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나토, '우크라 무기 지원' 거세게 압박할 듯
윤 외신회견 "러‧북 군사협력 수준‧실체 보고 판단"
나토회의 참석 자체가 반중, 반러 메시지
마드리드 첫 회의선 경제수석 '탈중국' 발언
작년엔 우크라행 러 자극…김건희 명품쇼핑 말썽
윤석열 대통령이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8일 출국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3년 연속 나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대통령실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5일 브리핑에서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토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3년 연속' 참가…갈 때마다 '사고'
대통령 나토 참석, 그 자체로 반중, 반러 메시지
대통령실의 기대대로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재작년 취임 후 두 차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마다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조용히 있다 오면 다행인 상황이다.
데뷔 전은 2022년 6월 29일부터 이틀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였다. 취임 후 50일 만에 대통령의 첫 외국 방문 행사로 나토를 택한 것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윤 정부는 나토 참석 명분으로 '가치 외교'와 '글로벌 중추 국가'를 내걸었다. 남북문제는 외면한 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를 상대로 외교를 펼치겠다는 나름 '웅대한 구상' 같았지만, 본질에선 미국 주도의 반중국, 반러시아 전선에 행동대로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나토가 전통적으로 소련(이어 러시아) 봉쇄를 그 기조로 삼고 중국 저지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은 그 자체로 반러, 반중 메시지로 읽혔다. 1991년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당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통해 러시아, 중국과 수교하고 그 후 30년 양국과의 경제 협력 등 급속한 관계 발전을 이룬 점을 감안하면 나토에 대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첫 마드리드 회의선 경제수석 '탈중국' 발언
작년 빌뉴스 회의선 김건희 '명품매장 출입'
그러나 보란 듯이 사고를 쳤다.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참모인 당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탈중국 선언'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에 동행한 최 수석은 정상회의 첫날인 29일 "지난 20년간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다. 세계 교역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우리가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유럽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해 파문을 불렀다. 본인은 '탈중국 선언'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이 사건을 신호탄으로 윤 정부는 '탈중국'을 넘어 빠르게 '반중국'으로 향했다. 특히 '남의 일'인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잦은 '개입' 발언으로 특히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대중국 수출은 급감하고 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 무역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인 2023년 나토 정상회의는 7월 11~12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과 동행한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낮에 대통령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빌뉴스 거리를 활보하고 명품매장에 들른 게 소식이 전해져 모두를 아연케 했다. 그래도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리긴 해도, 당장 타국과의 외교 관계에 타격을 주는 그런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 더 큰 사고는 그로부터 사흘 후에 터졌다.
윤 대통령이 예고 없이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 노골적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정전 상태의 분단국 정상으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언론발표 자리에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는커녕 '목숨을 걸고' 러시아와 함께 싸우자는 뜻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작년 교전 중인 우크라 방문…노골적 편들기
러시아 자극해 결국 북한과 밀착하게 만들어
앞서 그해 4월 19일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행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대량 학살, 전쟁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과 같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단지 인도주의적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조건부'이지만 처음으로 군사 지원 용의를 밝힌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 여파는 마침내 북‧러 간 밀착으로 귀결됐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 방문 이후 두 번의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처음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13일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아갔다. 지난 6월 19일에는 답방 형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국빈방문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의 군사 원조를 약속하는 군사동맹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다. 한‧미‧일 등 서방 진영이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수교 이후 근 30년 러시아가 남한에 놓았던 외교의 무게중심을 북한으로 옮기도록 자초한 인물 중 하나가 윤 대통령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유체 이탈'‧'본말전도' 화법
"러, 남‧북 중 누가 이익인지 잘 판단하라"
윤 대통령의 '유체 이탈 화법' '본말전도 화법'은 8일 보도된 로이터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또다시 확인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에 위협이다. 나는 러시아가 남한과 북한 중 어느 쪽이 자신의 이익에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잘 판단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과 러시아 관계의 미래는 러시아의 행동에 온전히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을 30년간 더 소중히 여겨온 러시아를 북한 쪽으로 떠민 장본인이 본인임을 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승인'과 관련해서도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의 수준과 실체를 지켜볼 것"이라며 "여기에는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같은 분야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북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분명한 위협이자 심각한 도전이다"라며 "러시아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일을 지속하면 한‧러 관계에 명백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트남 국빈방문 중이던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경우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나토, 윤석열에 무기 지원 압박 가능성
'바이든 후보 사퇴' 문제로 회의 어수선할 듯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의 제1 의제는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 결정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는 나토 회원국들이 협의해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토 회원국은 그동안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윤 정부에 155㎜ 포탄 등 살상 무기 제공'을 거듭 요청해왔으며, 그런 만큼 이번 기회에 더 세게 압박할 공산이 크다.
이번 워싱턴 회의는 창설 75주년 기념이긴 하지만, 다소 어둡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듯하다. 뭣보다 의장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 능력' 문제로 대선을 앞두고 전방위로 민주당 대선 후보 사임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다른 주요 나토 회원국의 정국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영국은 며칠 전 총선에서 노동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키어 스타머 총리로 바뀌었다.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에서 '공화주의 연대' 덕택에 예상과는 달리 참패를 모면했지만, 국정 장악력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사실상 레임덕 상태다.
정치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6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주제"라며 "그러나 바이든에 대한 우려와 트럼프에 대한 유럽인의 공황 상태가 확산되면서 실질적인 대화가 점점 더 흐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