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분노 산 발언이 오히려 최대 업적 된 듯
앵커 발탁 1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상승한 이유
"공영방송 KBS가 용산에 조공으로 바쳐졌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지칭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와 실소를 자아냈던 박장범 KBS 앵커가 '성공신화'를 썼다. 23일 KBS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 제청된 것이다. KBS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의 앵커로 발탁된 지 채 1년도 안돼 그는 사장으로 고속상승했다. 무엇이 그를 이 같은 수직 상승으로 끌어올려준 것일까.
그의 이름을 많은 국민들에게 알린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2월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진행자로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터뷰 도중 김 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 질문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한 것이었다. 기상천외한 말이었고, 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 분노와 함께 조롱을 보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그를 KBS 사장으로 앉힌 결정을 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최대 '업적'으로 여겨진 듯하다.
박 앵커는 사장 후보자 면접에 출석해서도 이 발언이 자신의 '소신'임을 보여주려 했다. "왜 명품이라는 표현을 안 썼냐’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 사치품이지 ‘명품’은 들어 있지 않다”며 “수입산 사치품을 왜 명품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치품과 명품 간의 구분은 이렇듯 비상식적이라 할 정도로 세밀하게 하면서도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의혹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로써 박 앵커는 지난해 11월13일 박민 현 사장이 취임한 첫날 '전격적'으로 메인 뉴스 앵커에 발탁된 지 1년도 안돼 사장 최종후보자에 올랐다. 그 자신은 현기증 날 정도의 초고속 상승의 영광으로 여기겠지만 그 급상승의 속도만큼이나 공영방송 KBS에는 급추락이다. KBS본부는 “가방을 가방이라 하지 못하고 명품을 명품이라 못하는 것이 끝끝내 옳다고 주장하는 박장범, 5공 시절로 되돌리려는 박장범 앵커가 끝끝내 본인이 옳다고, 부끄럽지 않다고 한 모양”이라고 했다.
이번 사장 선임을 앞두고 당초 박민 현 사장의 유임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2인 각축으로 전망됐었지만 박 앵커 '낙점'은 KBS 이사회의 여권 이사들과 윤석열 정권의 관련자들 사이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KBS 이사 11인 중 야권 이사 4인이 퇴장한 가운데 여권 이사 7인만으로 표결을 한 결과 1차 투표에서부터 과반 득표를 올린 것에서 뒷받침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 사장이 김건희 여사의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게 밀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제 KBS는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박장범 앵커가 아닌 다른 후보자로 결정됐다면 그같은 비판은 덜했을까. 그러나 이사회 최종 면접 대상자로 3인이 결정됐을 때부터 이번 KBS 사장 선임은 공영방송 사장으로 인정되기 힘든 인물들간의 경쟁이 돼 있었다. 다른 두 명의 후보자였던 박민 현 사장이나 김성진 방송뉴스주간까지 3명의 후보자들에 대한 KBS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성명이 이를 집약하고 있다. "2027년까지 회사를 이끌고 가야 할 자리에 이런 졸렬한 인물들만 모인 것이 수치스럽고 비통하다” “지난 1년간 회사를 망친 박민, 박장범, 김성진 세 후보는 염치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라”
KBS본부는 박장범 앵커로 결정된 직후 “KBS 뉴스를 용산 방송으로 만든 주범 박장범을 이사회가 최종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것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고 규탄했다. 이번 임명제청이 위법하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야권 소수 이사 4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입장문을 내고 “박장범 KBS 사장후보자 임명제청은 무효”라며 “공영방송 KBS 안팎의 ‘위법 릴레이’는 도대체 언제 멈춰질 것인가”라고 밝혔다.
92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장범 KBS 사장 임명제청 규탄 긴급회견을 갖고 “무자격 이사들의 ‘파우치 박장범’ 사장제청은 원천무효이며, 공영방송 KBS를 용산에 조공한 7명은 즉각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한편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 후보 임명제청 절차를 밟은 23일, KBS본부는 1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7년 만의 집단행동에 나선 KBS본부는 이날 쟁의권을 얻은 이래 첫 ‘파업’에 나섰고,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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