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생태탕 보도 불공정" 사과한 박민 등 대상

취재기자 "검증 통해 사실 확인, 상대 입장도 반영"

"박민 사장의 '불공정' 낙인, 어떤 저널리즘인가"

YTN도 같은 사례 있어 기자들 소송여부 관심

KBS 박민 사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 보도가 ‘불공정 편파보도’라며 사과한 것에 대해 이 보도를 한 기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당한 권력 감시 보도를 친정부 성향 사장이 취임해 정치적 시각으로 불공정 보도 취급했다고 주장하는 기자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소송은 외부인이 아닌 KBS 소속 기자가 사상 초유로 자기 회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사에 남을 사건이다.

경향신문, MBC,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의 지난 23일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KBS의 오세훈 후보 검증 취재팀 기자들은 자신들의 보도를 ‘불공정 보도’ 사례로 언급한 박민 사장, 박장범 9시 뉴스 앵커를 비롯해 장한식 보도본부장, 김성진 통합뉴스룸 주간, KBS노동조합, KBS방송인연합회를 상대로 최근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취재팀 기자들은 올해 3월 회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가 조정불성립 결정이 내려지자 소송에 나섰다. 

 

박민 KBS 사장이 지난 3월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자사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검증 보도 등을 '불공정 편향 보도'라며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이 지난 3월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자사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검증 보도 등을 '불공정 편향 보도'라며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송명훈·송명희 기자 등은 2021년 3월 중순부터 4월초까지 “복수 경작인,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세훈 있었다’” “오세훈 처가, 2005년 6월 개발용역 직전 내곡동 땅 경계 측량” 등 10여 건의 뉴스에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와 거짓말 의혹을 제기했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있던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해 큰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의 주장이었다. 보도 이후 오 후보는 이 땅이 노무현 정부 당시 택지지구가 지정됐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박민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틀 만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보도를 ‘불공정 편파보도 사례’로 언급했고, 같은 날 9시 뉴스에서 박장범 앵커가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 사례’라고 이 보도를 지목했다. KBS 내 여러 노조 가운데 보수성향인 KBS노동조합은 “오세훈 검증취재팀 보도는 가짜뉴스”라는 성명서를 낸 바 있으며, KBS방송인연합회도 “허위보도”라는 글을 KBS홈페이지 등에 올린 바 있다.

송 기자 등 당시 취재기자들은 당시 오세훈 후보 의혹보도가 △상호검증을 통해 철저히 사실확인 절차를 거쳤고 △상대방 입장도 균형적으로 반영했고 △선거에 개입해 특정 후보를 당선·낙선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혹을 확인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언급된 내용들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실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2021년 3월 보도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내곡동 땅 관련 의혹 보도 장면. KBS 뉴스화면 갈무리.
KBS가 2021년 3월 보도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내곡동 땅 관련 의혹 보도 장면. KBS 뉴스화면 갈무리.

당시 국민의힘이 이 보도와 관련해 취재팀과 양승동 전 사장, 김종명 전 보도국장 등을 공직선거법위반·무고·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으나 전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도 같은 해 10월 이 보도가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낙선 목적이나 후보자 비방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KBS 기자들의 자사 사장, 앵커, 보도본부장과 노조 등을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KBS의 뚜렷한 어용화에 현직 기자들이 법정다툼으로 저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KBS의 오세훈 검증취재팀 최문호 기자는 “언론중재위에서 비겁한 논리를 들고 나왔고 양측 입장이 팽팽해 조정이 불성립됐기 때문에 소송에 나선 것”이라면서 “박민 사장이 이 보도를 ‘불공정하다’고 했으나 어떤 저널리즘 수준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YTN에서도 KBS처럼 친정부 성향의 김백 사장이 취임해 자사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사과한 적이 있어, YTN에서 이 같은 소송과 저항이 진행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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