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언론인 통신조회'에 주류 언론들 내로남불 침묵

KBS '무보도', 조선·중앙은 또 "여야정쟁""논란" 호도

문 정부 땐 수십건 보도로 "공포국가""전체주의" 비난

극우 조선과 아류매체들, 선택적 비판이 언론자유인가

전현직 언론인을 포함해 야당 정치인, 일반인까지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통신조회(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 수사를 위해 언론인, 야당 인사, 일반인들의 개인정보를 들춰봤다는 것이다. 대상이 3천 명을 넘어 10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털어 볼 일인지 의문이다.

언론계는 ‘전두환식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사찰’이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야당도 ‘언론과 정치 사찰’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런 사회를 우리는 독재국가라고 부른다”면서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원이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2021년 말 공수처의 통신조회가 드러나자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미친 사람들 아니냐, 게슈타포나 할 일”이라고 험하게 비난했던 발언이 재소환됐다.

검찰이 ‘단순 정보수집’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미친 짓’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단순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특히 수많은 언론인들이 검찰의 사찰대상이라는 점에서 언론 스스로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토마토가 3일 첫 보도를 한 뒤 4일 시민언론 민들레 등 인터넷신문과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미디어 전문지들이 관련 기사를 냈다. 이어 5일부터는 경향 동아 한겨레 한국 MBC 등 주류 언론들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를 중요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위해 무차별 통신 조회한 검찰” 제목의 5일자 사설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이 이래도 되는가”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경향도 6일 “수사 앞세워 기본권 침해…검찰의 ‘고질병’ 또 터졌다” 제목의 기사와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구실로 수천 명 통신조회한 검찰” 사설을 게재했다.

스스로 ‘중도지’를 표방하는 한국일보 역시 같은 날 “수사기관 마구잡이 통신조회, 사법적 통제해야” 제목으로 이번 사건을 비판하는 사설을 썼고, 동아일보 역시 “검찰, 야와 언론 무차별 통신조회...3년전 윤 ‘미친짓’이랬는데” 제목으로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조중동’과 한 묶음에 속한 수구기득권 언론이지만 윤석열 정권에 대해 종종 비판적 논조를 보여왔다.

공영방송 MBC는 5일 저녁 7시40분 메인 뉴스에서 주식폭락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공격 예고 기사에 이어 “보좌진·당직자까지 통신조회..야권 ‘통신사찰’ 반발 잇따라” “비판보도에 재갈?..언론인 통화기록 대거 조회” 등 2개의 뉴스를 4번째 순서에 올려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을 비롯한 ‘조선일보 아류’ 매체들과 KBS, SBS, YTN 등은 달랐다. 상세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거나 또다시 이를 ‘논란거리’와 ‘여야정쟁’ 프레임에 넣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축소·왜곡하는 보도를 내놨다.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매체도 있다.

“야 ‘대규모 통신조회, 전방위 사찰’...검찰 ‘악의적 왜곡’ 반박”(조선일보), “정치인·언론인 통신조회 논란에...검찰 ‘불법 사찰 없었다’”(중앙일보), “‘정치사찰’ 야당 반발...검찰 통신조회 ‘늑장통보’ 논란”(sbs), “검찰, 야당·언론인 ‘통신조회’ 논란...3년전 비교하니 여야 정반대”(sbs), “야권·언론인 등 검 통신조회 논란...‘사정정치’ vs ‘적법수사’”(YTN) 등의 기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짚고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보도다. 야당의 문제제기에 검찰이 반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 사안을 그저 '논란거리'로 만들거나, '3년 전과 여야 입장이 바뀐 게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땡윤뉴스’ 방송으로 전락한 KBS와 서울신문에서는 관련 기사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KBS는 4~5일 9시 뉴스를 파리 올림픽 관련 뉴스와 날씨 뉴스로 도배하고 정치 관련 뉴스는 “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결혼 안해’”같은 가십성 뉴스를 끼워넣었을 뿐이다. 조선일보 아류 매체를 연상케 하는 서울신문은 네이버 검색 결과 “검 통신조회 파문...야 ‘불법 사찰 전수 조사’” 제목의 기사가 있지만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주류 언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 친윤·관제 방송으로 전락한 방송들이 윤석열 정부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후원하는 방식은 대체로 3가지다. 첫째, 축소 보도하기, 둘째, 양비론 또는 여야 정쟁으로 몰기, 셋째, 아예 보도하지 않기다. 이번 통신조회 사태의 경우 축소 보도 또는 아예 보도하지 않는 방식(조선일보, 서울신문, KBS 등)으로 사회적 의제에서 제외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차단하고 있다.

