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리뷰 작성이 소비자 기망인가' 간단찮은 문제

검색순위 조작은 매대 진열품 변경과 뭐가 다른지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에 따라 적용 법도 달라져

플랫폼 공공성 강화 위한 입법 더 이상 미뤄선 안돼

김태현 변호사
김태현 변호사

최근 공정위가 쿠팡에 1400억 과징금을 부과하자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에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혹시 우리가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반하여 유통 사기업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오늘도 쿠팡 새벽 배송을 주문하면서 문득 생각한다.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고 있는 이 엄청난 비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플랫폼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지 못했구나. 우리가 플랫폼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기대의 근거는 또 어디에 있을까.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잇달아 티메프 사태가 발발했다. 사람들은 뒤늦게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 플랫폼이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해졌다. 플랫폼의 거대한 역할에 비해 그 설립과 운영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는 사실도 이제야 새삼스레 깨닫는다.

고난의 적자 행진 극복하고 철옹성 쌓느냐, 그대로 망하느냐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숫자 이상의 이용자를 모아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리한 홍보, 배송, 할인정책이 동원된다. 쿠팡이 창업 이후 2022년까지 무려 13년 간 어마어마한 적자 행진을 이어간 끝에 지금의 아성을 쌓았다는 사실은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잘 대변한다. 적자 행진은 괴롭기 그지없으나 그렇게 한번 쌓인 아성은 여간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경쟁 업체들의 고사가 뒤따르고, 아성은 철옹성으로 바뀐다.

이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무리한 홍보, 배송, 할인정책, 그리고 오랜 기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만한 충분한 자본이 없다면 신생 플랫폼이 성공하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생 플랫폼들은 기존 플랫폼의 파이를 빼앗아 오기 위해 이러저러한 무리수를 동원하기 마련인데 그 결과는 모 아니면 도가 되곤 한다. 그만큼 한번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의 기득권은 절대적이다.

티메프는 이러저러한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다가 결국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큐텐 구영배 대표는 티메프에 적자가 켜켜이 쌓여가는 동안 “(나스닥에) 상장만 되면… 상장만 되면…”을 주문처럼 되뇌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상장이 되었더라도 구영배 대표 본인은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크게 한몫 챙겼을 수 있겠으나 티메프는 얼마 못 가 결국 지금과 같은 결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기득권이 너무 공고하여 그들 사이에서 일정 파이를 확보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쿠팡처럼 어느 정도 기득권을 확보한 플랫폼이어도 플랫폼 스스로가 자신의 공공성을 인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허위 리뷰를 작성하여 검색 결과를 조작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특히 이 상황을 ‘심판이 선수로 뛰는 상황’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 이후에 자신들은 그저 유통업체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유통업체가 자신의 매장 안에 상품을 진열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2.3.15.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2.3.15. 연합뉴스

“허위 리뷰 작성이 소비자 기망이 되는가”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

이처럼 플랫폼 기업 스스로의 정체성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위의 판단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법조인으로서, 이번 쿠팡에 대한 과징금 처분에 대해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릴지에 관하여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년 전 네이버도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어찌 보면 이번 쿠팡 사례와 유사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그 당시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였던 반면 쿠팡은 유통업계 전체를 두고 따져봤을 때 아직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쿠팡 사례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문제되지 않고 다만 허위 리뷰 작성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뿐인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허위의 리뷰를 단 것이 과연 소비자에 대한 기망이 되는가? 실제로 많은 입점업체들이 스스로 혹은 홍보업체를 사용해 거짓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도 하는데 이들 모두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허위의 리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검색 순위가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쿠팡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아니라서, 검색 순위를 조작하였다고 해서 지위 남용이 되진 않으므로, 소비자에 대한 기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이다. 과연 플랫폼은 이용자에 대하여 검색 순위의 진실성을 보장하여야 하는가? 그러한 의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스스로 혹은 홍보업체를 사용해 거짓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업체들은 모두 쿠팡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플랫폼 공공성 강화 위한 입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처럼 이번 쿠팡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관하여는 법률적으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입법에 있는데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지 근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 그에 대한 입법이 미비하다. 그동안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배달의 민족’처럼 특정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성 논란이 점화될 때마다 자기 수정을 통해 그 논란을 잠재워 왔다. 플랫폼들이 스스로 공정성을 갖추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니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들을 해외시장에서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앞둔 한국 기업으로 인식한다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기도 했다. 덧붙여 플랫폼 기업들의 로비가 뛰어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어왔을 것이다.

이제 더는 플랫폼 규제를 미룰 수 없다. 플랫폼의 정체성이 도대체 선수인지 심판인지, 둘을 겸직해도 되는지 명확히 규정해 두지 않으니 늘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플랫폼 입장에서도, 입점 업체 입장에서도,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법적 안정성이 심각히 흔들린다.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행위이고 어디서부터 허용되지 않는지가 늘 모호하고 애매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기존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입점 업체들에 관해서는 지배적 지위를 가진다. 플랫폼이라는 작은 세계 안의 룰, 알고리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적 지위를 법률을 통해 정의하고 그들에게 검색 알고리즘에 관한 공정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그 자신, 혹은 관계사는 플랫폼에 입점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어떨까. 플랫폼에 정식으로 심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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