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 등 사설 통해 윤 지지율 추락 걱정
그러나 진짜 민심 이반 이유 분석·비판 없고
의료대란 수습· 김건희 사과로 '위기 모면' 훈계
일부 언론 "국정 위기는 정쟁 탓" 야당에 화살
자신들이 민심 왜곡하고 정권에 민심 경청하라?
추석 직전 대통령 지지율이 20%까지 추락하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화난 민심이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등 여러 추문과 국정농단·선거개입 의혹, 의료대란, 극우인사 요직 등용, 경제·민생·안보 위기 고조 등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개념·무책임한 국정운영과 도덕적 파탄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가 앞으로도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악화된 추석 민심에 대해 주류 언론들이 연휴가 끝난 19일 아침 일제히 걱정 가득한 사설을 쏟아냈다. ‘지지율 20%’가 국정운영 동력의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논조다. 그동안 변함없이 이 정부의 무능·무책임·무개념을 감춰주며 애완견 노릇을 해 오던 주류 언론들이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국정운영 위기를 걱정하는 코미디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이 걱정하는 내용과 윤 정부에 제안한 조언을 들어보면 오히려 이 정부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질 뿐이다.
주류 언론들은 윤 정권 지지율 추락의 이유를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고 몇 가지 민심이반 사례를 들면서 그저 지지율이 더는 추락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식이다. 문제가 많은 윤 정권의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지지율 추락이 ‘여야정쟁’ 때문이라며 오히려 야당을 나무라는 주장도 있다. 총체적 무능과 정책실패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지지율 추락에 동병상련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여전히 민심을 왜곡·호도하며 헛발질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들이 이제 와서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동안 애완견(lap dog) 혹은 경비견(guard dog) 노릇을 해온 ‘친윤 어용' 언론들이 그동안 해온 자신들의 민심 왜곡에 대해 성찰과 반성은 없고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 딴소리를 하고 있다.
주류 언론들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걱정이 가장 크다. 두 신문은 극렬 ‘친윤 어용' 신문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언론이다. 조선일보는 “윤 지지율 20%,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지지율 추락의) 이유는 누구나 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의대 정원 확대가 부정 평가의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 사건’ 등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과도 없이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들은 경제·민생, 소통 미흡, 독단적 리더십을 부정 평가의 이유로 지목했다. 변하지 않은 윤 대통령 모습에 고물가와 의료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대로 가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라고 했지만, 본문에서 지적한 윤 정권 지지율 추락 혹은 ‘민심이반' 심화의 이유는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의료대란과 김건희 씨 명품백 사건 관련 부적절 처신이 지지율 을 20%로 떨어뜨리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응답자들이 지목한 부정평가 이유(경제·민생, 소통미흡, 독단적 리더십)도 일부일 뿐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무능·무책임·무개념과 그로 인해 벌어진 경제·외교안보·법치·민생 전반에 걸친 위기에 대해 분노와 절망을 느끼고 있다. 특히 친일극우 뉴라이트 인사들의 요직 기용이나 정부 비판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모는 작태에 대해 국민들은 국가 정체성의 대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윤 정권 실정(失政)의 최대 조력자요 친일극우화에 가장 앞장선 장본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면 국정 동력엔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선 공무원은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이고, 거대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운신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저조한 지지율로는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도 추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윤 정권의 잘못된 ‘개혁’ 추진 때문인데, 거꾸로 ‘개혁’을 추진하려면 지지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그것은 윤 정권이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개혁’을 계속 강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헛발질 훈수를 두는 것은 윤석열 정권과 조선일보가 ‘한몸’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윤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국정운영을 감시·비판하기는커녕 줄곧 이 정권의 잘못을 감춰주고 정부 정책을 노골적이고 열렬히 찬양하고 응원해왔다. 그러니 지지율이 추락해도 대통령의 무능·무책임과 국정운영 기조 자체를 바꾸라고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 뜻을 모르고 있으며 변한 게 없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부자감세를 중단하고 서민경제를 살리라는 것,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라는 것,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을 하지 말라는 것, 채 상병 수사외압 전모를 밝히라는 것,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양평고속도로 개입·명품백 수수·대통령 관저이전 개입·선거 개입·인사 개입·마약수사 개입 등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 의혹을 밝히라는 것, 검찰이 공정과 법치를 무너뜨리지 말라는 것, 의료대란을 멈추게 해달라는 것, 민족반역 극우친일 세력이 활개치지 않도록 하라는 것, 야당의 법안에 거부권행사를 그만 좀 하라는 것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민심에 눈과 귀를 막고 폭주해왔고,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그러한 폭주를 찬양과 지지해 오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제 와서 조선일보가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자아분열이다.
