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 단신 한 건 보도하며 국힘당 입장 강조
MBC·SBS·종편 등 생중계…MBC는 톱 상세보도
조선일보 6면, 핵심 질의답변 빼고 태도만 기사화
동아 "선서 거부 뭐가 켕겨서" 한겨레 "특검 필요"
지금 윤석열 정권의 국정 혼란, 국가 위기 이슈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채상병 사망 수사과정의 대통령 개입 여부는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어 특검이 추진될지, 특검을 통해 어떤 진실이 밝혀질 것인지는 국민적 관심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1일 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이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특검이 왜 추진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번 입법청문회를 비중 있고 정확히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연 그랬을까?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입법청문회는 KBS를 제외하고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은 물론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편방송, 보도전문채널인 YTN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공영방송 KBS만 생중계하지 않은 것이다.
KBS를 제외한 방송들은 이날 저녁 메인 뉴스에서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특히 MBC는 9시 뉴스데스크에서 “오늘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이 수사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앵커 멘트로 시작해 ▲“경찰 전화 올 것” 대통령실 관여 확인‥직전에는 대통령과 통화 ▲박정훈 대령 “한 사람 격노로 모든 것이 꼬였다‥특검 필요” ▲김계환-박정훈 ‘격노설’ 대질‥“증언 거부” “분명 들어” 입 꾹 닫은 핵심 3인방‥“밝힐 수 없다” 반복 ▲이종섭·임성근 “증인 선서 못한다”‥“대놓고 거짓말하겠단 거냐” 반발 ▲임성근 “수중 수색 지시 안 해”‥‘임성근 구명설’도 거론 ▲이 시각 국회 법사위‥국민의힘 불참 속 채상병 특검법 의결? 등 7개 뉴스를 톱뉴스에 배치해 상세히 보도했다.
SBS도 8시 메인뉴스에서 ▲외압의혹 용산 정조준..이종섭 ‘보고 안해’ ▲치열한 신경전...지시냐 지도냐 엇갈린 주장 ▲김계환, 격노설 질문에 ‘피의자라 답변 불가’ 등 3개의 뉴스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그러나 KBS 9시 메인뉴스는 보도량과 중요도, 논조까지도 달랐다. 첫 번째 뉴스로 “주한 러시아 대사 초치...책임있게 행동하라”로 시작해 톱뉴스 4개는 러시아 관련 뉴스, 그 다음 2개는 “북한군 세 번째 군사분계선 침법..김여정 또다시 오물풍선 살포 시사” 등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채상병 특검 입법청문회 관련 뉴스는 일곱 번째에 배치돼 1분54초짜리 단 한 건 보도됐을 뿐이다.
게다가 이 기사는 “야, 법사위·과방위 단독 청문회 개최...여, 강력반발” 제목으로 같은 날 과방위에서 열린 방통위 청문회와 묶어 방송됐다. 이날 청문회가 10시간 넘게 진행된 가운데 관련자들의 여러 증언들이 쏟아졌는데도 단신 처리하듯 보도한 것이다. KBS는 앵커와 기자 멘트에서도 청문회에서 나온 여러 핵심 질문과 답변보다는 "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야당 의원들이 관련자들에 대해 사직을 압박했다" "여당이 이를 사법방해,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KBS가 이날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은 이유를 언론노조 KBS본부가 물어보자 담당부서가 “야당 단독으로만 이뤄져 일방적 입장만 전달될 수 있고 증인도 일부만 출석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궁색함을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답변이다. 이번 청문회를 보이콧한 국힘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권 애완견 방송’임을 자인한 것이다.
KBS 보도는 다음날 조간신문 중 극우·친윤 성향에서 1등 매체인 조선일보와 비슷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국민의 편에서 가장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 KBS가 극우성향 종이신문인 조선일보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종이신문에서 1면 톱에 “푸틴의 협박” “서울 마포 국민 평형이 17억” “서울대 병원 파업중단” 등의 기사를 냈고 2~5면 톱에 러시아와 북한 관련 기사, 부동산 기사, 의료 분쟁 관련 기사를 톱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6면에서야 “증인들 ‘수사중’ 답변 거부...야 위원장 ‘10분간 퇴장’” 제목의 청문회 관련 기사를 톱으로 단 한 건 보도했다. 기사 부제에는 “김용민, 전 국방장관에 ‘이종섭씨’” “정청래, 증인이 이의 제기하자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느냐’” “박지원 ‘두손 들고 서있게 해야’” 등 이날 청문회의 핵심적이고 본질적 내용이 아닌 질의 의원들의 질문 태도만을 집중 보도했다.
이른바 친여·친윤 매체 중 하나인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는 조금 달랐다. 동아일보는 1면에 “박정훈 ‘윤 격노설, 김계횐에 들었다’..김은 증언 거부” 제목의 기사와 5면(종합) 톱에서도 “야 ‘윤석열 청문회 돼야’ 이종섭 ‘윤 통화는 채상병 사건과 무관’” 기사를 썼다. 동아는 “채상병 청문회 핵심 증인들의 집단 선서 거부, 뭐가 켕겨서...” 제목의 사설에서도 “굳이 사실을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듯한 이 전 장관의 모습은 수사 외압에 대한 세간의 의심을 더욱 키울 뿐”이라며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1면 “채상병 특검법 맹탕 청문회 후 법사위 통과” 기사에서 이날 청문회를 ‘맹탕’으로 몰아갔다. 한겨레는 사설(“특검 필요성 확인시킨 ‘채상병 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의혹 당사자 전부가 짜기라도 한 듯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역설적으로 특검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민이 많았으리라 본다”면서 “국회는 신속히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해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