를 사망자 분류기준 변경으로 피해가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실제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로 집계된 수치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는 중국정부가 곧잘 미국 등 서구의 대량 사망자 수치와 비교하면서 인구대비로 현저히 낮은 공식 사망률을 자랑해 온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우월성 및 체제 우월성 선전의 정당성을 견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 수 있다.

이 새로운 사망자 분류기준에 따르면, 중국에서 하드 랜딩으로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수치는 실제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중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7일 쓰촨성 청두의 한 병원 응급실앞에서 의료진이 들것을 이용해 연로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환자 폭증과 의료진 감염으로 병원들이 속수무책으로 한계에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12.28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7일 쓰촨성 청두의 한 병원 응급실앞에서 의료진이 들것을 이용해 연로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환자 폭증과 의료진 감염으로 병원들이 속수무책으로 한계에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12.28 로이터 연합뉴스

소프트 랜딩을 택할 경우, 단계적 완화와 각 단계마다 필요한 대응책들을 마련하려면 하드 랜딩의 경우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중국 대중에게 주는 충격은 훨씬 줄이겠지만, 중국정부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팬데믹 초기단계에선 분명히 큰 효력을 발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백신 접종이 일반화되고 대다수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단계에 돌입한 상황에서는 중국의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협요소가 됐다. 그럼에도 신속한 정책 전환이 쉽지 않았던 것은, 중국 당국도 자인하는 낙후된 중국의 의료 인프라, 그리고 제로 코로나 정책의 초기 성공과 완벽에 가까운 성공신화(선전) 때문이었을 것이다.

악순환이 가속화하면서 결국 하드 랜딩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런 선택에 따른 충격과 엄청난 부담은 중국 대중이 최종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신 중국정부는 약체화된 오미크론, 사망자 분류기준 변경 등의 장치들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상당부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이지마 교수도 지적했듯이, 정책 변경 이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인간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신의 계산’ 영역이라, 중국정부의 선택이 그들이 의도한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실패하면 그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또 한 차례 떠 안아야 할 새로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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