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휴게실PC 봉인지, 당시 규정 봉인지와 달라
이미 4개월 전에 폐지된 서식을 왜 사용했을까
새 봉인지에 추가된 중요 기재사항, ‘참관인 서명’
김 조교의 참관 차단 노린 치밀하고 일관된 술책
[조국 사태의 재구성] 59. 압수 PC에 폐지된 봉인지 부착한 검찰의 음흉한 노림수
앞서 검찰이 강사휴게실PC와 연구실PC에 붙인 봉인지가 실제 봉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부착되어 사실상 봉인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압수 당시부터 봉인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에게 증거 조작을 할 기회가 무한하게 열려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PC 봉인지의 문제는 단지 붙인 방법에만 그치지 않았다. 최근 필자는 이 문제를 살펴보던 중 검찰이 강사휴게실PC에 붙인 봉인지에 더 심각한 위법 행위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위법 행위는 더욱 심각하고 결정적인 위법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강사휴게실PC에 붙은 봉인지, 당시 규정 봉인지와 달라
강사휴게실PC와 연구실PC에 붙어 있는 봉인지의 또다른 문제는, 그 봉인지 자체가 2019년 9월 당시 사용해서는 안 되었던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공식 ‘압수물 봉인지’ 서식은 임의로 만들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행정규칙인 대검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내에 별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 첨부된 강사휴게실PC들의 봉인지를 자세히 보면, 당시 유효하게 시행 중이던 해당 내규의 봉인지와 다른 엉뚱한 봉인지가 붙어 있다.
아래 사진은 앞서 언급한 검찰의 포렌식 분석 보고서 ‘2019지원12467’에 첨부된 강사휴게실PC 사진들 중 상대적으로 봉인지가 좀 더 잘 보이는 PC 2호의 측면 사진이다.
일단 봉인지가 이전에 살펴본 PC 1호와 마찬가지로 전면, 윗면, 후면 어디와도 겹치지 않고 문짝인 측면에만 붙여진 점이 앞서 PC 1호와 동일하다는 것이 확인된다. 전면 사진을 보면 전원 버튼 역시 아무 조치가 되어 있지 않다. 즉 강사휴게실PC 2호 역시 실질적인 봉인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봉인지 자체를 주목해보자. 아래 왼쪽 사진은 위 사진의 봉인지들 중 실질적으로 중요한 가운데 봉인지를 확대한 것이다. (이 하나의 봉인지는 앞서 언급한 디지털 증거 예규에서 별지로 규정된 것이고 나머지는 이 규정 봉인지가 변형된 것으로서 찾아본 바 마땅한 법규의 근거가 없다.) 한편 오른쪽은 이 PC들이 압수되던 당시인 2019년 9월에 시행 중이던 해당 예규의 봉인지 서식이다.
화질이 낮아 왼쪽 봉인지 사진의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둘이 서로 다르다는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왼쪽 사진에서는 가로로 칸이 나눠지지 않은 넓은 칸이 봉인지의 위쪽 제목 바로 아래에 있는 반면, 오른쪽의 봉인지 서식에는 그런 나눠지지 않은 넓은 칸은 서식 가장 아래에 있다.
즉 검찰은 검찰 예규에서 규정한 봉인지가 아닌 엉뚱한 봉인지를 강사휴게실PC에 붙인 것이다. 그럼 이 잘못된 봉인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검찰이 부착한 봉인지, 이미 4개월 전 폐지된 서식
그 답은, 검찰이 강사휴게실PC들에 붙인 봉인지는 이미 폐지된 것으로 2019년 9월 압수 시점에서는 써서는 안되는 예전 봉인지라는 것이다.
검찰의 압수물 봉인지 서식이 규정되어 있는 대검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대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연혁 정보를 보면, 이 규정은 2006년에 처음 만들어진 후로 최근까지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2008년, 2012년, 2015년, 2017년, 2019년, 2021년, 2022년.)
이렇게 여러 차례 개정된 이 예규의 버전들 중, 강사휴게실PC가 압수된 2019년 9월 당시 현행이었던 규정은 2019년 5월 20일에 개정된 버전(대검 예규 제991호)이었다. 앞서 보인 오른쪽의 봉인지 서식이 바로 이 2019년 5월 20일 개정된 규정에 별지 제5-1호로 첨부된 봉인지 서식이다.
