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직의 검찰화'가 낳은 독주와 파행

검사출신들, 법의 지배 아닌 '법을 지배'하다

국가경영 무능도 그 뿌리에는 '검찰 정부'

22대 국회 검찰개혁 2라운드 개막할 수 있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검찰독재 돌진 막을 수 있느냐 판가름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도 ‘검사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정치 검찰의 공공권력 독점 및 그들에 의한 한국 사회의 퇴행, 국가경영에서의 무능과 파탄에 대한 심판이다. 법률을 뒤집는 시행령을 밀어붙이는 등 법을 앞세운 법치주의의 후퇴,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심판이다. 정치적 경쟁자와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대별되는 검찰 철권의 행사 등 ‘민간 파시즘’을 방불케 하는 검찰 독재로의 돌진을 막을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선거다.

검찰총장 중도 사퇴 후 1년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모든 공직의 검찰화’에 나섰다. 대통령 당선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차관급 기관장과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정원, 금감원 등 주요 권력기관 요직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해 '검찰에 의한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검사와 검찰이 ‘신성가족’인 듯 이들이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요직을 장악한 것이다. 중요한 자리들에 능력 있는 최고의 적임자들을 찾으려 하지 않고 검찰 출신 후배들이나 자신과 가까운 친구 후배들에게 마구 나눠줌으로써 획득한 권력을 국가 운영에 사용하기보다 권력을 즐기고 권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이런 ‘근친교배’적인 조직에 능력과 균형감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청와대 비서관급에만 7명의 검찰 출신이 포진한 것도 ‘검찰 정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 숫자도 문제지만 그 면면은 더더욱이나 반적격이었다.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 4명이 검사 출신이었다. 이 가운데 이원모 비서관은 월성원전 수사의 담당 검사였고, 이시원 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으며, 주진우 비서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월성원전 수사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정치적 수사라는 논란이 있었고, 서울시 공무원 사건은 잘못된 검찰 수사의 대표 사례였다. 또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3명은 비검사 검찰공무원 출신이다. 특히 청와대의 비서관급 7명은 모두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후배였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국정원 등을 넘어 검사 업무와 관련도 없는 통일부 장관, 국가보훈부 장관과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장,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정책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사회경제 분야까지도 '검찰 편중 인사'가 이뤄졌다.

고위 공직자 인사 추천과 검증라인 전체를 전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이 차지함으로써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절차 없이 검찰 출신 인사는 무사 통과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자신과 가까운 전직 검사 정순신을 임명했다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으로 하루 만에 임명 철회한 사례가 그같은 검사 출신에 대한 인사 검증 부실의 한 결과였다.

검사 출신들의 약진은 민간으로까지 파급됐다. 최근 2년 동안 민간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하거나 재직한 검사 출신이 69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퇴직해 민간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 69명과 일반직 고위공무원 1명이 민간기업 88곳에 취업한 것이 확인됐다. '검찰 카르텔'이 공직사회를 넘어 민간기업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법률가들인 검찰 출신의 공직 장악 등 권력의 검찰화는 그러나 법치주의의 진전이 아닌 법치의 후퇴를 가져오는 역설을 빚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권력에게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 나아가 '법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출범 이래 9번의 거부권 행사가 그 단적인 결과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간호법,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예외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2년 만에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많은 거부권 행사 기록을 세웠다. 특히 어느 대통령도 거부하지 않았던 대통령 가족에 대한 특검 거부를 밀어붙였다.

법치의 유린, 행정권력의 독재

법의 위계를 무시하는 ‘시행령 통치’도 반(反)법치적 행태다.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헌법, 법률, 시행령, 부령 순서의 법률상 위계는 명확하다.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은 분명한 법률 위반으로,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나가는 건 행정권력의 독재다.

