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탓에 후배검사들 짐 싼다"는 머투 기사

"당사자·가족 시달려" "사명감·정의감 어쩌나"

검찰 입장 충실히 전달하고 걱정과 연민 가득

기자, 무소불위 검찰 권력 감시·비판이 본령

출입기자, '애완견' '검언 동일체' 부끄럽지 않나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회유 또는 뒷거래를 하기도 했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 혐의 등이 탄핵의 이유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민주당의 이번 검사 탄핵을 호의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무리한 탄핵’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검찰의 주장을 열심히 받아써 포털과 지면에 실어날랐다. 대표적인 친윤매체이자 극우언론인 조선일보는 하루 6~7개씩 검찰 주장을 받아써가며 검찰의 입장을 대변했다.(관련기사 “조선일보가 '검찰 애완견'임을 증명해주마”, 7.12, 시민언론민들레)

검찰 입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쓰고 동조해 준 보도 중에 7월8일자 머니투데이의 “후배 검사들이 선배들 탄핵 당하는 것 보고 짐 쌉니다”란 기사도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라는 편집자주가 붙어있는 이 기사는 검찰 출입기자로 보이는 기자가 작성한 기사다.

 

이 기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인사 수사를 맡은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자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는 것”이라고 시작해 기사를 마칠 때까지 오로지 검찰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탄핵으로 좌표가 찍히면 이름과 얼굴,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후배들 사이에서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 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개인 비리 의혹이 아니라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 방식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는 점”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이번 탄핵의 중심” “검찰이 수사기록 등을 제시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이 추진”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결정이 나오는 날까지 당사자와 가족은 내내 시달려야 한다’며 ‘검사는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일한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일하다가 탄핵 대상이 되는 것을 본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명감과 정의감을 얘기하겠냐’고 말했다.”

기사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기자가 쓴 글인지 검사가 쓴 글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혹은, 이 글이 언론에 보도된 것인지 검찰 기관지에 게재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리 (편집자주에서 밝힌 것처럼) ‘검찰청 안에서 벌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 글은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 기자가 쓴 기사라고 보기 민망하고 부끄럽다.

기사에는 민주당이 이번에 왜 검사를 4명이나 탄핵하려 했는지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검찰 내부에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사유에 대해 수긍하는 검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일까? 만일 수긍하는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검찰청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로 기자가 다뤄야 할 기삿거리인 것이다.

기자는 그저 검찰 입장에서 검찰이 하는 말만 받아쓰기 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기자는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 “탄핵이 기각 되더라도 결정이 나오는 날까지 당사자와 가족은 내내 시달려야 한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사명감과 정의감을 얘기하겠냐”는 등의 검사들의 하소연을 열심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자기 출입처의 억울한 사정을 독자에게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일을 하라고 ‘검찰 출입기자단’에 보낸 것이 아니다.

이른바 ‘출입기자’들은 검사들과 자주 밥도 먹고 술자리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사들과 친하고 검사 집단에 따뜻한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하더라도, 기자는 차가운 이성으로 그 억울한 사정이 ‘정말 억울한 것인가’ 한번쯤 따져봐야 한다.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는 검사가 '몇 달 간 잠도 못자고 수사한 것'이 그토록 억울한 일인지, 탄핵으로 몇 달을 '당사자와 가족이 시달리더라도' 그 검사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누군가 견딜 수 없는 모멸감과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을지, 검사들이 말하는 '사명감과 정의감'은 올바른 것인지, 기자는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이어 ‘법조계’를 인용해 “이번 사태로 검찰 조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조계에도 부는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 바람과 맞물려 가뜩이나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 법원·검찰의 인기가 떨어진 와중에 양질의 검사 희망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검사 탄핵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기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쓴 것일까?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배출하고 검사 출신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4명의 검사가 탄핵소추된 것이 무소불위 검찰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도대체 이 ‘법조계’는 어느 나라 법조계인가? 검사 탄핵에 반대하는 기득권 검사들이 모인 법조계인가? 무소불위 검찰은 우리나라 개혁 대상 1순위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는 총칼을 든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민주화 이후 스스로 권력화해 이제 최고권력인 대통령 권력까지 쥐게 됐다.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학자, 언론인들이 검찰에 불려가 모욕을 당하고 무릎을 꿇었다. 무릎 꿇지 않은 이들은 목숨을 버렸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검찰을 이길 수 있는 집단이 있는가? 게다가 국민은 이런 검찰조직이 좀 약화되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기자는 이 권력이 행여 약화될까 걱정하는 ‘법조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검사를 향한 기자의 걱정은 아래와 같은 인용글로 계속된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대형 로펌에 취업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검찰을 선택하면 연봉이 절반 정도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여기에 업무 강도도 낮지 않은 데다 자칫하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추가된 셈”(또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

“언제든 탄핵될 수 있다는 신호가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치는 압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법조계 관계자)

무소불위 검찰 권력은 누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가? 3권 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르면 국회가 그 일을 해야 한다. 헌법 제65조에는 국회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한 검사 4명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회유하고 피의자와 뒷거래를 하기도 했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직자가 잘못된 일을 하면 누구라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혹시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찰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지만 국정농단으로 결국 국회에서 탄핵당하고 헌재에서 파면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은 탄핵당할 수 있다는 '엄청난 압박감'에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탄핵 제도는 사라져야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공직자로서 업무를 잘못 수행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오히려 느껴야한다. 그래야 공직자로서 제대로, 올바르게 일을 할 것이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대한 견제·감시 의무는 언론에게도 있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본령이다. 게다가 검찰은 우리나라 최고, 최강 권력이다. 대통령실, 각 부처 장차관, 정부기관 등에 검찰 출신들이 우글우글하다. 언론 스스로가 검찰로부터 탄압받고 있고 언론자유를 침해받고 있으니, 언론이 검찰 권력을 견제·감시·비판하는 것은 의무이면서 스스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언론은 왜 검찰에 이토록 호의적일까? 머니투데이 검찰 출입기자는 왜 이렇게 검사를 향해 애틋한 것일까?

우리나라 출입기자단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질문하지 않고(민주당 출신 대통령일 때는 제외), 삼성 출입기자단은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한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찰을 성역으로, 불가침의 신성으로 여기고 있다. 검찰이 공격받을 때에는 애뜻한 연민마저 느끼고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이러니 ‘검찰 애완견’ ‘검찰 경비견’ ‘검언 동일체’라는 멸칭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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