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정상들, 유엔서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성토

에르도안 "네타냐후와 살인 네트워크 저지돼야"

이란 "이스라엘 덫 놓았다. 우린 싸움 원치 않아"

유엔 안보리, 오늘 긴급회의…레바논 사태 토의

바이든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아"

"우리 세계의 상태는 지속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제79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일반토의 개막연설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24일 개막된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4. 09. 24 [로이터=연합뉴스]
24일 개막된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4. 09. 24 [로이터=연합뉴스]

구테흐스 "우리 세계는 회오리 속에  있다"

지정학적 분열, 뜨거워진 지구, 전쟁 격화 

구테흐스 총장은 "우리 세계는 회오리 속에 있다.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있으며, 그동안 봤던 것과 다른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며 끝이 전혀 보이지 않은 채 깊어지는 지정학적 분열, 상승하는 지구 온도, 격화되는 전쟁들, 그리고 핵과 신무기들을 거론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구테흐스는 우리 세계의 지속 불가 요인으로 △ 면죄부의 세계 △ 불평등의 세계 △ 불확실성의 세계 등 3가지를 들었다. '면죄부의 세계'와 관련해 그는 "위반과 남용이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토대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평등의 세계'에 대해선 "불공정과 불만이 국가들을 해치고 심지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겠다고 위협한다"고 말했다. '불확실의 세계'와 관련해선 "통제 불능의 글로벌 리스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는 가자, 우크라이나, 수단 등지의 분쟁 참상을 언급하며 "국제법을 짓밟고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도 감옥에 가지 않을 면책권을 지녔다고 여기는 자들이 있다. 면책의 수준은 정치적으로 변호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 남부 레바논의 아바시예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폭격 현장에서 구조대가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4. 09. 24 [AFP=연합뉴스]
24일 남부 레바논의 아바시예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폭격 현장에서 구조대가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4. 09. 24 [AFP=연합뉴스]

유엔총장 "레바논 또 다른 가자 돼선 안돼"

주요 정상, 유엔서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성토

특히 이날 유엔총회에선 가자 대학살을 넘어 친이란계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타격을 구실로 레바논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자행해 500여명의 시망자를 낳고 중동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 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구테흐스 총장은 "레바논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관례대로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의 가자 및 레바논 공격에 대해 "자위권이 보복권이 됐다. 그 결과 인질 석방 협상을 막고 휴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스라엘은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명백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인 인종 청소를 실행하고 그들의 땅을 단계적으로 점령했다"고 말했다. 이어 "70년 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인류의 동맹에 의해 저지된 것처럼 네타냐후와 그의 '살인 네트워크'도 인류의 동맹에 의해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일반 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 09. 24 [EPA=연합뉴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일반 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 09. 24 [EPA=연합뉴스]

에르도안 "네타냐후와 살인 네트워크 저지돼야"

이란 "이스라엘 덫 놓았다. 우린 싸움 원치 않아"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무차별 공격으로 막대한 민간인 인명피해를 냈다. 최근 며칠간 레바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해야 할 때이며 우리 인류는 더 이상 가자 주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이집트와 함께 중재 협상에 나섰던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도 "오늘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가장 야만적이고 가혹하며 광범위한 침략에 직면했다"며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범죄"라고 성토했다.

제노사이드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가자지구 공격으로 집단적인 응징에 나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국가들이 행동해야 한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이스라엘과 나란히 존재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려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페제시키안은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 이스라엘이야말로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이 지역의 안정을 뒤흔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건물 앞에서 가자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4. 09. 24 [AP=연합뉴스]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건물 앞에서 가자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4. 09. 24 [AP=연합뉴스]

안보리, 오늘 긴급회의…레바논 사태 토의

바이든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

그러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레바논 공습에 비판을 삼간 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의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엔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유엔의 노력과 가자 휴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유엔 193개 회원국 정상과 총리, 장관 등 대표들이 총회장 연단에 올라 약 15분간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다자간 외교무대다. 네타냐후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26일에 연설한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소집 요청에 따라 25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레바논 문제를 다룬다. 지난 17~18일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에선 이스라엘 소행으로 보이는 무선호출기·휴대용 무전기의 대규모 '동시 폭발 테러'가 벌어졌으며, 그 이후 이스라엘은 23∼24일 연이틀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에 대규모 표적 공습을 벌였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쏘며 보복 공격을 했다. 레바논 보건부 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른 사망자는 558명이고 부상자는 1천835명에 달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