☞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시행 2019. 5. 20.] [대검찰청예규 제991호, 2019. 5. 20., 전부개정]
디지털 증거 예규는 이 2019년 5월 이후로 최근까지 두 차례 더 개정됐지만, 이 예규에 포함된 압수물 봉인지의 서식은 이 2019년 5월 이후로는 그대로 유지되어 2024년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즉 규정 본문이 두 차례 개정되는 동안에도 봉인지 서식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은 이 2019년 5월의 봉인지 서식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검찰이 강사휴게실PC에 붙여놓은 봉인지는 당시 현행 규정이었던 2019년 5월의 예규(대검 예규 제991호)에 첨부된 봉인지가 아닌, 2016년 12월에 개정된 규정(대검 예규 876호)의 봉인지 서식이었다. 이 봉인지는 당연히 2019년 5월 19일까지만 유효했던 것으로, 검찰이 4개월 전에 폐지된 봉인지를 사용한 것이다.
☞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시행 2017. 3. 1.] [대검찰청예규 제876호, 2016. 12. 26., 일부개정]
여기서 검찰이 강사휴게실PC들에 붙인 2016년 개정 봉인지와 2019년 이후 현행의 봉인지를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새 봉인지 서식에 추가된 중요 기재사항, ‘참관인 서명’
그러면, 검찰이 강사휴게실PC들을 압수하면서 이미 4개월 전인 5월에 폐지된 이전 버전의 봉인지를 사용한 이유가 뭘까? 단지 예전에 찍어놓은 봉인지가 많이 남아 버리기 아까워서?
그런 사소한 사유로 폐지된 봉인지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존의 규정과 서식에 문제가 있거나 개선이 필요해 기존 것들을 폐기하고 새로 개정한 것이므로, 개정 전의 서식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예규 개정의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예규의 2016년 개정(제876호) 때는 2016년 12월 26일에 개정하고 실제 시행은 2017년 3월부터 시작된 반면, 2019년 5월 개정(제991호)에서는 개정일과 같은 날부터 시행했다. 개정 조항들을 적응 기간이나 별도의 여지 없이 즉시 시행한다는 취지와 의도가 명확한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검찰이 개정된 서식을 외주 업체에 발주했는데 해당 업체가 무려 4개월이나 납품을 미루어서 어쩔 수 없이 폐기 대상 봉인지를 사용하기라도 했을까?
그럴 리도 전혀 없다. 이미 자사 포트폴리오에서 검찰의 봉인지 서식의 여러 버전을 제시하고 있는 전문 제작업체(‘예원특수인쇄’)의 홈페이지에 기재된 안내를 보면, 발주 후 납품 기한을 명시해 놓지는 않았지만 결과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재작업 기한을 ‘7일’로 명시하고 있다. 즉 이런 봉인지 스티커 종류의 발주 후 납품에 소요되는 기간 역시 7일 정도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5월의 개정 이전과 이후 서식을 비교하면, 여러 기재 사항들의 순서가 달라졌기는 해도 대체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실제 동일하다면 서식을 변경할 리가 없다. 하나씩 따져서 비교해보면, 이 두 서식에는 두 가지 주요한 차이가 있다.
첫번째 차이는 ‘압수물 유형’ 부분이다. 여기에 이전 버전 서식에는 ‘원본/사본’ 체크 부분만 있었지만 새 봉인지 서식에는 원본, 사본 외에 ‘압수물/임의제출물’ 체크가 추가됐다. 이 자체는 유의미한 변경이지만, 이 추가 기재 사항으로 강사휴게실PC의 압수의 전후 상황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임의제출의 결과도 역시 압수인데 ‘압수물’과 ‘임의제출물’이라는 표현으로 구분한 것은 부적절하다. 당장 이 봉인지 서식 상단의 큰 글씨 제목도 ‘압수물’ 봉인지인데 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변경 사항은, 좌우로 나눠지지 않은 넓은 칸에 있는 내용들이다. 개정 전과 후의 두 서식 모두 이 넓은 칸에는 ‘봉인해제 일시’, ‘봉인해제 사유’ 등의 내용이 있어 이 칸이 봉인 시점(압수 시점)이 아닌 봉인 해제 관련 내용을 기재하기 위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 봉인해제 관련 칸에서는 먼저 예전 서식에 있던 ‘봉인일시’가 새 서식에서는 사라진 것이 보이는데, 압수물의 봉인일시는 압수일시와 동일한 것이 당연하므로 서식 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을 삭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봉인해제 관련 칸에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중요 기재사항이 추가된 것이 있다. 바로 마지막의 ‘참관인 서명’ 부분이다. 이 ‘참관인’은 무슨 의미일까?
