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당일 국방장관 초강경파로 교체

갈란트, 전후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반대

점령지 영토 편입 추진 네타냐후와 충돌

갈란트 경질 항의하며 수백 명 격렬 시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중인데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5일 전격 경질했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의 전후 가자 재점령 등에 반대해온 갈란트를 미국 대선일에 맞춰 경질했다는 것은 차기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5일 시위대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도로를 봉쇄한 채 출구 표시에 네타냐후의 얼굴 스티커를 붙인 뒤 한 시민이 승리의 'V'자를 보여주고 있다. 2024. 11. 05 [AFP=연합뉴스]
5일 시위대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도로를 봉쇄한 채 출구 표시에 네타냐후의 얼굴 스티커를 붙인 뒤 한 시민이 승리의 'V'자를 보여주고 있다. 2024. 11. 05 [AFP=연합뉴스]

미 대선일에 국방장관 초강경파로 교체

새 미 행정부에 누가 돼도 '마이 웨이'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르당에 소속된 갈란트는 지난해 하마스의 10‧7 기습 공격 이후 13개월간 가자 전쟁을 직접 지휘하며 대부분 민간인을 포함해 4만3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한 데 이어, 레바논 공습과 지상 침공, 이란 군사시설 공격 등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이로 인해 갈란트는 네타냐후와 함께 지난 5월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전범으로 지목돼 체포영장이 청구됐으며 현재 영장 발부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군 남부사령관 출신인 갈란트는 이렇듯 국제사회로부터 네타냐후와 함께 가자 대량 살육전을 주도한 '학살자'로 악명이 높지만, 이스라엘 국내와 미국으로부턴 극우 연정 내의 유대 광신자 각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뭣보다 갈란트는 전후 가자 문제를 놓고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물론 네타냐후 총리와도 자주 충돌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하고 지난 6월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3단계 휴전 결의(2725호)는 미국 중재의 휴전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와 하마스 억류 인질의 전원 석방을 이뤄낸다는 것인데, 갈란트는 이를 수용한 반면, 네타냐후 등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4일  텔아비브에서 하마스 기습 공격 대응 과정에서 숨진 이스라엘 장교의 장례식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2023. 12. 04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4일  텔아비브에서 하마스 기습 공격 대응 과정에서 숨진 이스라엘 장교의 장례식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2023. 12. 04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갈란트, 전후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반대

점령지 영토 편입 추진 네타냐후와 충돌

전후 가자 재점령과 관련해 지난 8월 내각회의에서 네타냐후는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로 14.5km에 이르는 필라델피 회랑에 군을 주둔시키겠다고 고집한 반면, 갈란트는 그럴 경우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 협상이 깨져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하다면서 반대했다. 실제로 필라델피 회랑 주둔 허용 문제로 인해 협상은 사실상 파탄에 처한 상태다.

현재 네타냐후 극우 유대 정권은 야훼(유대부족의 신)의 뜻에 따라 '강에서 바다까지'(요르단강-지중해) '통일된 유대 천년왕국' 건설을 꿈꾸며 1967년 3차 중동 전쟁을 통해 불법 점령한 가자(이집트)와 요르단강 서안‧동예루살렘(요르단) 골란고원(시리아)를 자국 영토로 완전히 편입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10‧7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구실로 지금까지 가자와 서안에서 무자비한 대량 살육전과 종족 청소를 자행하는 것도 그래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갈란트 경질에 대해 벤-그비르 장관은 "낡은 생각에 젖은 갈란트는 승전을 거둘 수 없다"며 "해임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총리는 "전쟁 중 갈란트 경질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국내 정치적 측면에선 갈란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 민주주의 파괴 조치를 대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네타냐후가 '하레디'란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징집 면제 입법을 추진한 데 반대해 징집을 강행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전쟁 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총리와 국방장관 사이에 완전한 신뢰가 필요하다...지난 몇 달간에는 이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하고 후임 국방장관에 '초강경파'인 이스라엘 카츠 현 외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붙잡힌 인질의 가족 등 수백 명의 이스라엘 시민은 갈란트 경질에 항의하면서 5일 수도 텔아비브 거리로 나와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2024. 11. 05 [EPA=연합뉴스]
하마스 붙잡힌 인질의 가족 등 수백 명의 이스라엘 시민은 갈란트 경질에 항의하면서 5일 수도 텔아비브 거리로 나와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2024. 11. 05 [EPA=연합뉴스]

후임에 유엔 팔난민기구 축출 주도 간츠

시민들, 갈란트 경질 항의하며 격렬 시위

네타냐후는 리쿠르당 소속인 카츠(69)를 '불도저'로 표현하며 "5년간 외무부·재무부·정보부 장관을 지냈고, 오랫동안 안보 내각의 일원으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역량과 헌신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간츠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는 이스라엘의 적들을 굴복시키고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맹세했다.

간츠는 외무장관 재직 중 특히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군사작전에 반대해온 세계의 지도자나 유엔 등 국제기구를 공격해왔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비난하지 않았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를 비판하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여러 차례 비난하기도 했다. 간츠는 또한 10월 28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동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불법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구호기구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한 데 이어 4일 유엔총회 의장에게 이 기구의 활동을 허용하는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통보하는 등 UNRWA 축출을 주도해왔다.

한편 하마스 붙잡힌 인질의 가족 등 수백 명의 이스라엘 시민은 갈란트 경질에 항의하면서 이날 수도 텔아비브 거리로 나와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물 대포 등을 쏘며 시위대 진압했으며 40여 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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