조선일보는 또 “왜 민심이 떠나고 있는지 통절한 자성이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야말로 스스로 '통절한 자성'이 없다면 자신이 창출하고 지지해왔던 윤석열 정권처럼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을 윤석열에게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국정 쇄신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대통령 지지율 20%”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20%’는 국민의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자, 국정 운영 동력의 실질적 마지노선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체념하는 기류도 감지된다”고 걱정스런 심정을 표현한 뒤 “무엇보다 대통령의 진정한 성찰이 우선”이라고 했다.
박근혜 때통령의 탄핵 직전 지지율과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지지율 ‘17%’를 언급하며 행여 윤 정권이 붕괴될까 절절한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조선일보처럼 왜 지지율이 20%까지 추락했는지에 대해 깊은 분석과 비판은 없다. 또 대통령의 ‘진정한 성찰’을 말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애완견 노릇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자기자신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극우어용 조선일보의 아류로 전락한 서울신문 등은 현재의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대한 원인 분석이나 비판보다 오히려 야당을 나무라는 기상천외한 궤변을 사설에서 내놓았다. 서울신문은 “싸늘했던 추석 민심…여야에 보낸 경고 새겨들어야”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 여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의대증원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데 역량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부 여당의 반성보다는 오히려 '분발'을 먼저 강조했다. 그리고는 ‘거야의 입법 독주’ 등을 거론하며 “국정 표류의 반사이익만 노리는 야당으로는 실망과 분노의 역풍이 불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야당에 엉뚱한 경고장을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왜 추락했는지 모른 척하면서 헛다리 짚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도 “여야 정쟁 접고 대통령은 국정 변화하라는 추석 민심 들어야” 제목의 사설에서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예상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무엇이 문제인지는 따지지 않고 여야 정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작 지지율 20%로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안일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안일한’ 비판에 그쳤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은 걱정할 일이다. 여러 언론이 지적한 대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떨어뜨려 국가적 낭비와 국민의 피해를 불러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가 아직 절반이나 남았으니 이러다간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후진(後進)하고 국민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져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주류 언론들이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비판자’로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대통령 측근으로 착각한 채 잘못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비판은 하지 않고 일단 의료대란이라는 급한 불을 끄고 김건희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지지율 추락을 막으라는 훈수나 두고 있는 것이다. 또 지지율 추락 이유를 야당의 비협조 탓으로 돌리고는 총체적 위기의 최대 그리고 근본적 원인인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자성하라’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비판언론을 탄압하고 국민들에게는 ‘입틀막’으로 일관했다. 그 때 조중동을 비롯한 ‘친윤’ 주류 언론들은 이를 감시·비판하기는커녕 미화·찬양하며 비판 여론을 ‘가짜뉴스’로 몰아세웠다. KBS가 어용 공영방송으로 전락해도, MBC 장악 작전이 펼쳐져도 ‘친윤’ 주류 언론들은 윤 정부의 언론장악 폭주를 열렬히 지지하지 않았는가.
주류 언론의 자아분열과 유체이탈 화법은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도 나타났다. 자신들이 줄곧 민심을 외면한 보도를 해놓고는 여당이 참패하자 얼굴을 싹 바꿔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외면한 결과'라며 비판하는 척 했다. 참패한 정부여당의 대통령 윤석열은 그 때도 ‘민심을 잘 듣겠다’고 했지만 전혀 달라진 것 없이 계속 국회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비판 언론과 시민들을 향해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오만·독선의 마이웨이를 걸어갔다. 주류 언론들은 그 때도 민심을 외면하고 폭주하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는커녕 감싸기에 바빴다.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조롱하는 데에 주류 언론이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레임덕(lame duck)이 아닌 ‘데드덕(dead duck)’의 대통령을 만들어 놓은 것은 민심을 호도·왜곡하고 정권의 폭주를 도와준 주류 언론들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국정동력의 마지노선’이라는 지지율 20% 대통령에게 이제 와서 ‘통절한 자성’ ‘겸허한 민심 수용’을 말하는 주류 언론들을 보면 마치 ‘두 개의 혀를 가진 뱀'이 떠오른다. 언론이 걱정해야할 것은 지지율 20%의 무능· 무개념· 무책임 대통령이 아니라 위기의 대한민국과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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