또 여야 정쟁으로 몰아가거나 물타기 방식(조선일보, 중앙일보, sbs, YTN 등)으로 국민들의 정치혐오, 정치피로를 불러온다.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 김건희 씨 주가조작과 명품백 보도를 보면 금세 알수 있다.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도 처음에는 이랬다.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대표적인 수법인 것이다. 

특히 이들 언론이 3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공수처의 통신조회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기사와 사설로 맹렬히 비난했던 보도와 비교해 보면, 주류 언론들의 진실 호도와 여론 조작 보도는 뚜렷이 드러난다. 공수처의 언론인 통신조회 사실이 알려진 지난 2021년 12월 둘째 주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6주간 ‘통신조회’ 검색어로 빅카인즈에서 기사를 찾아본 결과, 조선일보 53건, 중앙일보 65건, 세계일보 83건, 문화일보 47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주말·휴일을 제외하고 한 달간 평균 매일 2건의 기사를 쓴 것이다.

사설만 해도 20건이 넘었다. 극우 편향의 석간지인 문화일보는 “언론 이어 야·학자도 공수처 사찰 정황, 당장 수사해야”(2021.12.22.), “비판 기자 표적 영장 정황, 정권보위처 전락한 공수처”(12.23), “감사원, 전 간부 6개월치 통신조회...공포국가 되고 있다”(2022.1.11.), “비판적 원로 지식인까지 통신조회...‘文정부 전체주의’”(1.17) 등, 이 사안에 대해 무려 4건의 사설을 이어가며 문재인 정부에 맹폭격을 가했다.

세계일보도 “중립성 논란 빚은 데 이어 통신자료 조회 남발한 공수처”(2021.12.14.), “야 의원·시민단체까지 ‘통신사찰’, 공수처장 책임져야”(12.23), “야 대선후보까지 통신 조회한 공수처, 김진욱 사퇴하라”(12.29), “언론사 단톡방까지 뒤진 공수처를 여는 확대하겠다니”(2022.1.10.), “이번엔 감사원이 간부 통신조회...사찰 공화국 만들려나”(1.11) 등 5건의 사설을 쏟아내며 공수처를 공격했다.

이밖에 동아일보 사설 “기자들 통신자료 마구 뒤진 공수처, 언론사찰 아니면 뭔가”(2021.12.17.) 등 4건, 한국일보 “공수처, 윤석열과 국힘 의원 통신조회...야당 사찰 아닌가”(12.30) 등 3건, 중앙일보 “이젠 언론사찰 의혹까지 받는 공수처”(2021.12.15.) 등 2건 등이다. 수사기관의 언론인·정치인 통신조회를 이렇게 맹렬히 비난하던 주류 언론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2022년 1월까지 조중동, 문화, 세계, 국민일보에 게재된 통신조회 규탄 사설. 빅카인즈 갈무리.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2022년 1월까지 조중동, 문화, 세계, 국민일보에 게재된 통신조회 규탄 사설. 빅카인즈 갈무리.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한국 주류 언론의 이런 내로남불식 진실 호도, 여론 조작은 주로 정파 편향성에 기인한다. 한국 언론의 이런 정파성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그 정파성은 주로 ‘보수’ 정치세력 편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예컨대 주류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환율 1300원을 ‘경제위기’라고 하고 윤석열 정부의 환율 1400원은 ‘수출에 도움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문재인 정부 때 일본 방사능 오염수는 ‘오염수’였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처리수’라는 ‘보수’ 정치권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한다. 3년 전엔 ‘미친 짓’이라고 수많은 비난 기사를 퍼부었던 통신조회에 지금은 잠잠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입으로는 중립과 공정을 말하지만 실은 이렇게 그때그때 말과 태도를 바꿔가며 오로지 보수기득권 정치세력을 위해 언론자유를 누려 온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의 정파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때 광화문 태극기부대와 일베 집단의 반사회적이고 몰상식한 언행에 침묵하는 방식으로 정파성을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친일·극우 편향 논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이런 극우 편향성을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마치 5.18을 폄훼하고 세월호·이태원 음모론 제기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자신은 극우가 아니라고 말한 것과 같다.

정권에 따라 선택적으로 비판하는 언론을 국민들이 신뢰할 이유가 없다. 극우 편향에 빠져 있으면서 중립과 공정을 내세우는 언론이 누리는 자유는 국민에게 위험하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은 유튜버의 정파성과 국민들의 확증편향을 걱정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차라리 중립이니 공정이니 하는 말을 꺼내지나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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