이 새로운 ‘참관인 서명’ 기입 란이 기존의 ‘봉인해제 일시’, ‘봉인해제 사유’에 바로 이어 추가된 점, 그리고 압수 시점의 참관인이기도 한 ‘피압수자’의 서명 란이 개정과 무관하게 별도로 있다는 점을 보면, 새 서식에 추가된 ‘참관인 서명’은 압수 및 봉인 시점의 참관인을 의미하는 것일 리가 없다. 봉인해제 시점의 참관인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찰의 2019년 개정 봉인지 서식은 봉인해제 시점에 참관인을 입회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 증거의 봉인은 포렌식 분석을 시작하면서 해제하므로, 봉인해제 시점은 곧 포렌식 분석 시작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적어도 포렌식 분석 시작 시점에는 참관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치밀한 참관 차단과 참관인 누락된 봉인지, 일관된 검찰
결과적으로, 검찰은 폐기된 규정의 봉인지를 사용함으로써 개정된 봉인지 서식이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봉인해제 참관인 서명’ 부분을 숨기게 됐다. 검찰이 당시 현행이었던 새 봉인지를 사용했다면 참관인 서명을 받아야 했거나, 적어도 참관인 서명 란이 비어있는 사실이 눈에 띌 수도 있었고, 이로 인해 재판에서 또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다.
검찰이 당시 현행 디지털 증거 규정을 무시하고 포렌식 분석 시점에 기록해야 할 참관인 서명 란이 없는 폐지된 압수물 봉인지를 사용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임의제출자 김 조교의 포렌식 참관을 막기 위해 검찰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치졸한 수법들까지 동원했었는지 상기해보라.
검찰은 영장도 없으면서 영장 집행인 것처럼 행세하며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임의제출을 할 의사가 불투명했던 김 조교에게서 강사휴게실PC들을 받아내기 위해 이 PC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상급자인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규ㅇ을 공동 임의제출자랍시고 내세워 그를 통해 김 조교의 임의제출 의사를 조종했으며, 특히 포렌식 분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정 역시 실제 제출자 김 조교의 의사가 아닌 ‘바지 제출자’ 정 처장이 결정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김 조교의 참관 의사를 확실하게 꺾기 위해, 포렌식 참관을 하려면 이미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던 심야에 당장 경북 영주의 동양대에서 서울의 대검까지 따라와라, 그것도 PC를 이송하는 차에 같이 탈 자리가 없으니 굳이 참관을 하려면 심야에 직접 차를 운전해서 따라와야 한다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찰이 그 심야에 포렌식을 시작할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포렌식 참관자가 검찰이 결정하는 일정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검찰이 참관자가 가능한 일정을 최대한 따라야 함에도, 검찰은 수사와 사법절차를 잘 모르는 김 조교를 농락하는 수준으로 기망해 참관 의사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검찰이 이렇게 악을 쓰다시피 하면서 갖은 꼼수와 위법으로 포렌식 참관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던 사실과, 검찰이 이미 4개월 전에 폐지된 참관인 서명 없는 봉인지를 사용한 사실을, 과연 별개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이게 과연 근거 없는 막연한 의심일 수가 있을까?
그런데 이런 검찰의 ‘봉인지 바꿔치기’ 행위의 배경에는 검찰의 더 은밀하고도 음흉한 속내가 있었다. 다음 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검찰의 추악한 법리 조작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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