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3자해법, 여권 없는 왕래, 사도 광산…
윤덕민, 4월 사도 광산 있는 니가타현 방문
일본 측에 “예전에 했던 일 하면 된다” 조언
기시다, 이임 윤덕민 격찬…"큰 역할에 경의"
윤석열 '매국 행보' 뒤에 윤덕민과 김태효
민주 강유정 "일본 위한 내선일체 외교"
조국당 김준형 "친일 본색 윤 정권 동조"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임하는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만났다. 지난 25일이었다. 교도통신을 포함한 일본 언론들이 이런 내용을 전했지만, 이 뉴스를 다들 무심코 지나쳤다.
기시다, 윤덕민 대사 격찬…"큰 역할에 경의"
일본 정부, 윤덕민의 '친일 공로' 공식 인정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윤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재임 중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일본에서 한 큰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한일관계가 이제는 힘차게 발전해 정치·안보에서 경제·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임 후에도 계속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그는 윤석열 정부의 첫 주일대사로 2022년 7월 부임했고 2년 임기를 마쳤다.
일본 총리가 특정국 대사를 단독으로 만난 사례는 거의 없는 만큼 기시다가 윤덕민을 면담한 것은 특별한 대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를 두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로서는 윤 대사가 재임 중 일한 관계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 재임 중 윤덕민의 '친일 공로'를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바로 이틀 후인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일본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강제노역의 역사'를 숨긴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오랜 꿈'을 이뤘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찬성'해준 덕택이었다. 공교로운 것은 친일 매국적 결정을 할 때면 어김없이 윤덕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친일 굴종적' 결정 때면 '윤덕민' 어김없이 등장
징용 3자 해법, 여권 없는 왕래, 사도 광산까지
윤덕민 대사는 외교‧안보 분야 실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친일 매국 외교'의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해왔다. 윤덕민은 작년 3월 일본 전범 기업의 불법적 강제동원(징용) 행위에 일방적으로 면죄부를 준 '제3자 변제안'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26일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 정부의 3자 변제 구상을 던졌다. 일본 측에선 당연히 환영했다. 그때 윤덕민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했다. 윤덕민은 그해 7월 주일대사로 임명됐다. 약 10개월 후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를 정확히 윤덕민의 '개인 의견'대로 처리했다.
윤덕민은 석 달 전 일본과의 '여권 없는 자유 왕래'를 주장해 파문을 불렀던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4월 26일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윤 대사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을 기념한다는 구실로 뜬금없이 '여권 없는 자유 왕래' 등 한일관계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주장했다.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고자 국경 통과 시 여권 검사, 세관 신고, 검문·검색 등 국경통제(border controls)를 철폐한 유럽의 솅겐 조약을 예로 들었다.
'여권 없는 한·일 왕래' 파문 당사자로 지목
한미일 군사동맹 위한 한일 일체화 포석
그러나 그는 한국 내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듯 '여권 없는 자유 왕래' 부분만은 외교부 출입 기자들에게 '익명'을 요청하면서 정체를 숨겼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문제 발언의 장본인으로 윤 대사를 지목하고 문책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와 과거사 관련 도발을 날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나라' 국민처럼 여권 없이 오고 가자는 주장엔 '독소'가 숨어 있다. 특히 일본 국민이 여권 없이 자국 신분증만 들고 독도를 마음대로 들락거린다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나아가 일본 극우 세력의 독도 집단 방문의 길을 열어 놓을 공산도 크다.
또한 이런 '여권 없는 자유 왕래' 주장은 윤 정부 들어 급진전하는 한미일 3국 군사동맹화의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게 약한 고리인 한일 양국의 '일체화'를 노린 치밀한 사전 포석으로 관측됐다. 그러잖아도 신원식, 로이드 오스틴, 기하라 미노루 등 한미일 국방부 장관은 28일 도쿄 방위성에서 회동하고 3국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각서'에 서명해 3국 군사협력 제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윤덕민, 4월 사도 광산 있는 니가타현 방문
일본 측에 "예전 했던 일 하면 된다" 조언
이번 사도 광산 '외교 참사'에도 윤덕민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윤 대사는 지난 4월 4일 사도 광산이 있는 니가타현을 찾아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 등을 만났다. 교도통신과 현지 니가타일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여기서 윤 대사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 한국 정부가 절대 반대하는 건 아니다 △ 전체 역사를 표시할 수 있는 형태로 할 필요가 있다 △ 상세한 안내가 없다. 예전에 했던 일을 이어서 하면 된다 등의 '조언'을 일본 측에 해줬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주일대사의 놀라운 조언...일본 언론은 웃고 있다' 2024년 6월 11일 자)
윤덕민의 이런 조언은 거의 그대로 실현됐다. 먼저 윤 정부가 '절대 반대'는커녕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다음 '전체 역사를 표시할 수 있는 형태로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은 일제 강점기 부분을 포함하되 불법적 '강제동원' '강제노역' 부분은 은폐하는 형태로 구현됐다.
끝으로 '예전에 했던 일을 이어서 하면 된다'는 조언은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 광산 구역에는 포함 안 된 시골 마을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매년 추도식을 개최한다는 약속으로 구체화됐다.
일본 극우의 주장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가 '한반도 출신 노동자'란 표현을 고수하는 건 이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들이 아니라, 직업을 구하기 위해 사도 광산에 온 노동자들로 다만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가혹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었다는 점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일본의 속내가 담겨 있다.
조국당 김준형 "친일 본색 윤 정권 동조"
"한반도 노동자 출신 전시관은 시골구석에"
'예전에 했던 일'은 2015년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때를 뜻함은 물론이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노동'을 당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하시마 탄광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등재 이후엔 싹 달라졌다. 강제노역 현장과는 관련 없는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심지어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자료들을 전시해 국제적 약속을 보란 듯이 어겼다. 이번에 윤덕민은 9년 전 하시마 등재 때 일본이 부린 거짓 술수를 그대로 반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순간만 모면하라는 조언을 일본에 해준 셈이 됐다.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친일 본색의 윤석열 정권은 취임과 동시에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내비치며 실제 지난 4월 윤덕민 주일대사 본인이 직접 니가타현청에 방문해 등재와 관련된 해법을 제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 출신 노동자 전시관이 "시골구석에 처박힌, 반백 년 전 건설된 지역 향토박물관"이라면서 "강제동원 역사를 기록한다는 일본의 약속은 꼼수였고 우리 정부는 이를 동조하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민주 강유정 "일본 위한 내선일체 외교"
윤석열·김태효·윤덕민은 일본에 '복덩이'
민주당의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팔아 치운 건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다. '강제동원' 표시를 한다 해도 잔혹한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표현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외교 성과라니 일본을 위한 내선일체 외교 성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가 판매에 성공한 건 민족의 역사와 자존심, 미래뿐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건 치욕과 굴욕이다. 도대체 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리의 미래와 자존심까지 팔아도 된다고 허락했단 말이냐"고 따졌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덕민 대사는 얼마 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이임 행사에서 2년 전 부임 당시 한일관계가 전후 최악이라고 일컬어졌지만, 지금은 정부 간 대화와 정치 교류가 모두 정상화됐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이임 행사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일본 정치인, 관료, 언론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기시다 총리도 직접 만나주면서까지 '경의'를 표한 걸 보면 윤 대통령, 김태효 1차장과 함께 윤 대사는 그야말로 일본엔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굴러온 복덩이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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