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가입' 독일군, 한반도 합법 진입 길 터

독일 고위 군사 요원들 곧 한국에 상주할 듯

미국, 윤 집권 때 일본 유엔사 가입 매듭?

일본군, 독도와 한반도에 합법 진입 가능

"외국의 한반도 개입, 이중삼중 심화 자명“

독, 극우화 흐름 타고 해외 군사 활동 본격화

독일 군함들이 1953년 한국전쟁 종전 이후 처음으로 인천에 상륙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한 독일 호위함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보급함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 지난 6일 서해상에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호위함 인천함(FFG), 해상작전헬기 등과 항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해상 실기동 훈련을 벌였다. 훈련 후 독일 군함들은 군수 조달과 장병들의 휴식을 위해 인천항에 입항했다고 한다.

 

해군2함대 호위함 인천함(FFG-811)과 독일 해군 호위함 바덴함(FFGH-222)이 6일 서해상에서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양국 해군의 상호 이해도 향상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해 실시됐다. 2024. 09. 06 [해군2함대 제공] 연합뉴스
해군2함대 호위함 인천함(FFG-811)과 독일 해군 호위함 바덴함(FFGH-222)이 6일 서해상에서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양국 해군의 상호 이해도 향상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해 실시됐다. 2024. 09. 06 [해군2함대 제공] 연합뉴스

독일 군함, 한국군과 첫 훈련 이어 인천 상륙

'유엔사 가입' 독일군, 한반도 합법 진입 길 터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관련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독일의 닐스 힐머 국방부 사무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독일 해군 함정의 인천 상륙을 언급한 뒤 "한국이 독일군을 따뜻하게 환대해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활동들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규칙에 기반한 질서 유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런 협력은 유엔사를 넘어서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독일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인 유엔사(UNC)의 18번째 회원국(전력제공국)으로 새로 가입했으며, 힐머 차관은 독일 대표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독일의 신규 가입을 환영했다. 앞서 지난 8월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 기념식 진행됐으며, 방한한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 독일 국기를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에게 인계함으로써 공식 가입 절차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독일 정상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4. 07.1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독일 정상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4. 07.11 연합뉴스

독일 고위 군사 요원들 곧 한국에 상주할 듯

독 "인천 상륙 독일군 따뜻이 환대해줘 감사"

독일의 신규 가입은 중국, 북한, 러시아를 겨냥한 '전쟁기구로서 유엔사'의 부활을 위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유엔사 접수국(host state)인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적극 맞장구를 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접수국인 한국이 반대하면 회원국 확대는 불가하다. 윤 대통령은 7월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 별도로 진행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제 유엔사 회원국이 된 독일은 조만간 고위 군사 요원들로 구성된 파견대를 한국에 상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 유엔사 회원국으로서 독일의 군대는 평시에는 연합훈련 명목으로, 유사시에는 전투 병력으로 합법적으로 한반도를 들락거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하고 한 달이 갓 넘은 시점에 독일 해군 함정들이 한국 해군 함정들과 서해에서 첫 연합훈련을 벌이고, 인천에 상륙까지 한 일은 자못 상징적이다. 독일은 해군 함정들의 한국 기항을 "유엔 대북 제재 이행 감시 등을 위해서"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이번 방한에는 독일 카르스텐 브로이어(육군 대장) 합참의장이 작전 지도와 한국과의 군사 교류 등의 목적으로 함께 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실행위원장 이장희 외대 명예교수)과 '액션원코리아'(AOK)를 포함한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5일 용산 대통령실 부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엔사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09. 05 [AOK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실행위원장 이장희 외대 명예교수)과 '액션원코리아'(AOK)를 포함한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5일 용산 대통령실 부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엔사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09. 05 [AOK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시민단체들, 2차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 규탄

"외국의 한반도 개입, 이중삼중으로 심화 자명"

이와 관련해 약 400개의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자주평화통일연대'와 66개 단체로 이뤄진 '가짜 유엔사 해체 국제캠페인'은 10일 롯데호텔 앞에서 '제2차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유엔사는 유엔 산하의 기구도 아닐 뿐 아니라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진작 해체됐어야 할 기구"라며 "그런 유엔사에 이제는 전투 기능마저 부여하고 한국전쟁 참전국도 아니었던 독일을 추가로 가입시켜 유엔사를 확대,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 하의 다국적 전투기구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일 뿐 아니라,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가입을 통해 나토 자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체됐어야 할 유엔사가 오히려 강화됨으로써 작전지휘권 환수 등 군사주권 실현이 지체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개입이 이중, 삼중으로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한일외교와 한일정상회담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9.6.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한일외교와 한일정상회담 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9.6. 연합뉴스

미국, 윤 집권 때 일본 유엔사 가입 매듭?

일본군, 독도와 한반도에 합법 진입 가능

문제는 '전범국'인 독일의 유엔사 가입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다음은 바로 또 다른 '전범국'인 일본이다.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과 관련해 미국은 2018년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전투병 파병과 무관하게 참전국 모두로 그 개념을 넓히고 비참전국이지만 '앞으로 기여할' 국가로까지 확장을 시도했다.

미국이 염두에 둔 '비참전국이지만 앞으로 기여할' 국가군에 속하는 나라가 독일이고 일본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범국인 독일의 가입을 먼저 추진한 것은 한국 내 여론의 추이를 저울질한 뒤 그에 맞춰 일본의 가입을 밀어붙이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친일 매국 외교' 비난에도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향해 폭주하는 윤 대통령 집권 기간에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유엔사 전력제공국 지위를 얻게 되면, 일본 자위대는 평시에는 연합훈련 명목으로, 유사시에는 전투 병력으로 근 80년 만에 독도를 비롯한 한반도에 다시 합법적으로 진입하는 길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퇴임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거론된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연방군 기갑연대 선발대가 8일 군수송기를 타고 베를린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고 있다. 2024. 04. 08 [EPA=연합뉴스] 
독일연방군 기갑연대 선발대가 8일 군수송기를 타고 베를린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고 있다. 2024. 04. 08 [EPA=연합뉴스] 

독일군, 기갑부대 리투아니아에 영구 주둔

극우화 흐름 타고 해외 군사 활동 본격화

2치 대전의 '추축국'으로 일본과 같은 전범국인 독일은 그동안 국내외의 견제로 사실상 해외 군사 활동을 포기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구실로 해외 군사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에는 리투아니아에 독일연방군을 전후 처음으로 파견했다. 주둔할 45기갑연대 병력은 2027년까지 5000명 확대할 예정이다. 독일 내 극우 세력의 기승에 따른 독일의 뚜렷한 우경화 흐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독일 군함의 다국적 연합 군사훈련도 점차 강화해 나가는 해외 군사 활동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대만 자유시보와 독일 매체 슈피겔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방한한 독일 군함들은 22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 중순 대만해협을 통과할 예정이어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의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각국이 중국 법률과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이 해역에서 누리는 항행 권리는 존중한다"며 "다만 우리는 관련 국가(독일)가 '항행의 자유' 기치를 내걸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 09.10 연합뉴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 09.10 연합뉴스

한편, 이번 2차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는 지난해와는 달리 미 국방장관이 불참하는 바람에 한국과 캐나다 국방장관이 공동 주최했고, 미국과 호주,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18개 유엔사 회원국의 장·차관 및 대표와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이 참석했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유엔사는 '우리 군의 압도적 국방 태세', '한미동맹'과 함께 대한민국 안보를 수호하는 3대 핵심축"이라며 "오늘 회의가 북한에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가치 공유국들에는 견고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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