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만 외치면 친일 부역자들 신분 세탁 가능
일제 불법 강점‧식민 통치 언급 피할 묘수
경축사에 '자유' 50회, '국민' 25회 등장
항일 독립투쟁 주체는 '국민' 아닌 '민족'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9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 이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가치는 바로 자유"라면서 '광복'의 개념을 이렇게 규정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1919년 3.1운동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들의 일치된 열망을 확인했다. 이러한 열망을 담아 상해 임시정부를 세웠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독립운동을 펼쳐 나갔다"면서 교육·문화와 외교, 군사 분야에서 독립운동을 거론했다.
'자유를 향한 투쟁'에 도사린 음험한 노림수
윤석열 광복절 경축사에 '자유' 50회 등장
여기서 문제의 대목은 윤 대통령의 개념 규정대로 광복이 과연 '자유 향한 투쟁의 결실'이었는지 하는 것과 더불어,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이 과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들의 일치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광복'(光復)은 우리 민족이 35년의 불법적인 일제 강점과 식민 통치에서 해방되고 항일 독립투쟁을 통해 강탈당한 나라의 주권(국권)을 되찾은 것을 뜻한다. 광복이란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 단어는 △ 민족 △ 불법 △ 일제 강점 △ 식민 통치 △ 항일 △ 독립투쟁 △ 해방 △ 강탈 △ 주권 △ 회복 등이다. 윤 대통령이 역설한 '자유'나 '국민'이란 단어는 설 자리가 없다.
'자유를 향한 투쟁'이란 말은 몰역사적이다. '자유를 향한 투쟁'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동서와 고금을 불문하고 면면하게 이어져 왔을뿐더러, 인류가 생존하는 한 앞으로도 무한히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일제 때 대한민국 국민'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유독 '자유'와 '국민'을 강조했을까로 의문이 이어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선 '자유'라는 단어가 50회 등장했다. 지난해 경축사 27회, 2022년 경축사 33회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이란 단어도 25회나 언급됐다.
일제 불법 강점‧식민 통치 언급 피할 묘수
'자유'만 외치면 친일 부역자들 신분 세탁
'자유'란 말을 만병통치약으로 악용했다고 봐야 한다. 얼핏 '자유를 향한 투쟁'이란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음험한' 노림수가 그 안에 도사리고 있다. '식민 모국' 일본 극우 세력의 비위를 거스르는 불법적인 일제의 한반도 강점과 식민 통치란 잔혹했던 과거사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묘수'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자유를 향한 투쟁'은 '공산 전체주의 국가'(작년 광복절 경축사)인 북한의 '자유화'와 '자유통일'(흡수통일)를 위한 투쟁 선언으로 이어진다. 그는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되어야 한다.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광복절 경축사인데도, 가해자인 일제의 불법 행위에 일방적으로 면죄부를 주고 일제 식민 통치의 공동 피해자인 북한에 게 화살의 방향을 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일제의 온갖 범죄를 눈감아 준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일제에 부역하며 친일 매국 행위를 했던 '밀정들'(이종찬 광복회 회장)에 대한 면죄부와 신분 세탁으로 이어진다. '자유'만 외치면 일제 때 어떤 부역을 했든, 어떤 매국을 했든지 간에 상관없다는 말이 된다.
윤석열, 8‧15 경축사에서 '국민' 25회 강조
항일 독립투쟁 주체는 '국민' 아닌 '민족'
'국민'이란 말에도 악마가 숨어 있다. 일제 하의 독립운동을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들의 일치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은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일제 불법 식민 통치의 피해자이자 항일 독립투쟁의 주체는 '민족'이지 '국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민족'이란 말은 외면하고 줄곧 '국민'이란 말을 고집하는 것은 '같은 민족'인 북한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좌익 계열 인사들의 업적을 훼손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작년 8월 항일 무장 독립운동의 상징인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들어내기 위한 윤 정부의 집요한 작업이 이런 시도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제 식민 통치의 불법성을 부인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이른바 역사수정주의자들인 뉴라이트를 비롯한 친일 극우 수구 세력이 항일 독립운동사에 대한 해석마저 '독점'하려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
"1945년 일제의 패망으로 해방이 되었다"는 대목도 윤 대통령의 몰역사적 인식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우리 민족의 해방이 일제가 패망하면서 맞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좌우를 불문하고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줄기차게 투쟁해온 항일 운동 세력과 민중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애써 외면했다는 인상이 짙다. 윤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한국민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일본 극우 세력의 비위에 맞춰 '일제 과거사'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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