상위법들의 내용에 위반되는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검찰의 수사권을 원상회복한 시행령)을 통해 검찰개혁 입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30여 년 가까이 노력한 산물로서 결실을 맺은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을 무시한 것이었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 범죄의 유형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4개 범죄를 삭제하고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2개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한 것을 현 정부는 시행령인 대통령령을 통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편입하는 편법으로 개정 검찰청법의 입법 목적을 무력화했다. 이는 수사권 축소라는 검찰청법의 입법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청법 하위 시행령을 통해 위임 내용의 구체화를 넘어 새로운 입법을 한 것이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 이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을 신설한 것도 위법 소지가 있는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의 과정에서도 정부 부처들은 대통령 입맛에 맞춘 시행령 ‘꼼수’를 통해 대통령실에 충성을 보였다.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인 백범로-이태원로-다산로, 녹사평대로, 서빙고로 등에서 경찰이 자의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도 시도했다.헌법재판소와 서울행정법원이 경찰의 대통령실 인근 집회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경찰은 사법부의 결정에 불복해 국가경찰위 회의를 열어 똑같은 내용의 시행령을 통과시켜버렸다.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압수수색의 일상화

검찰 정권의 철권 행사 행태는 무엇보다 압수수색의 일상화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일 중 8일 꼴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 정부나 야당 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 주요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년 6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겨우 15주(21.4%)만 빼놓고 줄곧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를 이용한 통치'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공익적·사회적으로 꼭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건보다 정권 비호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가 윤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10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주요 수사와 압수수색 횟수를 집계한 결과, 전 정부와 야당, 노동조합, 시민단체에 대한 주요 사건 수는 22건, 압수수색 횟수는 124회에 달했다. 뉴스타파와 MBC 더탐사 민들레 등 언론에 대해서도 전례가 없는 압수수색 남발이 이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은 300여 회가 넘었다.

반면 현 정부와 측근 인사 대상 주요 사건 수는 겨우 4건, 압수수색 횟수는 24건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와 관련한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사실상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권력은 장악했으나 나라 경영에는 무능

그러나 이같이 공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것보다 검사 정권의 더욱 큰 문제는 국가경영능력의 무능에 있다. 수사를 하듯 검사 대 피의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행태는 복잡다단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통치와 경영에서의 무능과 파탄으로 나타나고 있다. 권력을 지배는 하지만 ‘경영’하지는 못한다. 권력 장악에는 유능함을 보이는 반면 국가 경영에는 극도의 무능함을 보인다. 모든 국정을 검사가 사안을 대하듯이 ‘사건’화하고 그나마 제대로 풀지 못하는 ‘미제 사건’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종엽 호주 대사 임명 파동’ ‘황상무 비판언론 회칼 테러 위협’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논란’ ‘한 단 875원 대파값 파문’ 등 들끓는 총선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는 여러 사건들의 전개 양상은 과연 윤석열 정권에 정국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콘트롤 타워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같은 난맥상과 무능은 공직의 검찰화, 국정의 사건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독선과 불통의 일체화로 나타나고 있는 결과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범죄자 집단'과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자들인 야당이 승리하면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극언을 일삼고 있다. 검사 출신인 그의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자 검찰 정권의 지난 2년간의 무능과 파탄의 원인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나 지난 2년간의 국정의 파행은 검찰 개혁 과제를 역설적으로 제기한다.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검찰 출신들이 오히려 권력과 개혁의 주체가 돼 있는 상황을 견제하고 저지하는 것을 넘어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다시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의 과제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조국혁신당이 메카톤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검찰정권 심판 및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검찰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개혁 2라운드의 더욱 확장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금 검찰은 야권과 전임 정부에는 쇠몽둥이, 윤석열 정부 측에는 솜방망이도 모자라 솜사탕처럼 대하는 극단적인 이중 잣대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검찰 개혁을 철저하게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검찰 정부 독주의 저지와 함께 대대적인 검찰개혁 작업의 개막을 가져올 수 있느냐에 4.10 총선의 심판의 가장 큰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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