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미국이 전쟁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악화되는 말의 전쟁이 실제로 전쟁될까 두렵다"
북측의 '최후통첩' 경고, 남측의 '정권 종말' 답변
2년 전 윤석열 '확전 불사와 무인기 보내라' 명령
대북전단과 확성기 방송으로 커져 온 남북 긴장
국지전 유도해 위기 탈출하고 계엄령 선포 준비?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하자' 경악스런 조선일보
정권의 생명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모두의 생명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201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글의 제목은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였다. 한강 작가는 "악화되는 말의 전쟁이 실제로 전쟁이 될 것이 두렵다. 아직 살고 싶은 날들이 있기에. 우리 옆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라고 썼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전쟁 불사'를 말하는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 몸서리치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북한 정권은 ‘평양 상공에 남한 무인기(드론)가 침투해서 삐라를 살포했다’라며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마지막 경고의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완전 사격 준비태세”까지 언급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무인기를 통한 전단 살포를 누가 한 것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군사적 조처를 하면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며 "북한 정권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주고받는 '말폭탄'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마주 보고 달리는 죽음과 공포의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평양까지 왕복 300킬로미터를 운항하고 특정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과 능력의 무인기는 민간에서는 보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에서 보냈는지, 민간이 보내도록 사주한 것인지 정확한 진상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보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서 전단(삐라)을 살포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도 남았을 것 같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미 윤석열은 2년 전 북한의 무인기 소동 때도 ‘확전을 불사하고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라’라고 군에 명령한 바 있다.
당시에 북한이 무인기를 왜 보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첨단 스텔스 정찰기들이 계속 시험비행을 하며 북한 지역을 정찰한 결과가 반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조잡한 수준의 저속 무인기였다. 그런데도 당시 윤석열 정부는 전투기와 무장헬기까지 출동시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처음에 발견한 것만 무인기였고, 그다음부터는 새 떼와 풍선에 놀라서 초음속 전투기를 출동시킨 것이 드러나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 윤석열 정부는 그 후에도 보복한다면서 북한 쪽으로 무인기를 보냈고, 당시 보수 족벌언론들은 ‘다음에는 평양 김정은 집무실까지 무인기를 보내자’라고 호응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 정권은 '남한의 무인기가 3일 연속 평양 상공에 나타나서 삐라를 살포했다'라며 그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여기서 이상하고 주목되는 것은 북한 정권이 흐릿하게 처리해서 알아볼 수 없게 공개한 대북전단에 실린 문구와 사진의 구체적 내용을 이 나라의 족벌언론들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이 무인기와 삐라에 대해서 이미 잘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으면서, 족벌언론들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의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연설에서 발표한 '통일 독트린'에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전달해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 열망을 갖도록 촉진한다"라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주목한다.
이를 위해서 윤석열 정권이 무인기를 통한 대북전단 살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5월부터는 윤석열 정권의 방조와 부추김 속에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이 풍선을 타고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 단체들을 국가정보원이 통일부를 통해서 비밀리에 지원해 왔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이런 방식으로 윤석열 정권이 북한 정권을 자극하고 압박하면서,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한국에서 북한으로 50번도 넘게 대북전단이 넘어갔다. 그 결과로, 같은 기간 동안에 북한에서 대남전단('오물 풍선')도 20번 넘게 넘어왔다. 매일 아침마다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날라오고 있다’라는 휴대폰 안내 문자들은 이제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는 일상이 됐다.
시민들이 '매일 우리 머리 위로 오물 풍선을 보내는 북한'에 대한 짜증과 증오심을 키우도록 부추겨, 나중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더라도 받아들이게 하려는 대국민 심리전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윤석열 정권은 '오물 풍선'에 대한 보복으로 또 매일같이 K팝 노래 등으로 굉음 가득한 대북 스피커 방송도 하고 있다.
북한 정권도 이에 대응해 소름 돋는 귀신 소리 등으로 대남 스피커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핑계 삼아서 윤석열 정권은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해 온 '9.19 군사합의'도 파기했다. 최근 윤석열 정권과 주요 인사들이 내놓은 발언들도 살벌하다. 합동참모본부는 며칠 전 "우리의 전략적·군사적 목표는 … 오직 김정은 한 명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신원식 안보실장은 "벙커 버스터에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국군의 날 행진에서 선보인 우리 군의) 초 위력 미사일 ‘현무5′는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암살한 것을 사례로 제시까지 하면서, 북한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참수 작전'을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가 주변 국가와 정부들을 끝없이 자극하며 '제발 우리와 전쟁하자'라고 매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윤석열 정부의 도발은 결국 북한의 대응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너무나 위험천만한 상황인 이유는, 지금 남북 간에는 누가 더 살벌한 표현을 쓸 것인지 서로 경쟁하는 공개 성명 말고는 어떠한 비공식 소통 수단도 전부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 천안함 등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많은 시민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일단 윤석열 정권을 중심으로 일단 뭉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사법 개악과 부패 스캔들 등으로 퇴진 위기이던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가 지난해 '10월 7일' 사태 이후에 전쟁을 시작해서 1년을 버티고 최근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배경이다.
게다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헌법 제77조에 따라서 계엄령 선포가 가능해진다. 정치적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가신 세력들의 입을 막으며 손발을 묶어버리는 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것을 충분히 잘 알만한 조선일보는 최근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대단하다. … 집요함,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군과 정보기관의 실행 능력, 무엇보다 국민의 단결력에 주목하게 된다. …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와 군, 국민은 저렇게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가자에서 1년간 대량학살을 하다가 레바논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지상군을 투입하며 시리아, 예멘, 이란까지 무차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에 불을 붙이고, 세계 대전의 위험성까지 부추기고 있는 이스라엘이 부럽고 따라 하자는 이야기다.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언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끔찍한 족벌언론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조선일보는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무모하고 호전적이고, 위기 탈출과 계엄령 선포의 핑계로서도 전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권의 생명이 빨리 끊어지는 게 더 나은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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